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7일째] 울트라 도보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46)>


- 울트라 도보 -


2010. 4. 20. 화요일 / 비 (27일째)

식사를 마치고 44번절로 향했다.



강물에 매달려 있는 고이노보리다. ^^
일본에서는 5월 5일 어린이를 위해서 비단잉어를 깃발로 만들어 걸어
놓는데 평상시에도 저렇게 걸어 놓기도 하나보다.



츄상이 걱정되어 성큼성큼 44번절로 향하고 있는 아가타상~



44번절 산문에 도착하면 커다란 짚신이 두개가 마주보고 있는데
이 짚신은 100년에 한 번씩 바꾼다고 한다.

짚신 안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오사메후다도 보인다.

나도 이곳에 오사메후다를 넣었다. ^^v



본당으로 향하는 아가타상...!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츄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도데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먼저 45번절로 출발한 것일까???"



44번절 다이호지[大寶寺]는 701년, 천황의 지시에 의해 한국의
백제(구다라)에서 온 승려가 십일면 관음보살을 산중에 둔 것을
형제 사냥꾼이 발견해 절을 세웠다고 한다.



저 보살님은 11면 관세음보살님이다.

11면이란 열굴이 11개가 있다는 뜻인데 앞의 세 얼굴은 자애로운 표정,
왼쪽의 세 얼굴은 분노, 오른쪽의 세 얼굴은 미소, 뒤의 얼굴 하나는 폭소를,
정상의 얼굴은 아미타부처님의 모습으로 중생들의 모든 희노애락을 보시고
이에 따른 자비의 모습을 달리하여 중생들을 고통에서 구제하시는 보살님이다.

참고로 44번 다이호지의 본존불이시기도 하다.



산길을 이용해 45번절로 이동을 했다.

무척 여러가지 갈래 길이 있어서 아가타상이랑 함께 가지 않았다면
길을 잃기 쉬울 것 같았다.



유난히도 이곳 주변에 돌에는 저런 식으로 구멍이 뚫여 있는 곳이 많다.

코보대사님께서 수행을 위해 판논 것일지도...(믿거나 말거나~) ^^a



오늘 아가타상이 묵을 후루이와야소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온천도 유명한 곳이다. (1박 2식에 6,800엔)



그리고 그 옆에는 버스정류소와 휴게소가 있는데 이곳이 오늘 츄상이
노숙할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 역시 츄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가타상이 시계를 보더니 조금 걱정하기 시작했다.

"희상 45번절 갔다가 숙소까지 가려면 많이 늦을 것 같아.
무리 하지말고 45번절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서 버스를 타는
것은 어떨까????
꼭 걷고 싶다면 내일 아침 이곳까지 다시 버스를 타고 와서 여기서
부터 걸으면 돼."

"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이따 상황봐서 제가 결정할께요. ^^;;
넘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타상이 가방에서 어깨에 두르는 야광띠를 주었다.

"혹시라도 돌아갈때 어두우면 이걸 꼭 착용하도록 해."

"넵. ^^"

"난 숙소에 가방 맡기고 금방 따라 갈테니깐 희상 먼저 출발하도록 해.
아무래도 시간이 빠듯하니깐~"

"넵!!! ^^"



아가타상을 뒤로 하고 먼저 45번절로 향했다.
돌아갈 시간이 염려되어 거의 뛰다 싶이 하며 열심히 걸었다.



45번절 입구에 위치한 가도타야료칸~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깨끗해 보이는 료칸이었다.



45번절로 향하는 초입에는 가게들이 지나가는 오헨로상들을 반겨주었는데
가방을 들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가방을 부탁하고 놓고
45번절에 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부터 앞으로 20분은 족히 걸어 올라가야 하기때문이다.



처음에 초입에 보이는 20분 걸린다는 문구가 거짓말일거라 생각했다. ㅠㅠ
그런데 이길 정말 장난 아니다. ㅠㅠ



"이봐~ 당신 조금 천천히 걸어요~"라고 써 있는 문구...!!!

빨리 걸으라고 해도 여기선 빨리 걸을수가 없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이기 때문이다.



이절은 인왕상이 특이하게 산문에 같이 있지 않고 따로 이렇게
놓여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완전 몸짱들이다. ^^b



인왕상을 봤으니 곧 산문이 보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266개의 계단을 넘고 나서야 보이는 산문~



산문을 보았으니 금새 본당이 보일거라 생각했다.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ㅠㅠ
걸어도 걸어도 끝도 없을 것 같은 오르막 계단들... ㅠㅠ



코보대사님이시여~ 어찌하여 저를 시험에 빠지게 하나요~ ㅠㅠ



걷는다~!!!



또 걷는다!!!



앞에 걷는 아저씨도 나만큼이나 힘들어 하며 걷는다. ㅠㅠ



지장보살님께서 힘내라고 합장을 해 주신다.



걷는 내내 걸려 있는 깃발에 써 있는 <나무다이시헨조콩고>를 수십번
외치고 나서야 드디어 저 멀리 납경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간신히 도착해서 숨 한번 내 쉬며 뒤를 돌아보니 벌써 아가타상이
뒤쫒아 왔다. --b

"희상 츄상에게 연락이 왔었어."

"네? 정말요."

"응. 숙소 카운터에 말해 놓고 갔더라고....
배가 아파서 쉬어야 할 것 같아서 도고온센 근처에 있는 숙소로
그냥 버스타고 이동했대."

"에? 정말요?"

"응. 내일 쉬다가 51번절에서 희상 기다리겠데.

"희상은 도고아이에서 이틀묵을 거지?"

"네. 오랜만에 주변 관광도 하고 쉬려고요.
아가타상은 모레쯤 도착하겠네요."

"응! 내일은 46번절 근처 쵸우진야민슈쿠에서 묵고 다음날 도고아이로 갈께.
오랜만에 거기서 다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넵. ^^"



45번 이와야지[岩屋寺]는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바위산 위에 있으며
본당은 나라의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고 거대한 바위들이 둘러싸여 있다.

본당에 오르는 돌층계의 오른쪽에는 대사가 팠다고 전해지는 아나젠죠우라고
하는 동굴이 있으며 영수가 솟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전설에 의하면 이곳 바위산에 신통력을 지닌 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815년 고보대사가 산에 오르자 여인은 고보대사에 귀의(歸依)하여 산을
고호대사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근처의 동굴에서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고보대사는 당우를 세우고, 부동명왕의 목상(木像)과 석상을 조각하여
목상은 본당에 안치하고, 석상은 여인이 거처한 동굴에 안치하였다.



본당에서 기념 사진 찰칵~! ^^



"희상 이리와봐!!!"

아가타상이 부르는 곳으로 가자 커다란 사다리가 보였다.

"한번 올라가 보겠어?"

"이 위에는 뭐가 있는데요?"

"올라가보면 알지~! 자 카메라는 나한테 주고 올라갔다 와봐!!! ^^"



우비라도 벗고 올라갈 것을... --;;;
자꾸만 발에 우비가 걸려서 위태롭기만 했다.

아가타상도 은근 걱정하는 듯~

그래도 씩씩하게 올라서 보니 그 곳에는 하쿠산 곤겐이 모셔져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올라가지 않아서 위에 사진은 아쉽지만 없다.

그나저나 올라와서 보니 아래가 아찔하다. --;;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 다리가 후들 거릴 정도였다.

내려오는 사진에서 찍힌 내 신발을 한번쯤 바라봐 주시라~!!!

그동안 얼마나 걸었으면 이곳에 오면서 새로 산 신발이 마사이 워킹족
신발처럼 뒷부분이 닳아져 있다. --b



숙소로 가기전 화장실에 잠깐 들렸는데 화장실이 엄청 친환경적으로
깨끗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단점은 화장실에 들어갈때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점...!
그래도 절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화장실이다.

"희상 어서 출발해야지!"

"네. 아가타상 도고아이에서 만나요~"

시계를 보니 4시 30분이다.



그래도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 갈때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다 내려와 아래 도로 표지판을 보니 44번절까지 11km란다.
이런... 적어도 3시간은 거릴텐데...
그럼 7시가 넘어서 도착하는거잖아. ㅠㅠ



5시쯤 아가타상이 묵는 후루이와야소가 보였다.

내가 오늘 일정을 너무 무리해서 잡은 걸까???
아가타상이랑 같은 곳에 묵을 것을 그랬나???
돌아갈 길이 심히 걱정된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으므로 아까 온 산길이 아닌 아스팔트 도로 길을
선택해서 걸어갔다.



저곳에서 노숙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까지~
그러나 나의 가방은 숙소에 있으니깐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다.



도노미도터널이 눈에 들어왔다.

아가타상이 준 형광띠를 맨 상태라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갓길이 너무 협소해서 얼마나 긴장하고 걸었는지 모른다. ㅠㅠ

터널을 빠져 나오니 금새 어둠이 깊게 깔려 있었다.

아가타상이 말해준 것 같이 버스를 타고 올걸 그랬나? --;;
그래도 주사위는 던져진 것 미친듯 걸었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아까 점심을 먹은 곳까지 걸어 갔다올 기력이 없어서 그냥 오모고료칸
옆에서 발견한 상점에서 맥주 한캔만 사들고 들어왔다.



7시 30분이 되어서야 오모고료칸에 도착했다.
주인 아주머니도 많이 걱정하신 듯 싶었다.

"오늘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

"일정이 좀 길었죠?
참 아까 친구분한테서 전화 왔었어요.
45번절에서 4시 50분에 출발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아... 아가타상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한 모양이다. ^^b

아주머니께서 아이스크림을 몇개 주고 싶은데 지금 먹겠는지
아니면 씻고 나서 먹고 싶은지 물어서 씻고 나서 먹겠노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아가타상에게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한 뒤 세탁기을 돌려 놓고
목욕을 하러 갔다.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ㅠㅠ



씻고 나오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미니 아이스크림 4개와 녹차음료,
파스, 드라이기까지 들고 와서 건내 주셨다.

정말 따뜻한 배려였다.

아까만 해도 패잔병처럼 축 늘어져 있던 나에게 또다시 활기가 넘친다.

맥주와 애플빵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세탁기가 다 돌아간 다음에
옷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마 오늘이 여지껏 걸은 거리 중 가장 긴 거리가 아니였나 싶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2 X 300 = 600엔 / 아사히맥주 300엔 /세탁기 사용료 100엔
건조기 사용료 100엔
오모고료칸 3,500엔 (식사 불포함)


당일총액 : 4,600엔


일일 도보거리 : 48km
도오야마 대사당 ~ 오모고료칸 ~ 44번절 다이호지 ~ 45번절 이와야지
~ 44번절 다이호지 ~ 오모고료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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