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7일째] 만나카우동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45)>


- 만나카우동 -


2010. 4. 20. 화요일 / 비 (27일째)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오늘은 가야할 길이 멀다.

씻으러 가려는데 츄상이 씻는 것은 오다노사토 세세라기 휴게소가
더 깨끗하니 거기서 씻자고 한다.



어제는 그렇게 멀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화장실이 아침에 보니 가깝게
느껴진다. --a



세수도 안한 부시시한 얼굴임에도 기념 사진은 남겨본다.
어떤 풍경이든 내가 들어 있어야 내 것이 된 듯한 기분은 뭘까? ^^a



가게 문은 아직 열려 있지 않지만 출발하기 전에 어제 열쇠를 받은
우동집에 열쇠를 놓아두었다.


아주머니가 놓아달라고 한 곳에 놓고 가면 된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씻고 출발준비를 한다.
새벽부터 비다.

이 여행에서 비가 빠지면 서운할 정도이다. --;;



오늘 일정은 44번 45번절 모두 다녀오는 것이다.
46번절과는 44번절이 더 가깝다.

그래서 44번절 근처 숙소에 가방을 맡기고 44절 갔다가 45절로 가서
다시 44번절를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다.



저만치에서 이제 그만 출발하자고 츄상이 부른다.




오늘도 산길 도보가 있는데 산 정상위에 안개가 자욱하다.
과연 저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ㅠㅠ



오늘도 축지법을 쓰는 것 마냥 나보다 한참을 앞서서 걷고 있는
츄상은 내가 까마득히 보이지 않으면 휴게소에서 쉬다 내가 오면
다시 걷는다.

"이봐~!!! 나도 쉬어야 할것 아냐...!!! --^"



드디어 시작하는 산길 도보...!!



아침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지 더욱 힘이 든다. ㅠㅠ



잠시 휴게소에서 쉬면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가방에 있던 빵을 오물거리고 있는데 어라 저 안개속에서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가타상이 아닌가!!!!!!! ^__________^

"아가타상!!!!!"하고 이름을 부르며 손을 마구 흔들어 보였다.

그런 내 모습에 웃으며 휴게소쪽으로 다가온다.

"아침은 먹었어???"
"지금 간단히 먹고 있어요."



"자 이것도 먹어." 하며 주먹밥을 건내주셨다.

민슈쿠 아주머니께서 점심으로 먹으라고 준비해 주신 주먹밥이라고 한다.

"어제는 잘 잤어???"라고 묻는 아가타상에게 츄상이...

"말도 말아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자고 있는데 갑자기 희상이 깨우는 거예요.
그리고 하는 말이 "츄상 화장실 가고 싶어.
무서우니깐 같이 가줘"라고 하는 것 있죠.
덩치는 산만한 여자가 말야 ㅋㅋ"

"-__-"

"ㅎㅎㅎ 정말 그런일이 있었어???"

"진짜 무서웠단 말이예요."

암튼 어제 일로 츄상이 두고 두고 놀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쩝~

"희상은 오늘 어디서 묵을 예정이야?"

"전 44번절 근처 오모고료칸에서 묵을 예정이예요.
거기다 가방 놓고 45번절까지 갔다 오려고요."

"꽤 긴 거린데 괜찮겠어?"

"가방만 없으면 가능할거예요. ^^;;"

"아가타상은요?"

"난 45절과 가까운 후루이와야소에서 묵을 예정이야.
그곳에 가방 놓고 45번절까지 갔다와야지."

"아.. 그렇구나..."

"츄상은?"

"난 후루이와야소 옆에 있는 건물에서 노숙할거야."

"오 그래? 그럼 츄상 오늘 저녁 내가 맛난 것 사줄테니
둘이서 한잔 하자고..."

"헉... 나만빼고.. --;;;
암튼 오랜만에 두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응. 자 이만 출발할까?"

"네"



다시 출발할때쯤부터 다행히도 비가 그쳤다.

길가에 있는 약수물도 한잔 마셔주고 아가타상과 밀린 이야기를
하며 걷는다.



츄상은 어느새 우리를 한참 앞서가고 있었다.



원래는 380번 도로를 가다가 42번 도로가 나오면 그쪽으로 걷다
산길을 걸을 예정이었는데 길에서 만난 아주머니께서 오늘 같은
날씨는 미끄러워서 위험 할 수 있다며 좀 멀더라도 380번 도로를
쭉 걷다 33번 도로를 걸으라고 권해 주셨다.

덕분에 오늘 예상한 거리보다 한참을 돌아서 간다는 사실을 그때는
잘 몰랐었다. ㅠㅠ
그냥 비슷하겠거니 싶었는데.... 그로 인해 늦은 밤까지 걷게 될 줄이야.

33번 도로쪽을 걸을때 우리는 차도 안쪽 길을 걸었는데 츄상은 그냥
33번 도로쪽으로 걸었다.



원목으로 만든 듯한 구마초등학교!
은근 고풍스럽고 예쁘다.



앞에서 걷던 아가타상이 나를 부른다.

"희상 무슨 냄새 안나???"
"음... 이건?"
"응응... 이곳 술 만드는 곳이다."



"어머 진짜네!!!"
"냄새만 맡아도 좋은걸요."
"ㅎㅎㅎ 그치?"



12시에 오늘 묵을 오모고여관에 도착하였다.
주인 아주머니께 44번절과 45번절에 갔다 오겠다고 가방 좀 미리
부탁드린다고 양해를 구하고 납경장과 카메라 간단히 필요한 물품만
들고 다시 나왔다.

그나저나 츄상은 어디로 간건지...? 보이지를 않는다.

"희상 어쩌지? 여기 근처에서 점심 먹고 가야할텐데...!"

"일단 우리끼리라도 먼저 먹자.
츄상이랑은 저녁에 함께 먹으면 되니깐."

"네"



마츠야마 세이쿄라는 상점가에 가서 우동을 먹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직접 만드는 수타 우동이라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곳에서 추천하는 우동정식을 먹었는데 정말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b
우동만으로도 배가 부른데 밥까지 한가득 뚝딱 먹다니...
대단한 식성이다.



아가타상도 어찌나 잘 드시던지...!!!

"아가타상 그나저나 츄상이 우리 둘이 점심 먹은 줄 알면 완전 삐질걸요~"



"ㅎㅎ 그런가???"

"우리 그냥 오니기리(주먹밥) 먹었다고 해요. ㅋㅋ"

"응응... 그러자고. ^^"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츄상이 어디에 있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내가 가야할 길이 얼마큼이나 더 남았는지도... --;;

희야가~

휘리릭~~~~



무단 도용 및 스크랩, 리터칭을 통한 재배포 등은 절대 금합니다.
(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풀빵웹툰

시코쿠 도보순례

46화-[27일째] 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