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5일째] 열흘 밤 다리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41)>


- 열흘 밤 다리 -


2010. 4. 18. 일요일 / 맑음 (25일째)

"츄상 어떻게 된거야?
난 나보다 훨씬 더 많이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저기 가서 좀 쉬자."

"응"



내가 그 시간쯤 그곳에 올줄 알았던 것처럼 나타난 츄상...
지난 번보다 얼굴이 더 까맣게 타 있었다. ^^

"몸은 좀 어때???
아팠다면서... 그때 너무 무리해서 걸은 것 아냐???"

"그것 때문에 아팠던 것 아냐...
배가 좀 아팠어... 다리가 아니라...
고질병 같은 거지..."

"지금은...?"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다행이다. 휴~"

괜찮다고 했지만 노숙 여행으로 인해 몸이 많이 안좋은 건 아닌지...
내내 걱정이 되었다.



"희상 아침은 먹었어???"
나 오셋다이로 여러 음식을 많이 받았는데 이거 먹어..."

"우와~ 이렇게나 많이???!!!"

"어제는 회를 잔득 먹었지... ㅎㅎ"

"와~ 좋았겠다!!!"

"먹고 싶은 것 꺼내서 먹어."

"응!!!"

늦은 아침겸... 이른 점심겸... 그렇게 츄상의 음식을 나눠 먹고 있는데...
갑자기 등뒤에 왠 여자분이 오셨다.



"저기... 힘드신데 차 한잔하세요.
여기 물수건도 있고요."

"어머나... 감사합니다."

"다 드시고 컵만 저기 가게에 갖다 주시고 가시겠어요."

"네..^______________^"

어쩜 저리 친절한 가게가 다 있을까!!!

덕분에 깨끗하게 손도 씻고 차도 마시며... 맛있는 식사 시간이 되었다.

가기 전 컵을 다시 갖다드리러 가게 안에 들어갔다가 음식 안내판을 보니
생각보다 음식도 비싸지 않고 맛난 것을 파는 듯 싶었다.



길을 지나가다 안전을 기워하는 동자스님상을 봤는데...
아~ 부끄 부끄~ ^^

어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을 저렇게 귀엽게 만들어
놓았을까!! ^^

그 옆에 구경하는 다른 스님의 모습도 저 커플을 축복해 주는 듯 싶다. ^^a



한참을 또 걷는데... 어느 집 앞에 왠 고양이가 떼를 지어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고양이가 한마리씩 팅겨 나와서...
이게 뭔일인가 싶어 쳐다보니....

집안에 있던 아저씨께서 오뎅 같은 것을 던져 주니 고양이들이 완전
정신줄 놓고 먹고 있다. ^^;;;

길 고양이들의 안식처라도 되는 것일까?? ^^a



와~ 유채꽃이 정말 너무 예쁘게 피어있다.

유채꽃을 보면 늘 제주도가 생각난다.

이맘때 정말 예쁠텐데....!



오늘도 역시 스피드하게 걷고 있는 츄상~!

그래도 잘 걷고 있는 것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



저만치 걷고 있던 츄상이 터널 앞에서 멈춰서 기다리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 다가가보니 터널에 들어가기 전에 안전띠를 메라고 한다.

"오~ 이런 곳에 이런 것도 설치되어 있고....
완전 배려가 킹왕짱인걸~ ^^b"



나에게 안전띠를 건네주고 또다시 앞에서 걷고 있는 츄상...

무둑둑한 성격인데 참 나한테는 자상한 것 같다.



다시 터널을 빠져나오면 이렇게 다시 걸어 놓는 곳이 설치 되어 있었다.

안을 자세히 보니 오헨로상들이 감사함을 적어 놓은 노트도 있고
오사메후다도 있다.

나도 오사메후다를 정성껏 써서 그곳에 놓아두고 왔다

일본에 터널을 지날때... 곳곳에 이런 설치가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여지껏 모르고 이용하지도 못했는데....
이제 알았으니 잘 보고 이용해야 할듯... ^^

깜깜한 터널에서의 안전도 중요하니깐~



한참 앞에서 걷고 있던 츄상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가보니...
그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츄상은 늘 나를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듯 싶었다. ^^;;

아마도 츄상 눈에는 내가 많이 대견해 보니는 모양이다.

내 이야기를 들은 커플들이 앞다투어 대단하다며 나를 응원해 주었다. ^^



어느덧 2시다.

길거리에 음식점들을 보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참고 있다가 숙소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잠시 휴게소에 앉아 쉬고 있는데...
나보다 먼저 가고 있을 줄 알았던 니시야마상이 저 건너편에서 걸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니시야마상 힘내요~"라고 하니...

"어! 나보다 더 빨리 왔네... 어느 길로 왔길래... 대단한걸.. ^^"

그리고 총총총 쉬지 않고 걸으며 사라지셨다.

"누구???"

"응.. 어제 같은 곳에서 숙박했던 분이야...
아가타상도... 저분도... 다 같은 곳에 묵었어."

"아.. 그렇구나.."



길을 걷다 다리를 건너는데 저 아래 나룻배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일본 3대 가마우지 고기잡이의 하나인데...
매년 6월 1일부터 9월 20일 사이 땅거미 지는 히지카와의 강수면에서 고기잡이
하는 어부들이 몇마리의 가마우지를 교모하게 조종하여 고기를 잡는다.

가마우지를 조종하기 위하여 어부는 새의 목 아래쪽에 올가미로 묶어 두는데
이때문에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 중 작은 것은 삼킬수가 있지만 큰 물고기는
삼키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으면 어부는 가마우지를 배로 회수하여 잡은
고기를 뱉게 하는데 가마우지는 워낙 물고기 잡이에 능하여 아주 쉽게 잡는다.

요즘은 물고기 잡이 보다 광광 차원에서 행해지는데...
손님들이 유람선을 타고 민물고기 요리를 맛보면서 이 진 풍경을 볼수 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노동력 착취? ^^;; 인것 같지만...
여튼 신기한 문화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 볼수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a



4시 30분 드디어 오늘 묵을 도요가하시에 도착했다.

이곳은 번외사찰(88개소에 들어가지 않는 영지) 20곳 중 8번 사찰이다.

츄상이 납경장을 달라고 해서 주니...
납경장을 들고 납경소에 가서 300엔을 주고 묵서를 받으며...
오늘 밤 이곳 츠야도에서 신세를 져도 좋은지 물어보니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해 주셨다.

원래는 이렇게 작은 츠야도에서는 남자가 먼저 도착하면 남자가 그날
묵고... 여자가 먼저 도착하면 여자가 그날 묵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우리 일행 밖에 없어서 함께 묵을 수 있었다.



사찰은 작지만 왠지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런 사찰이었는데 아마도
이 사찰 옆 다리 아래에서 코보대사가 잠들어 있다는 생각때문이
아닌가 싶다. ^^a



사찰 옆 다리 위에도 코보대사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조각해 놓았다. ^^



다리 아래에 내려가보니... 코보대사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



번외사찰 8번절 도요가하시는 "열흘밤(十夜)다리"라는 뜻이다.

이 절이 이렇게 불리우는 이유는 코보대사가 시코쿠를 순례하던 중
이 곳에 와서 잠잘만한 곳이 없자 다리 아래에서 하룻밤을 노숙하게
되었는데 그날 밤의 길이가 마치 열흘처럼 느껴졌다고 해서 도요가하시...
즉 <열흘밤 다리>라고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근원이 되어 순례 도중에는 코보대사가 다리 아래에서
잠을 자고 있으므로 다리 위에서는 지팡이를 짚지 않고 들거 건너는
전통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따뜻하게 주무시고 계신 코보대사님... ^^

집에 병안이 깊은 사람들은 종종 이 절에 문의해서 코보대사가 덮고 있는
이 이불을 받아가 덮고 자면 병이 낫는 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수 많은 기원이 담긴 학들...



다리 아래 엄청난 물고기들...
1컵에 50엔씩 물고기 밥을 파는 통도 있었지만...
안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밥 주는 줄 알고 벌떼들처럼 다가온 물고기들...

"미안하다.
밥 없다 아이가~ ^^;;"



슈퍼에 가다가 지난번 먹은 CoCo카레 체인점을 발견하고 오늘 저녁은
이곳에서 먹자고 했다.

한국어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다고 해서 달라고 했는데...
둘러보다가 발견한 재미난 문구...

해물카레 옆에...
"예고없이 속 재료가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라는 말이 어찌나 재미나던지.. ^^a

어디 어떻게 나오나 궁금해..
난 해물카레를 츄상은 야채 카레를 주문했다.



츄상이 주문한 야채카레~



내가 주문한 해물카레~

사진과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맛도 굿~!!! ^^b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기 전 슈퍼에 들려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고...
츠야도로 돌아왔다.



츠야도는(절에서의 무료 숙박소) 본당 옆에 위치해 있는데 잘 때 안에서
문을 잠글수 있게 되어 있었고... 커텐을 칠수도 있게 되어 있었다.



아담한 싸이즈의 내부...

코보대사는 이곳에서 이불도 없이 주무셨는데....
우리는 따뜻한 이불에 스토브까지....
완전 감사한 일이다.
감동의 물결 좔좔~ ㅠㅠ



바로 옆 건물에는 화장실이 있는데 간단하게 씻을 수도 있고
화장실도 꽤 커서 좋았다. ^^



자기전 나는 맥주 한캔을... 츄상은 미니 사케를 두병 마시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도란 도란 이야기 했다.



그리고 자기전 방명록에 오늘의 감사함을 적어 놓고 잠자리에 드는데
오늘 밤은 코보대사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편안한 잠자리로 인도
되는 듯 싶었다. ^^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 / 녹차음료 150엔 / 편지지 300엔 / 아사히맥주 500ml 258엔
해물카레 850엔

당일총액 : 1,858엔


일일 도보거리 : 35km
도우베야 민슈쿠 ~ 43번절 메이세키지 ~ 번외 8번 사찰 도요가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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