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30일째] 자유로운 영혼이 숨 쉬는 호우죠스이군 유스호스텔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59)>


- 자유로운 영혼이 숨 쉬는 호우죠스이군 유스호스텔 -


2010. 4. 23. 금요일 / 맑음 (30일째)

엔묘지에서 나와 다시 길위를 걷기 시작하려고 산문을 빠져 나갔는데
왠 할머님께서 아가타상을 부르신다.



점심때도 다 되어가니 이 돈으로 맛난 것 사 먹으라며 1,000엔을 주시는
것이 아닌가!!!!

아가타상은 감사하다면서 그래도 돈이 너무 많으니 반만 주시는 것이
어떠시냐고 자신의 동전 지갑에서 500엔을 꺼내려고 했다.



그러나 터푸하신 할머니님께서는 주는대로 다 받으라고 500엔을 돌려
주려는 아가타상을 저지했다! ^^;;

아가타상 같은 아들이 있다며... 아들 생각 나서 주는 거니깐 그냥 받으란다.

오셋다이라는 것이 원래 거절하면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기때문에 아가타상도
더이상 거절하지 않고 감사하다며 돈을 받았다.

그리곤 내게 와서 오셋다이로 받은 돈을 보여주며 이걸로 맛있는 점심을
사주겠다고 하신다.

"아니예요.
이건 아가타상이 받은 오셋다이인데 전 괜찮아요."

"아냐. 함께 있을 때 받은 거잖아.
이런건 같이 써야 좋은 거야."

늘 마음씀씀이가 너무나 따뜻하시다.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돈을 오셋다이로 주는 것은 처음 봤어요.
주로 동전을 주신다고 생각했는데...!"

"난 전에 아내랑 함께 여행할때 각각 3,000엔을 받은 적도 있는 걸~"

"에!!!! 정말요???"

"응!!!"

"오... 대단하세요~!!!
난 언제 그런 날이 올려나? ㅎㅎㅎ ^^a"



"희상! 우리 저 집에서 점심 어때???"

"좋아요. ^^"

"오늘 점심은 내가 쏠테니 먹고 싶은 것 맘껏 고르도록 해."



주문한 음식이 오기 전에 입가심으로 고른 오뎅과 두부~



내가 고른 음식은 텐동이다. ^^



아가타상이 고른 우동정식 중에서 손으로 직접 뽑아 만든 우동~



셋트 메뉴에 함께 나온 음식인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밥 한공기까지~ 푸짐한 셋트 음식이다.

저렇게 많이 드시는데도 몸은 정말 많이 말랐다. ㅠㅠ
부러움에 눈물이 좔좔...ㅠㅠ



늘 배푸는 삶을 실천하고 계신 아가타상...!
천사가 따로 없다. ^^b



식사를 마치고 해변 길로 해서 걷기 시작했다.

넓은 바다와 시원한 바닷내음이 무척이나 좋은 날씨다.

그러나 오늘 나의 몸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ㅠㅠ

이유는 다름아닌 매직에 걸렸기 때문이다. --;;;

집에서도 이날은 집에서 거의 누워 있을 정도로 몸이 아픈데...
그런 날에 이렇게 걷기까지 하니 몸상태가 최악일 수 밖에...
약을 아침 점심으로 계속 먹었는데 통증이 좀처럼 가라 앉지 않아서
오늘 따라 아가타상과 나의 걷는 간격도 점점 커진다.
(평상시는 아가타상과 간격이 그리 멀지 않다.)



점점 멀어지고 있는 아가타상의 뒤를 걷고 있는데 차 한대에서 한
아저씨가 나오시더니 먹을 것을 오셋다이로 건내 주셨다.



오~ 빵이다 빵!!! ^^

나보다 앞에 있던 아가타상도 이 아저씨에게 똑같은 것을 오셋다이로
받으신 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상, 우리 저 앞에서 앉아서 먹을까???"

"네. ^^"



밥 먹은지 한시간 밖에 안 되었는데 또 먹는다. ㅎㅎㅎ

그래도 마침 휴식이 필요했는데 이런 멋진 휴게소에 앉아 탕분을 섭치하니
몸이 좀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희상 이게 무슨 빵인지 알아???"

"무슨 빵인데요?"

"여기 봉지에 보면 [灸-きゅう]라고 써 있잖아.... 이게 뭐냐면...
한국에도 아마 있을텐데..."
하면서 빵을 팔뚝 위에 올려 놓으신다.

"이렇게 하면서 치료 하는 것 있잖아."

"아... 뜸이요."

"응 그것 모양을 본따서 만든 빵이야.
그래서 이름이 큐우라고 되어 있는거고.
유명한 빵이야."

"아.. 그렇구나!!!
이것 먹으면 뜸 뜰때 처럼 몸에 치료도 되려나?? ^^a"



"아가타상 사실은 오늘 내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요.
왜... 그거 있잖아요. 여자들 한달에 한번씩 배 아픈 날... ^^a
그래서 오늘 따라 걷는 것이 쉽지 않네요."

"아... 그랬구나. 음... 역시 여자들은 이런 날은 걷는 것이
고역이겠네... 어쩐지 오늘 영 잘 걷지 못한다 했지.
어차피 오늘은 걷는 거리가 길지 않으니깐 천천히 컨디션 살피면서
걷도록 해."

"네. ^^"

이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아가타상에게 이야기 할수 있는 것을 보면...
아가타상과 나의 관계도... 참 가까운 사이가 아닌가 싶다. ^^a



다시 해변가를 걷기 시작했다.

나는 내 컨디션에 맞게 천천히 아가타상 뒤를 걸었다.

저 만치 걷고 있던 아가타상이 또 누군가와 이야기 하면서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라? 아가타상의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피로 회복제?



아가타상에 피로 회복제를 주신 아저씨께서 나에게도 한병 건내 주셨다.

오늘은 정말 오셋다이 풍년이다. ^^b

힘들면 힘들수록... 위로 해주는 사람이 더 자주 나타난다.
시코쿠에서만 느낄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자 축복이다.



해변길을 다시 따라 걷다가 해변길을 벗어 나는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어떤 자전거 타고 가던 아저씨께서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해변길 풍경이 더 좋으니 그 쪽 길로 해서 가라며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걷게 만드셨다.

에고... 가득이나 걷는게 버거운 날인데...
걷던 길을 다시 또 걷게 만들다니... --;;;



자기는 자전거 타고 가니 우리의 힘겨움은 모르고 풍경만 설명하느라 바쁘다.

거기다 사실 이 아저씨 조금...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 듯해 보이기도 했다.



혼자서 알수 없는 말을 막 떠들기도 하고... 혼자서 음료수를 마시며
우리 곁을 계속 자전거를 타며 따라 오셨는데...
이럴때 보면 츄상과 아가타상의 성격이 반대인 것이 보인다.

츄상 같으면 그냥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좀 모자란 듯한 분이 들려주는 끊임없는 수다를 들어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천사표 아가타상... 싫은 내색 하나도 하지 않고
그분이 말한 길로 걸으며 그분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다.

그런 아가타상의 뒤를 나도 말없이 따라 걸었다.



멀리 보이는 귀여운 섬들... 이 섬을 보여주고 그 아저씨는 자신의
길로 돌아가고 우리는 오늘 묵을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3시 드디어 오늘 묵을 호우죠스이군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
유스호스텔에 묵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스호스텔 앞마당에 얌전히 앉아 있던 녀석~
누구의 개일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호우죠스이군에서 키우는 개다.



주인 아저씨께서 반갑게 우리를 맞이 하시며 룸은 어떤 형태가 좋냐고
물으셨다.

나는 침대방을 선택했고 아가타상은 다다미방을 선택했다.

그런데 침대 쿠션이 간이 형태로 되어 있는 침대라...
나도 다다미방으로 선택할걸~ 하는 후회가 조금은 있었다.^^a



주인 아저씨께서 이 근처에 꽤 괜찮은 스파가 있다고 갈거냐고 물었는데...
나는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수 없는 관계로 가지 못하고 아가타상만
갔다 오기로 했다.

스파 티켓을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었는데 나이가 65세 이상은 좀더
싼 티켓이 있었다.

딱~! 65세인 아가타상은 할인 티켓에 기분이 업 되셨다. ㅎㅎ
나이 많아서 기분 좋을 때도 있다니.. ^^a



나는 스파에 못가는 대신 이곳에서 샤워를 했다.

호우죠스이군 주인 아저씨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것 같다.

다른 유스호스텔을 간 적이 없는 나로써는 원래 유스호스텔이
이런 분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안 분위기가 좀 산만하기는 하다.

전체적으로 정돈를 거의 안하는 분위기 였는데 나에게는 오히려
그 분위기가 더 편안하고 정감이 넘쳤다.

마치 내 방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ㅎㅎㅎ



목욕을 마치고 2층 거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사용료는 무료다.
이 얼마만에 보는 컴퓨터냐...!!!

오랜만에 홈피에 접속해서 나의 무사 소식도 전하고 친구들에게
소식도 전하면서 느긋히 저녁식사 시간을 기다렸다.



호우죠스이군의 저녁은 어마어마하다. ^^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어마 어마한 음식을 내 주신다.
그것도 먹고 싶은 만큼 양껏 부페식으로 먹을 수 있다. ^^b



내가 생선구이 종류를 못 먹는 걸 아시고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뚝딱 쇠고기 요리를 만들어서 내 주셨다. ^^b

그것도 한국양념을 이용해서 한국식으로 만든 것이다.
아~ 맛은 정말 끝내준다.

거기다 김치까지... 굿~!!!!



먹고 싶은 음식을 집게로 집어서 자신의 접시에 옮긴 뒤 양껏 먹으면 된다.

오늘은 정말 음식 하나는 호강하는 날이다.

음식을 보고 감탄하는 내게.... 아저씨께서는 한국 사람들 중에서는
이렇게 맛난 음식을 돈을 아낀다고 안먹고 라면으로만 때우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 하셨다.

"정말요? 아마도 이렇게 잘 나오는지 몰랐을 거예요.
제가 이곳에 묵는 사람들에게 꼭 이곳에서는 식사 포함으로 해서
음식 맛보라고 전할께요. ^^"

"꼭 그렇게 해줘~"



정말 이곳은 음식 포함으로 할때가 더 좋은 곳 같다.

오기 전에도 이곳 음식이 푸짐하다는 오헨로상들의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들린 곳이기도 하다.

거기다 아저씨께서 어찌나 재미난 분이신지...
식사 하는 내내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고...
또 아저씨가 키우는 개가 아저씨가 던지는 공을 잡는 묘기도 보여주셨다.



맛난 음식에 빼 놓을 수 없는 맥주~
오늘도 어김없이 아가타상과 마셨다.

오늘 저녁 맥주는 점심에 대한 보답을 할겸 내가 쏘기로 했다. ^^v



식사를 하는 동안 테이블 밑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녀석~
덩치는 무지 큰데 무척 순하고 착하다. ^^b



내일은 아가타상과 다른 곳에 투숙을 한다.
내가 더 많은 길을 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곳 아침
식사를 먹고 가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아저씨가 만든 요거트와 빵을 먹기 위해
아침까지 포함해서 먹는 것으로 결정했다.

여행에서 먹을 것을 빼면 무슨 재미겠는가. ㅎㅎ

모레에 묵을 곳은 이곳 아저씨께서 싸고 좋은 민슈쿠를 알려주셔서
그곳에서 모레는 아가타상과 함께 묵기로 했다.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라는데 많은 인원수가 묵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고 해서 이날 예약을 해 놓았다.

오늘 하루는 몸상태가 안좋아 무지 힘든 날이었지만...
힘을 준 오셋다이와...
맛난 음식들 덕분에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날이 아니였나 싶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엔 X 2 = 600엔 / 저녁식사때 마신 맥주 3잔 1,350엔
호우죠스이군유스호스텔 숙박료 (식사포함) 4,330엔
당일총액 : 6,280엔

[참고로 유스호스텔에 숙박할때는 회원증이 없으면 할인을 받을 수
없거나 묵을 수 없는 곳도 있다.
그러나 호우죠스이군유스호스텔에서는 오헨로상에게도 할인한 상태의
금액으로 받아 주셨다.]


일일 도보거리 : 23km
도고아이 ~ 52번 절 다이산지 ~ 53번 절 엔묘지 ~ 호우죠스이군 유스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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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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