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31일째] 갈림길에서 엇갈려 아가타상과 헤어지다.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60)>


- 갈림길에서 엇갈려 아가타상과 헤어지다. -


2010. 4. 24. 토요일 / 맑음 (31일째)

5시에 일어나 씻고 가방을 챙긴 뒤 아침을 먹기 전 인터넷을 잠시 하다가
6시에 식당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에 아침에 먹을 음식에 대한 설문 조사지에 취향을 적어 냈었다.

계란은 스크램블로 음료는 커피로 적어 놓았더니 주인 아저씨께서
원했던 음식으로 준비해 주셨다.

따끈 따끈한 빵까지.... 정말 멋진 서양식 아침 식사다.

역시 안 먹고 갔으면 후회할 뻔했다.



거기다 아저씨께서 직접 만든 요거트다. ^^b

아~~~~~~~~~~~~~~~~~~~~~~!!! 어쩜 이렇게 음식 솜씨가 좋으신지. ^^bbbb



출발하기 전 정문에서 마스코트 개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너무나 친절하셨던 주인 아저씨와도 찰칵~!!! ^^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아저씨다.

그나저나 아침을 너무 느긋하게 먹었나 보다.

오늘 갈길이 먼데... ㅠㅠ
출발 스타트 시간이 6시 45분~



바쁜 것은 바쁜 것이고... 이런 기념촬영 장소를 그냥 지나갈리 없다. ^^



오늘은 아가타상보다 내가 가야 할 길이 더 멀다.

가는 곳까지는 함께 걸을 예정이었는데... 1시간 쯤 걷다가 더운 듯 싶어
잠바를 넣기 위해 잠시 가방을 벗고는 아가타상 보고 먼저 걸어 가시라고 했다.

그리고 잠바를 가방에 넣고 선그라스를 끼고 다시 걷는데....
좀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아가타상이 안 보인다.

어??? 내가 너무 꾸물거렸나???
싶어 열심히 빠른 걸음으로 갔는데도 보이지가 않는다.



조금 뒤 아가타상에게 전화가 왔다.

나보고 어디냐는 것이다.

뒤따라 가는 중인데 보이지가 않는다고 하니 언덕길에서 어느쪽으로
갔냐고 물으신다.

알고보니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길로 걸은 것이다. ㅠㅠ

다시 그쪽으로 가자니 온 길이 너무 많고 어차피 길이 또 합쳐 질거니
각자 걷기로 했다.

특히나 난 시간이 촉박하니깐 되도록이면 빨리 가라고 하신다.

아쉽지만 아가타상과 오늘은 따로 걷게 되었다.



작은 산길을 넘어서니 바닷길이 펼쳐졌다.

짠 내음을 맘껏 마시며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그나저나 이 지역은 기와가 유명한 곳인가 보다.
이곳 저곳에서 기와 공장을 만날 수 있었다.



[접대소
수고하십니다. 조금 쉬지 않겠습니까?
기와의 고장 기쿠마에서 태어난 후지 카에루입니다.
자유롭게 갖고 가세요.
후지 카에루 (기쿠마 도예 애호회)]

후지카에루란 분이 오헨로상들을 위해 오셋다이 물건들을 놓고
자유롭게 갖고 가라고 써 있었다.

저때만해도.... 아니 지금도... 한자를 보면 까막눈이다. ㅠㅠ

무인 판매소인지...? 오셋다이인지...? 모르는 나로써는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갔다. ㅠㅠ

히라가나로 오셋다이라고 써 있었다면 뭔 뜻인지 알았을텐데... --a



휠체어를 타고 순례중인 할아버지...
나의 반대편으로 향하는 중이었는데....
그럼 역순례자인가???

암튼... 어떤 형태로든 이곳을 도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늘 건강하길 기원하며...



길에서 만난 헨죠인~

88개의 절에 속하지는 않는 절이다.



집 앞마당에 차와 사탕 종류를 오셋다이로 준비해 놓은 곳~

오늘 시간적 여유만 있어도 앉아서 좀 쉬다 갈텐데....
아쉽게도 패스~~~



커다란 공장지대~



내 앞에 커다란 가방을 멘 오헨로상이 걷고 있다.

한참 걷다가 저 오헨로상이 담배를 피는 사이 내가 앞질러 걸었다.

그리고 나서 얼마 뒤 내가 쉬고 있는데 그분이 또 내 앞을 지내 가려다가
나에게 어떤분이 오셋다이로 준 음식인데 자기는 단것을 싫어 한다며
먹으라고 주시고 간다.



노숙을 주로 하면서 걷는 오헨로상인 것 같다.

가방을 자세히 보니 때로는 트렁크처럼 끌고 갈수도 있는 가방인 것 같다.



오헨로상이 준 오셋다이~

건방져 보이는 팬더 녀석을 바로 잡아 먹었다. ㅋㅋㅋ



한참을 걷다가 정자에 가방을 놓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아까 그 오헨로상이
담배를 피우며 쉬는 모습이 보였다.



담배를 엄청 즐기시는 모양이다.
말수도 없고 과묵하다보니... 특별한 말 한마디 건내지 않고 그냥 출발했다.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보니... 드디어 목표 지점이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오후 1시 드디어 54번절 엔메이지[延命寺]에 도착하였다.

산문 옆에 왠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 순례자 것인가???



산문에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상점과 납경소가 있고 그리고 정면에는
본당이 보인다.

오른쪽에는 휴게소가 있는데 아까 나에게 먹을 것을 준 오헨로상이
또 담배를 피우며 쉬고 있다. ^^a



본당 왼쪽 계단이 있는 곳을 올라가면 대사당이 나온다.

이 절은 교키 승려가 부동명왕상을 조각하여 본존으로 안치하였으며
뒤에 고호대사가 당탑(堂塔)을 재정비하였다.
신앙과 학문의 중심적인 도장으로 번창했다.

쵸소카베(도사[현재의 고치현]을 지배하는 영주였는데 세력을 확대하여
1585년에 시코쿠 전 국토를 통일 한 사람)의 정복전쟁으로 도사를 제외한
88개소의 대부분의 사찰이 소실되었다.

이 시절 병사들이 엔메이지의 범종을 약탈하려고 했을 때 범종이 스스로
바다에 가라 앉았다는 전설이 있다.

종루에 있는 범종은 그 몸에 종과 그 주변의 역사가 가득 새겨져 있는
귀중한 유물이라 하여 태평양전쟁중에도 군용 공출(軍用供出)을 면했다고 한다.



정말 작은 아이들이 고사리 손까지 모으고 지장보살님 주변에 모여있다.

일본에서는 어려서 죽은 아이들을 지장보살님이 극락으로 보내준다는 신앙이
있다고 하던데.... 내 눈에는 저 아이들은 뱃속에서 죽은 아이들의 모습
같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납경을 받고 다음 절로 향하려고 하는데 아까 산문에서 본 자전거 주인인
듯한 외국인이 앞서 걸어 나간다.

나도 뒤따라 나가려는데 순례용품 가게 주인아저씨께서 차 한잔 마시고
가라고 해서 차 한잔 하고 다음 절로 향했다.

그나저나 점심때가 지났는데...
아까 오헨로상이 준 음식으로 연명하는 중이다.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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