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8일째] 오헨로상들의 마돈나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54)>


- 오헨로상들의 마돈나 -


2010. 4. 21. 수요일 / 안개, 강풍 (28일째)

짐을 놓고 부엌으로 향하자 우리를 본 카메이상(도고아이 주인아저씨)이 우리가
오기 전 아가타상에게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에? 정말요????"

"네. 아가타상은 누구예요???"

"아가타상은 말이죠. 제가 만난 오헨로상 중에서 첫번째로 좋은 사람이예요."

"어...? 그래요? 그럼 츄상은..??"

아차...!! 츄상이 옆에 있었지... ^^;;;

"음... 츄상은 두번째...? ^^a"

그러자 바로 츄상이 나를 째려보다니 머리에 알밤 한대를 때린다. ㅠㅠ;;;
너무 정직해도 이럴때는 손해다. --;;;;

이런 우리 모습을 보고 카메이상이 웃는다.

아저씨께서 아가타상에게 한번 전화 해보라고 해서 츄상이 전화를 했더니
지금 46번절 죠루리지까지 왔는데 여기서 버스를 타고 도고아이로 와서
함께 잔 다음에 내일 다시 버스로 그곳까지 가서 걸을까?
생각 중이라고 한다.

그말에 완전 기쁜 나는 빨리 오라고 소리쳤다. ^^

그래서 아가타상은 오늘 예약한 쵸우진야를 취소하고 버스로 도고아이로 향했다.

생각만해도 너무나 기다려지는 저녁이다.

아가타상이 오는 사이 츄상과 나는 슈퍼에서 오늘 먹을 음식과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을 사러 가기로 했다.



길목에 나오니 온천 하나가 보였다.


"어? 여기가 도고온천이야???"

"아니야. 다른 온천이야.
난 도고온천 보다 여길 더 좋아해.
더 싸고... 사람도 좀더 적고 해서...!"

"그렇구나~!!!"



오늘 저녁은 츄상이 나베 요리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셋이 함께 먹을 맥주와 아침에 먹을 우묵가사리를 샀다.



숙소에 돌아와서 나는 샤워를 하고 츄상을 요리를 하고 있을 때 아가타도
도고아이에 도착하였다.



츄상이 만든 나베요리다. ^^b

츄상이 이렇게 요리를 잘할 줄이야!!!!

요리를 보고 환호하며 "츄상 이제 츄상도 아가타상과 함께 첫번째로
좋은 사람으로 등업시켜 줄께."라고 했다가 또 한번 알밤을 맞았다. ㅠㅠ;;;

그런 우리를 보더니 아가타상이....
"희상... 츄상이랑 있을때는 츄상이 첫번째라고 해줘야지!!!"하며 웃는다.



그래도 등업 되었다는 말에 은근 좋아하는 츄상의 모습...ㅋㅋ



"자 건배하자고!!!!"

처음으로 이렇게 셋이서 함께하는 밤이다.
다들 그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해 보이는 밤이다.



톰과 제리처럼 늘 아웅되는 츄상과 나... ^^z



딸처럼 아껴주는 아가타상과 함께... ^^v

"그나저나 아가타상!!!
오늘 나 중간에 만난 사카우치(역방향으로 순례하는 사람)방향으로
걷는 순례자를 만났는데 아가타상과 같은 곳에 묵는다고 해서 안부
전해달라고 했었는데 못 만났겠네요."

"아!!!! 만났어."

"에??? 정말요???"

"응. 처음 보는 사람이 나보고 아가타상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희상한테 들었다고 깜짝 놀랬지 뭐야."

"역시 아가타상 얼굴이 친절해 보이니깐 바로 알아보는 구나.
완전 유명인 다 되었네요. ㅎㅎㅎ"

"희상이 맨날 내 이야기 하니깐 그런거지. ㅎㅎ
희상이야 말로 정말 오헨로상들 사이에서 완전 유명하다고....
마치 오헨로상들의 마돈나 라고나 할까?"

"에?? 정말요!!!"

"그렇다니깐~!"

"에...!! 오헨로상들의 마돈나라... 완전 멋진 칭호네요. ^^
고맙습니다."

한국에서만 해도 난 참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고 늘 낙심하고 지냈는데...
이곳에 와서 오헨로상들의 사이에서 마돈나라고 불리우다니...
정말 많은 변화가 아닌가 싶다.

잃어버린 자신감도 찾고... 마음도 더 없이 따뜻해지고...
상처 받았던 마음은 그렇게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아... 오늘 같은 날 다카하시상도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전화 한번 해볼까???'

"네!!!!!!!"

다카하시상에게 전화를 했더니 다시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지난 번 나와 헤어지고 집에 잠시 돌아갔다가 다시 그 길부터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우리보다 뒤에서 걷고 있는 것이다.

중간 중간 휴게소에 있는 책에서 내 메세지를 보았다고 한다.

물론 한국어를 몰라서 내용은 알수 없지만 말이다.



츄상이 만든 나베요리.
국물도 정말 끝내준다. ^^b



나베 요리에는 역시 김치가 곁들어져야 더 맛있다.
김치는 나의 힘!!! ^^b



"아가타상 어제 45번절 이와야지에서 오모고료칸 갈때 빌려준 형광띠
돌려 드릴께요. 덕분에 무사히 안전하게 갔어요."

"아냐. 이거 안 돌려줘도 돼.
앞으로 혹시 또 늦은 시간에 걷게 되면 사용하도록 해."

"에? 정말요."

"응."

그동안의 밀린 이야기를 나누다 시계를 보니 8시 55분이다.

"아!!! 참!!! 아가타상 여기 시계탑 봤어요???"

"아니!!"

"9시에 시계탑 마지막 공연을 하는데 보러 갈까요."

"그래 그래!!! 가자!!!"

다 함께 급하게 시계탑으로 향했다.



아까 낮에는 본적 없는 제복 입은 아저씨가 시계탑 옆에서 뭐라 뭐라
설명하고 계신다.



드디어 9시 시계탑에 불이 들어오며 공연이 시작된다.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b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의 부탁에 츄상은 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다. ^^a

셋이서 바라보는 시계탑 공연은 어느때보다 더 즐거웠다.



다시 숙소로 들어가기 전 봇찬열차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 주었다.

다들 행복한 모습이다.



도고 아이 숙소 앞에서 아가타상과 나.. ^^

나는 내일 이곳에서 하루 더 묵을 생각이다.

오랜만에 오헨로상이란 이름을 하루 벗고 관광객이 되어 주변도 둘러보고
지금까지 힘들었던 발도 하루 휴가를 줄 생각이다. ^^

그러나 아가타상은 내일 출발한다고 한다.

내가 함께 하루 더 묵으면 어떠냐고 물어보니...
"그것은 희상 방식의 순례고... 나는 내 순례를 해야하니깐...."이라며...
거절을 했다.

그렇다.
이 길은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 위해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의 스케쥴에 끌려 간다는 것은 어쩌면 서로를 힘들게 할수도 있으니깐...!

아쉽지만 아가타상과는 내일 작별을 할 수밖에...
또 인연이 된다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츄상은 이곳에서 몇일 지낼 생각이라고 한다.

츄상과는 내일까지는 함께 하겠지만.... 츄상과도 모레는 헤어진다.
정말 이제 다 각자의 길로 가는 것일까???

그래서 더욱 더 애뜻한 밤이 아니였나 싶다.

내일 다시 순례를 해야하므로... 아가타상은 먼저 들어가 자게 하고
나는 설거지를 맡아서 하고 나서 방으로 올라가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도고 아이에서의 밤은 셋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엔 X 6 = 1,800엔 / 도고아이 숙박비 2,000엔
삶은계란 2개 147엔 / 명태알 삼각김밥 2개 280엔
캔맥주 500ml 3개, 김치, 우묵가사리 = 950엔

당일총액 : 5,177엔


일일 도보거리 : 33km
오모고료칸 ~ 46번절 죠루리지 ~ 47번절 야사카지 ~ 번외사찰 9번 몬주인 ~
48번절 사이린지 ~ 49번절 죠도지 ~ 50번절 한타지 ~ 51번절 이시테지 ~ 도고아이


무단 도용 및 스크랩, 리터칭을 통한 재배포 등은 절대 금합니다.
(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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