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30일째] 길 위를 다시 걷다.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58)>


- 길 위를 다시 걷다. -


2010. 4. 23. 금요일 / 맑음 (30일째)

5시 30분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6시 30분 부엌으로 가보니 츄상이 아가타상과
나를 위한 아침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빵을 먹으며 츄상을 힐끗 쳐다보니 왠지 쓸쓸해 보인다.

아무래도 우리와의 헤어짐이 아쉬운 모양이다. ㅠㅠ



지도를 보고 몇일 뒤 만난 곳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7시쯤 출발하기로 했다.



출발 전 도고아이 대문에서 아가타상과 내가 먼저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이곳에서 몇일 지내게 될 츄상과도 헤어지기 전에 기념사진을
남겨 두었다.



다시 오헨로상의 옷을 입고 힘차게 나서는 나에게 꽃들도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나보다 더 씩씩하게 잘 걷고 계신 아가타상.. ^^;;

하루 쉬었다고 꾀가 나서 그런지 가방이 그전보다 더 무거워진듯한
느낌이다. --;;



앞에서 열심히 걷고 있던 아가타상이 어디론가 바삐 뛰어 가신다.

알고 보니 화장실... ㅎㅎ



화장실에서 나온 아가타상이 말하기를 이곳은 잇소앙[一草庵]이라고
하는 곳인데 방랑시인 타네다 산토카가 말년을 보낸 집이라고 한다.



아가타상 뒷모습을 찍은 건데 오른쪽 맨 앞에 나만큼이나 눈이 부은 학생
모습에 깜짝 놀랐다. ^^;;

저 학생도 어제 과식한 걸까??? ^^a



한참 걷고 있는데 아가타상이 갑자기 밭에서 발걸음을 멈추더니 나에게
"희상 이게 무슨 채소인지 알아?"
"콩 아니예요?"

"응. 맞아 콩인데 이름이 재미있어."
"뭔데요???

"소라마메라고 해."
"소라(하늘)마메(콩)요?"



"응. 여기 콩들을 자세히 보면 콩이 아래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늘을 보면서 크고 있잖아."

"어머나 정말~!!!! ^^b"

"그래서 소라마메라고 불러."

"정말 재미있는 이름이네요.
한번 듣고 바로 외워지는 걸요. ^^"

내가 아가타상과 함께 걷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이다.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아가타상은 걷는 내내 예쁜 꽃을 볼때나 식물을
볼때면 이름을 알려주며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신다.

그저 앞만 보고 정신없이 걷는 것이 아니라 이 길위에서 알알이 행복을
찾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귀여운 차가 지나가길래 재빨리 사진으로 남긴다.
건너편에는 전통 순례복장을 한 오헨로상이 지나고 있다.

엉청난 속도로 지나가고 있어서 그냥 손인사만 건내고 사라지셨다.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밭에서 일하고 있던 아저씨께서 우리를 부르신다.

줄것이 있으니 자신의 집까지 따라오란다.



아저씨 집앞에 도착해 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아저씨께서 귤을 한보따리 갖고 나오시는 것이 아닌가. ^^
둘에게 각각 3개씩 나눠주시며 정말 맛난 귤이라고 자랑을 하신다.



한참을 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저 멀리 니시야마상의 모습이 보였다.

니시야마상에게도 아저씨께서 귤을 나눠주셨다.

니시야마상은 후쿠오카에서 온 분인데 전에 도우베야민슈쿠에서 함께
묵은 적이 있는 분이시다.

이분은 오늘까지만 걷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신다고 한다.



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인데 52번절까지 함께 걷기로 했다.



니시야마상은 마라톤을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발이 무척 빠르시다. ^^;;

나는 오늘 컨디션이 나쁜 관계로... 뒤에서 내가 가능한 페이스로
뒤따라 걸었다.



52번절 다이산지[太山寺] 산문에 드디어 도착했다.
그렇지만 52번절은 원체 크다보니 산문에 들어서고서도 본당까지 350미터를
더 걸어가야만 한다.

안내판을 보니 본당보다는 납경소가 더 가깝다.
어차피 본당 갔다가 납경소로 와야하니깐 나는 본당으로 향하기 전에 납경소
잠시 들려 가방만 내려 놓고 본당으로 향했다.



한참을 걷고 나서야 본당에 들어서는 산문이 보인다.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아까 귀여운 차가 지나갈 때 얼핏 본
오헨로상이 바람과 같은 속도로 휘리릭~~~ 스쳐 지나간다.

얼마나 빠르면 우리가 도착할때 벌써 다음절로 향하는 걸까!! ^^b



52번절 다이산지는 586년 오이타현의 마노 쵸자가 오사카에서 배를
타고 여행을 하던 도중 이 부근에서 폭풍우를 만났지만, 관음보살께 빌어
이곳으로 안전하게 피난을 할수 있었다고 한다.
그 답례로 절을 건립했다고 한다.

에이메현에서 가장 오래된 본당은 일본, 중국, 인도의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1305년에 지어진 것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본당에는 역대 7명의 왕이 봉납한 7구의 십일면관음상이 있는데,
모두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참배를 끝내고 납경소로 다시 향했다.

납경소로 향하는 길에 아가타상이 가방이 어디 있냐고 묻길래 올라오는
길에 미리 납경소에 놓고 왔다고 하자 "역시나~^^b"라고 한다. ㅎㅎ

체력이 안되는 사람은 이렇게 잔머리라도 굴려야 하지 않겠는가. ㅎㅎㅎ

이곳 납경소는 마치 용이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축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납경장을 받고 바로 53번 절로 향한다.



53번절은 52번절에서 2.6km라는 착한 거리에 있다.

52번절에서 35분정도 걸으니 어느새 53번절 엔묘지[円明寺]의 산문이
눈에 들어왔다.



본당과 대사당에 들려 참배를 드린 뒤 이 절에서 최고의 볼걸이라 할수
있는 동판으로 되어 있는 오사메후다를 찾아 보았는데 당체 어디에
있는지 알수가 없다.

아가타상에게 물어보니 아가타상도 잘 모르겠다고 하며 납경소에서
물어 본뒤 알려 주었다.



바로 이곳에 꼭꼭 숨겨 있었다. ㅎㅎㅎ

절에서 참배를 드릴때 종이로 되어 있는 <오사메후다>라를 것에 자신의
이름과 날짜, 주소를 써서 통에 넣는데 이것이 과거에는 목제나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민중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이며 미국 시카고대학
최초의 인류학 교수인 프레데릭 스타 박사가 1924년 엔묘지의 본존불에서
두개의 문짝이 달린 궤에 붙어 있던 동으로 만든 신사 참배 기념패를 발견하였다.



일본 최고의 동판으로 만든 오사메후다가 발견된 것이다.
납찰에는 '게이안 3년 오늘 히구치 봉납 시코쿠 동행이인 순례 중
이번 달 오늘 코고쿠 평인가차'라고 새겨져 있다.

게이안 3년이라고 하면 에도시대의 초기 무렵이다.
가차라고 하는 사람은 이세노쿠니 미야케군 출신으로 에도에서 재목상을
하는 유복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동판 오사메후다 이외에도 이곳에서 유명한 것이라고 하면 대사당 천장에
그려진 색채 풍부한 그림들이 있으며... 그 외에...



대사당 좌측에 마리아상이 새겨진 크리스찬 등농등이 있다.



무척이나 알찼던 엔묘지에서 이제 오늘 묵을 숙소로 향해 출발~~!!!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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