에델바이스 [28]
일심일애 (hood1230@hanmail.net)
(http://cafe.daum.net/love1hart1)
#28
"왜 왔어."
그녀가 묻는다. 이미 숨길 수 없는 눈물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내게 묻는다.
여긴 왜 왔느냐고.
"...내가 널 놔두고 어딜 가."
“오빠.”
“난 네 오빠 아니야.”
“현중아.”
“그래, 그렇게 불러.”
내가 오빠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난 엄연히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다. 그렇다 해서 지유와 내가 닮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가자, 여기서.”
거친 동작으로 눈물을 닦아 내고서 지유가 말한다.
왜 넌 항상, 내가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네가 먼저 하는 거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옥상에 지안이 헬리콥터로 대기하고 있으니까 먼저 가.”
“너는?”
“난 해야 할 일이 있어.”
“웃기지마, 같이 가.”
지유는 곤란하다는 듯이 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난 마냥 어린아이처럼 지유의 팔을 자꾸만 끌어 당겼다.
건물 안의 사이렌 소리는 크게만 울린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니.”
“정선배가 여기 있을 거라고 말해줬어.”
“그 여자 믿지 마라.”
“뭐?”
말없이 입술을 꽉 무는 지유다. 갑자기 정선배를 믿지 말라니?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지유는 정춘자와 달리 진지하니까 믿는다.
아까부터 자꾸만 졸린 듯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는 지유.
“왜 그래? 잠 못 잤어?”
“…응”
졸리는 얼굴이 아닌데? 인상을 아주 험악하게 구기고 있다.
억지로 잠들지 않으려는 듯, 눈을 비비는 지유가 안쓰럽다.
“같이 가자, 우리 집 가서 한숨 자고 다시 생각하자.”
“…현중아.”
“안 들을래. 니가 내 이름 부를 때마다 좋은 얘기 나온 적 없었어.”
난 귀를 꾹 눌러 막았다.
하지만 여전히 들려오는 건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그 소리에 묻혀 어렴풋이 들리는 지유의 목소리다.
“사랑했어.”
“…안 들려.”
“헤어지자, 우리.”
“안 들린다고 했잖아!”
아뿔사. 내 고함소리에 바쁘게 이곳을 피해 뛰어다니고 있던 사람들의 발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온다.
지유는 내 입을 황급히 틀어막았다.
바짝 긴장하고 있는 나다. 그리고 그 옆으로 지나가는 두 남자의 목소리. 그들의 이야기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와, 날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쪽에서 소리가 났는데?”
“그 쪽은 지유가 있는 곳이야. 가면 안돼.”
“대체 왜 그런 명령이 떨어진 거야?”
“병기화의 마무리 단계래. 이제 곧 로봇으로 변한 다던데?”
“그럼 회장님의 계획은 성공인가?”
“그런 셈이지.”
…병기화의 마무리 단계라니? 그리고 로봇?
난 알아듣지 못한 그들의 말에 의문을 품고서 지유를 빤히 쳐다보았고, 그런 나를 외면하면 지유다.
뭔가가 있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 난, 내입을 막고 있는 지유의 손을 뿌리쳐냈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너…무슨 일 있는 거지?”
“아니.”
“지금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은 뭐야?!”
“몰라도 돼.”
“내가 네 오빠라며!”
“…아니야.”
“왜 난 항상 너에 대해서 몰라야 되는 건데!”
“…사랑하니까 알리고 싶지 않은 거다.”
일일이 감동하지마, 박현중. 이렇게 사소한데 감동하다가 나중에 얘 없이 어떻게 살려고.
그녀의 말 한마디에 멍해져 버린 나를 잡아 끄는 지유. 아마도 날 옥상으로 보내기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너도 같이 가는 거지?”
“아니.”
“대체 왜!”
“…난 죽는다.”
“…뭐?”
순간 앞이 까맣게 흐려졌다.
이 아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죽는다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가?
“하하…장난이 좀 심하다?”
“죽을 수밖에 없는 나다.”
“가자, 지유야.”
“…”
난 그녀의 다음 말을 끊어 버린 채, 무작정 지유의 가녀린 손목을 잡아 끌었다.
지금은 그냥 입을 막아버려야 할 것 같다.
“가자.”
“나…괴물이 돼.”
“하하, 넌 지금도 괴물이야. 거기서 뭘 더 어떻게 되려고.”
“농담아이다.”
“안 들을래. 우리집 가서 얘기하자.”
“박현중!”
농담으로 웃어 넘기려는 날 말리는 지유의 고함소리. 그 소리에 사이렌이 뚝하고 멈춰버렸다. 아무래도 천장에 달려있는 감시 카메라가 그녀의 존재를 파악한 모양이다.
이제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오겠지. 그 전에 나가야 해.
“왜 죽어야 하는 건데.”
“…괴물이 되면.”
“괜찮아.”
“박현중 옆에 있을 수가 없다.”
나, 제발 울리지 좀 말아 줄래? 사내새끼가 한심하게 눈물 흘리는 건 질색이니까.
지유의 손목을 끌어당겨 꼭 품안에 안는 나.
심하게 떨고 있는 지유의 몸.
“…같이 나가서 얘기 해줄래?”
“무슨 얘기.”
“내가 네 오빠란 얘기랑 네가 살아온 얘기.”
“…오빠 아냐.”
주문을 말하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 난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지유를 꼭 안아 주었다.
우리 여기서 같이 나가는 거다? 그럴 거지? 나랑 같이 살기로 했잖아. 여기 오기 싫다고 내 허리에 매달려서 말한 게 누구였더라?
“그래, 아니야. 알아.”
“그런데…세상은 나한테 말해주더라.”
“뭘.”
“박현중에 내 오빠라고.”
세상이 너한테 그렇게 말했어?
그러면 난 그 세상 평생 저주하고 미워하면서 살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눈물이 가득 차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지유의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다. 난 그런 지유의 눈동자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땐…세상을 버리면 돼.”
“난 이미 버렸어. 버렸는데, 박현중은 그러면 안돼. 박현중은 행복해야 돼.”
내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행복해져야 한다고 연신 반복하는 그녀.
정말 행복해져야 할 사람은 너인데. 내가 아니라, 너인데.
“지유야, 내 행복은 너랑 함께 있는 거야.”
“그 말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까 내 몫 대신 살아주면 돼.”
지유는 서글픈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 뺨을 가만히 쓸어 내린다. 그리고 그때 우리의 곁으로 다가오는 불길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에선 이런 걸 흔히 근친상간이라고 하지 않던가.”
흠칫.
놀라서 굳어버린 나와 익숙한 듯이 방어자세를 취하며 내 앞을 가로 막는 지유.
어둠 속에서 또박또박 들리는 구두 굽 소리.
이내 내 앞에 보인 사람은 금발 머리의 차가운 인상을 지닌 중년 남자였다.
외국인이다. 거기다 지안이랑 닮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얜 내 동생 아니야!”
“지유의 오빠는 아주 순진한 소리만 하고 있군, 동생과는 아주 다르지 않나?”
외국인답지 않게 또박또박한 한국어가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하지만 말끝마다 내 신경을 기분 나쁘게 자극한다. 난 그를 노려보았다.
“약속을 했습니다.”
“무슨 약속?”
지유의 반듯한 경어에 익숙한 듯 그녀에게 되묻는 중년의 남자. 지유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안심하라는 듯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제가 죽는 날까지 지키기로.”
하, 누가 누굴 지켜? 이 아가씨야, 몇 번이고 말하는 거지만 내가 널 지키는 거야. 네가 날 지키는 게 아니라.
내가 아무리 정선배한테 매일 당하고 산다지만, 너 하나 지킬 힘 없는 줄 알아?
“넌 죽지 않아. 내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게다.”
“…죽는 건 제 자유입니다.”
“난 애초에 죽는 것도…사는 것도 허락한 적 없다.”
듣자 듣자 하니, 이 아저씨 정말 뭐 하는 사람이야? 왜 얘가 그런걸 댁한테 일일이 허락 받아야 되는 건데?
더 어이없는 건, 그의 말이 맞다는 듯 묵묵히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지유다.
“난 인간병기였어요.”
“…”
내게 말하는 것 같아서 난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그런 날 위해 변함없이 미소를 보여주는 그녀.
“당신이 날 그렇게 만들었잖아요.”
“그래, 넌 유일하게 열 세번의 실험 끝에 살아남은 인간 병기야! 이대로 죽게 할 순 없어.”
인간병기…지유가? 난 다만 초능력자라고 생각했을 뿐. 정말 그 책에서나 나오는 인간 병기란 말인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키워진?
“…죽는 것과 같잖아요.”
“넌 기계화 되어서 영원히 사는 거다. 영원히.”
“박현중…잊어 버리면 난 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건 쓸데없는 거야. 넌 나를 위해, G그룹을 위한 세계 최고의 병기가 되면 되는 거다.”
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이 인간은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걸 깨닫고 있는 나. 난 한시라도 빨리 지유를 데리고 지안이 기다리고 있다는 옥상으로 뛰고 싶었다.
잡고 있는 지유의 손에 힘을 주었다..
“이리 오너라.”
“…이봐요, 당신 누군지 모르겠지만 얜 내가 데려갑니다.”
참도 못한 내가 그를 향해 한마디를 하고, 중년 남자는 지유를 향하고 있던 차가운 시선을 들어, 나를 직시한다.
네 까짓 게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라는 듯이.
“그 아인 자네 동생이야. 거기다 이제 곧 병기가 될 몸이지.”
“병기 병기 그러지 말아요! 얜 인간이예요!”
“동생이라는 건 부정하기 싫은 모양이군, 자넨 박회장의 입양아일 텐데.”
처음 듣는 얘기다. 부모님께서는 한번도 내게 그런 얘길 안 해주셨으니. 어쨌든 지유가 내 동생이던 아니던, 그런 건 상관없다.
난 그저 함께 있고 싶을 뿐이다.
“내 동생 그럼, 내가 데려가요.”
“십 삼년동안 잊고 있던 주제에 누가 누굴 데려가?!”
“…아직도 잊고 싶어요.”
“…”
“얘가 내 동생이라는 거 지금도 믿고 싶지 않다구요. 그러니까 어디서 날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신까지 나 힘들게 하지 말아요.”
지금 남자라는 자존심하나에 눈물을 겨우 참고 있는 나인데, 힘들게 하지 말라고.
옆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지유의 눈길도 부담스럽다.
“당신 말대로 내 동생이라면 내가 데리고 가겠다구요!”
“데리고 가서?”
“함께 살 거예요.”
“…서로 사랑하면서?”
…이 인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난 문득 이 사람을 상대하면서 저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돋아오기 시작했다. 꼭 나를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말과 태도.
여전히 머리 속에 맴도는 건, 지유와 내가 남매라는 사실이다.
“동생이니까요. 동생이니까…”
“자네 동생은 이미 절반쯤, 아니 이미 완성됐을지도 모르겠군.”
“?”
“뇌가 이제 곧 멈출 거야. 그리고 내 명령에만 복종하는 병기가 되지. 말 그대로 로봇이야.”
난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옆에 있는 지유를 쳐다보았다.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안심시키는 지유지만 이미 그녀의 거짓말은 익숙해졌다.
눈 앞이 깜깜해져 온다.
“이런…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내가 저 아일 주운 순간부터, 내 것이었으니까.”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난 지유의 손을 잡고 출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뒤에서 탕, 하고 들리는 총소리가 있다.
그리고 총소리와 함께 바람처럼 움직이는 지유의 몸. 잠시 후 지유의 펼쳐진 손바닥 위엔 총알이 놓여있었다.
“…살려서는 돌려보낼 수 없어. 넌 어차피 살 수 없는 몸이야.”
“압니다.”
지유야? 희미하게 미소 짓는 지유. 냉정한 그의 말에도 넌 웃을 수 있어? 난 네가 살 수 없단 소리만 들어도 다리가 떨려오는데 넌 왜 그렇게 냉정해?!
다시 뒤 돌아서 내 손을 잡고 옥상을 향해 걷는 지유다. 이번엔 총을 쏘지 않는다. 거기다 쫓아오지도 않는다.
“사실이야?! 거짓말이지? 너 살 수 있지?”
“하나만 물어봐.
“살 수 있지?!”
“아니.”
이럴 땐, 거짓말이라도 살 수 있다고 해줄래.
그리고 활짝 열린 옥상 문으로 거센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어 놓을 때였다. 까맣고 맑은 지유의 눈동자가 붉은 색으로 바뀌어 버린 건.
“지…유야?”
“…I am G-you.”
붉은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고 그녀의 하얀 손이 내 목에 와서 감긴다.
내 머리에는 지유가 아니다 라는 생각만 가득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왜 그래? 이제 옥상 다 왔어. 헬리콥터 소리 안나?”
“꺄아아악!”
목을 꾹 누르고 있던 지유의 손이 풀리고, 그녀는 찢어질 듯한 고함소리를 내질렀다. 난 멍한 눈으로 바닥에 머리를 잡고 뒹구는 지유를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래?!”
“…헬기로 가. 지안이 기다리고…있어.”
여전히 붉은 눈동자의 지유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괴로운 표정으로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그녀는 어서 가라는 듯 손짓을 보냈다.
“너도 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그녀. 난 바닥에 앉아서 지유의 팔을 내 어깨에 받쳤다. 그리고 바닥에 쓰려진 그녀의 몸을 일으킨 후, 계단을 향해 한 발짝 걸음을 내딛었다.
“놔두고 가.”
“싫어! 네가 안 가면 나도 안가.”
“말 들어!!”
“넌…? 넌 혼자 남아서 어쩌려고?! 죽으려고? 나 안전하게 보내놓고서 혼자서 죽을 작정이었어?!”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분노를 참다 못한 나머지 두 눈에서는 눈물이 뺨을 타고 내린다.
벽에 몸을 기대고 괴로운 듯 이마를 짚고 있는 지유. 난 그런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안 지켜줘도 돼. 같이 가자. 죽어도 같이 죽자.”
“…그런 건 내가 못 봐.”
“안돼. 네가 혼자 죽는 건. 지금까지 넌 혼자였잖아…나도 그런 건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어.”
“내가 살아온 이유, 네가 이유였어.”
정신이 혼미해져 오는 것일까. 지유는 슬픈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그 누구도 아닌, 나 때문에 존재하고 있었노라고.
“한국 대통령 암살이 목적이긴 했지만, 내 진짜 목적은 너를 찾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찾았다. 이젠 죽어도 돼.”
“싫어…싫어, 지유야.”
“이게 뭔지 알아?”
품 안에서 작은 진주하나를 끄집어내는 지유. 초등 학생들이 가지고 노는 탱탱볼과 같은 크기의 구슬이다. 고개를 젓는 날 보며 피식 웃었다.
구슬을 가지고 있는 손의 새끼손가락을 유난히 상하로 움직이는 지유다.
“내가 살 수 있는 방법. 그러니까 안심하고 먼저 가. 따라갈 테니까.”
“…어떻게 믿어?”
“사랑하니까 믿어.”
“정말 따라 오는 거야?”
“그래. 일단 여기 정리부터 하고.”
“진짜지?”
지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신 그렇다는 대답에 난 그제야 잡고있던 지유의 손을 놓고서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한 중간쯤 올라갔을까? 다시 뒤 돌아선 채, 벽에 기대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살아…오는 거다.”
“내 심장은 박현중한테만 뛰는 거 알잖아.”
어서 가라는 듯 손짓을 해보인다. 난 옥상을 철문을 쾅_ 하는 소리와 함께 열었고, 문을 여는 순간 눈부시게 비치는 햇빛과 함께 공중에 떠있는 헬기가 보인다.
지안이 내려주는 사다리를 타고 그렇게 헬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깨달아 버렸다.
“지안.”
“네.”
“지유 거짓말할 때, 어떤 지 알아?”
“아뇨.”
“왼손 새끼 손가락을 유난히 움직이더라고…왜 그걸 몰랐을까.”
헬기가 오피스텔 빌딩을 지나 이젠 제법 건물이 작게 보일 즈음, 들려오는 커다란 폭파소리. 그리고 뒤 돌아 본 내 눈에 보이는, 무너져 가고 있는 오피스텔.
아직…그 안에 지유가 있어. 아직!
“콰쾅”
차곡차곡, 무너져 가는 오피스텔. 그럼 지유가 아까 들고 있던 빨간 구슬은 폭발물이었나? 그런 거였나? 처음부터 이럴 속셈이었어?!
지안은 그 모든걸 예상이라도 한 듯 묵묵히 헬기를 조종하는 데에만 몰두했다.
두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나왔다. 소리없이 그렇게 계속.
“지안…헬기 돌려!”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지유라면…탈출할 수 있을 거야. 있어! 텔레포트를 할 줄 아니까!”
“…이미 걘 결심했어요.”
“나랑 약속했어! 빨리 돌려!”
살아 오겠다고. 내 심장이 뛰는 한, 같이 살겠다고 그렇게 약속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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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 꼬릿말을 아주 많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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