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일애

글/그림 :

에델바이스 [07]

일심일애 (hood1230@hanmail.net)
(http://cafe.daum.net/love1hart1)


에...오해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 남깁니다.
지유를 납치한건, G그룹이 아닙니다.

지유가 납치당해서 버려진 걸, 주운 사람이 쟌회장이랍니다.


#7.




"소풍?"
"네, 지유가 가고 싶어 합니다."


"병기주제에 건방지게..."
"아버지!"


"...뭐 경험을 다양하게 쌓는 것도 좋겠지, 다만 인간의 감정이 늘어나선 안돼."




제너멀 오피스텔, G그룹의 총수와 지안의 삭막한 대화가 오고 간다.

지안은 파르르 떨려오는 주먹은 꽉 쥐었다. 눈 앞에 있는 금발머리의 남자는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설령 자신의 아버지라 할지라도.


그에게 있어서 지유는
병기에 불과했다.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히든키, 인간병기.




"어째서요?"
"뭐가 말이냐?"

"지유는 인간인데! 왜 인간의 감정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겁니까?!"
"...인간이 아니니까."

"?!"
"병기니까."




짧은 대답.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 안에서 쟌 회장의 차가운 목소리가 지안의 귀에 들려왔다.


* * *


지안이 다섯 살이 되던 때.
한 달에 고작 한번 집에 오는 게 전부였던 그의 아버지가 한 여자아이를 데려 왔었다.

진흙 투성이의 얼굴에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던 아이.



그녀는 한국에서 입양해 온 아이라 했다.




"아버지, 얘는 누구예요?"
"...병기다."

"네?"
"아니, 네 동생이란다."




느닷없이 공항에서 주워왔다는 아이를 입양시킨 아버지.
그리고 다음 날,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다.




"오랫동안 연구해온 방법을 이 아이에게 실험할 것이다."




아버지께서 연구하시던 일은, '인간병기' 였다.
인간의 몸에 온갖 합성물질과 위험한 독극물을 투여하여, 말 그대로

'초능력자'로 만드는 것.




'겨우 다섯 살이잖아요.'




목 너머로 나오려던 말을 꾹 눌러 참았던 지안이었다.
일주일 뒤.

그 아이는 G-You 라는 이름과 함께
싸늘한 병기의 모습으로 바뀌어 돌아왔다.




"아버지?"
"이제부터 이 아이의 이름은 '지유'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
"초능력을 투입했을 뿐."




그렇게 지유는 눈동자의 빛을 잃었다. 그리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에 일주일을 앓아 눕고 일어난, 그녀의 첫 마디는




"오빠..."
"응?"

"...내 이름 남희인데."
"넌 지유야."

"아닌데."
"지유야."


"내 이름 남흰데..."




지유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 한 방울이 시트를 적시고,
그 눈물은 마지막이 되었다.



"기억이...안나."



모든 기억을 잃었다. 아마 수술 중, 쇼크로 인한 기억상실증일 것이다.
하지만 지유는, 13년이 흐른 지금도 잊지 않는 존재 하나가 있었다.




"오빠."




그녀가 잊지 않는 단 하나의 존재.
지안은 느꼈다. 언젠가 지유는 오빠란 존재를 찾아, 자신을 떠날 것임을.


회상을 끝낸 지안이 조용히 총수실을 나왔다.
자신의 아버지가 있는 곳이었지만 항상 그곳은 팽팽한 긴장감과 싸늘함이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그의 발걸음이 지유가 있는 도장으로 향한다.




"유야."
"..."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문 앞에 서서, 가만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지안.




"아버지께서 내일 가도 된다고 하셨어."
"..."

"나 들어가도 돼?"
"아니."

"들어갈게."
"..."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안이다.

이미 일방적인 그의 태도에 익숙해진 듯, 죽도를 쥔 손에 힘을 주는 지유는
앞에 있는 타이어를 향해 돌진한다.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 짓는 지안.




"오랜만에 대련할래?"
"..."



말이 없다는 건, 그녀에게서 긍정의 의미이다.
싱긋, 웃어 보이며, 도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뛰어가는 지안.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반대편 거울을 보는 지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겹쳐지는 박현중의 모습에 그녀는 자신도 놀라, 고개를 내젓는다.




"왜그래?"
"아니다."

"?"
"죽도 잡아."




고개를 갸우뚱 하며, 호구를 집어 드는 지안,
짧은 기합소리와 함께 손에 쥔 죽도가 서로 부딪히는 거친 소리가

도장 안에 머무른다.




“여전하구나.”
“…”

“네 공격법은 늘 똑같아.”
“말 많다, 너.”




타탁, 둥그런 원을 그리며 지유의 앞까지 바짝 죽도를 들이대는 지안.
검도에 있어서는 그녀보다 한수 위인 그였다.

코너로 몰린 지유의 눈썹이 일그러지고, 죽도를 쥔 그녀의 손에서는
붉은 화염이 작게 피어 올랐다.




“그러면 안되지.”
“…”




지안은 찰싹, 왼손으로 가볍게 지유의 손등을 때린다.
그제서야 그녀의 손끝에 머물던 불길이 멈칫, 하고 사라졌다.




“초능력은 반칙이야.”
“반칙했다.”

“…후. 유야.”
“왜.”

“우리 내일 가지 말까?”
“난 간다.”




호구를 벗어 들고,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서 있는 지안.

머뭇거리던 그의 입에서 한마디가 흘러 나온다.




“나한테서 더 멀리 가지는 마.”
“씻으러 가지 말라는 건가.”

“아니.”
“간다.”




그가 말하고 싶은 건, 이 곳에서 나가지 말란 의미가 아니었다.
텔레포트를 사용해, 이미 저만치 멀어진 그녀였지만


지안의 낮은 목소리는 듣는 이 없이, 홀로 도장 안에 머물렀다.




“다른 사람…관심 두지마.”




* * *



“자, 다 모였지? 뭐, 인원점검 안 해도 다 왔을 거라 믿는다.”




너희들은 소풍에 목숨 거는 아이들이니까.
안 왔으면 그대로 출발해 버리련다. 기다리기 귀찮다.




“선생님.”
“왜?”




빼빼 마른 실장 녀석이 검은 뿔테 안경을 바짝 올리며, 나를 부른다.
응? 왜? 설마 오늘 같은 날 지각하는 놈이 있는 거야?




“지안하고 지유가…아직.”

“이것들이!”




또 니들이냐! 내가 아주 그것들 때문에 미쳐요.




“…실장아.”
“네?”

“우리 그냥 걔네 버리고 갈까?”
“네에?!”

“에잇, 그냥 버려!”
“선생님?!”




버리자. 좋았어. 자, 출발!
그때, 척 하고 어깨에 올라오는 하얀 손 하나.

허허, 이 느낌은 분명히 그 녀석일 텐데.
그러면 그렇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사람은
하얀 셔츠에 검은 정장바지를 입고서, 긴 머리를 양갈래로 가지런히 묶은 지유다.




“하하, 좋은 아침이구나?”
“…박현중 우리, 놔두고 가려고 했나?”

“야! 누가 먼저 시간, 안 지켰는데!”
“지안.”

“너는! 네 눈에는 지금이 9시로 보이냐?!”
“쟤, 때문에 늦었다. 쟤 혼내.”




허허…
이 허탈한 감은 대체 뭐란 말인가.

지유 옆을 보니, 급하게 뛰어온 건지, 헉헉 거리며 급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정장 차림의 지안이 있다.



쟨 뛰어온 기색이라도 보이는데, 눈 앞의 이 여자애는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태연하다.

이것들이 내가 어제 옷차림은 간편히, 라고 누누이 강조했거늘.




“야, 니네 옷이 그게 뭐야!”
“…?”




무슨 일이냐, 라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두 놈.
후, 성격 좋은 내가 참자. 나만큼 좋은 선생이 어디 있겠냐.




“현중아.”
“쉿, 너 애들 있는 곳에서 이름 부르지 마라.”


“그럼 애들 없을 땐 불러도 되나?”
“죽을래?”


“아니.”
“아악, 너랑 말하기 싫어!”


“나도 박현중이랑 말하기 싫다.”
“…말을 말자.”




저벅저벅, 관광차에 오르는 나, 내 뒤를 이어서 차에 타는 지안과 지유.

날 향해 싱긋, 웃어 보이는 지안 녀석의 미소가 의미심장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지유의 눈이 부담스럽지만


오늘은 소풍 날이니까 특별히 참아주겠어.




그때.




“스토오옵!! 잠깐!”




맨 마지막으로 교문을 나서려는 우리 반, 관광차 앞으로 튀어나온 한 사람.

제길, 제길.
하느님! 왜 저에겐 이런 시련들만 골라서 주시나이까?!




“호오~ 박현중, 니 눈알에는 지금 10시로 보이냐?”
“아하하…선배, 오늘따라 되게 아름다우세요.”

“닥쳐!”
“잘못했…억.”




노란 츄리닝을 입은 정선배는 차로 팔딱 뛰어오르자마자,
맨 앞 자리에 앉아있던 내 멱살을 쥐고 흔들었고

건너편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지유 녀석은 흥미로운 눈으로 날 주시하고 있으니.
정춘자! 이 엽기녀야, 학생들이 보고 있다고!




“저…선배 이것 좀, 놓고! 악!”




그러나 이미 이성을 잃은 그녀에게 나의 외침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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