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5일째] 다른 시간 같은 공간에서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40)>


- 다른 시간 같은 공간에서 -


2010. 4. 18. 일요일 / 맑음 (25일째)

새벽 4시에 일어나 씻고 짐을 꾸리고 5시에 출발하려고 했으나...
밖이 아직도 컴컴해 결국 30분 더 있다 가방을 메고 방을 빠져나왔다.

지나가다 보니 아가타상 방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노크를 한 뒤
먼저 출발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민슈쿠에서 나왔다.



멀리서 바라보니 민슈쿠 부엌에 불이 켜진 것이 보인다.

다들 오늘 타누키를 먹으려나...? ^^a



새벽 5시 30분인데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동네 어르신이 눈에 보인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대단하시다. ^^b



30분정도 걷다보니 산길이 나온다.

이 산길만 아니였어도 어제 좀더 더 걸었을텐데...



가파른 산길에는 쇠줄이 놓여져 있어서 잡고 올라가야 했다.



1시간여 걷고 나니 산길도 서서히 끝나간다.

아침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힘들지 않은 길이었는데...
어제 그냥 걸을 걸 그랬나? --a



다시 도로길이 나오고 휴게소가 보여서 잠시 앉아 땀을 식히고 또다시
길을 나선다.



저 멀리 효도우 민슈쿠가 눈에 보인다.

도우베야 민슈쿠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30여분 더 걷다 보니 휴게소가 보인다.

상자안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아서 보니 귤이 아닌가~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귤 한개를 까 먹고 감사의 인사말을
적어 놓은 뒤 다시 길을 나섰다.



휴게소 옆에는 길의 안전을 지켜주시는 대사님이 보였는데...
나무 앞에 작은 키의 대사님은 호빵맨 얼굴과 꽤나 닮아 있어 깜짝 놀랬다. ^^;;



미야코 민슈쿠... 꽤나 큰 민박집이었다.
도우베야 민슈쿠에서 2시간 30분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다음에는 효도우나 미야코 민슈쿠에서 묵는 것이 좋을 듯....



신카이다리 위에 동행이인을 뜻하는 듯한 오헨로상 조각도가 보인다.
혼자서 빙그레 웃으며 지나갔다.



43번 절 근처에서 잠시 길을 잃었지만 동네사람에게 물어서 많이 헤메지
않고 다시 길을 찾아 43번 절 앞에 도착하였다.

절에서 일하는 듯한 분이 절 초입 부분에서 부터 열심히 길을 닦으시고 계신다.

고요한 아침에 울려퍼지는 빗자루 소리가 무척이나 분위기 있다.



절 앞 상점으로 향하는 한무더기의 단체 오헨로상들~



산문 위에 메달려 있는 커다란 짚신과 삿갓~



9시 43번절 메이세키지[明石寺]에 도착하였다.

메이세키지는 6세기에 엔주인세이쵸[延手院正澄]등가 천수관음살을 안치하고
칠당 가람을 건립하여 연 절이다.



옛날에 젊고 아름다운 여신이 심야에 소원을 빌며 큰 돌을 옮기고 있는데
어느새 날이 훌쩍 밝아 버리자 놀란 여신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고 한다.



새벽[明]의 큰 돌[石]이라는 절 이름이 이 전설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여신이 곧 천수관음보살이고, 큰 돌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고 해서
아케이시상이라고 불리우며 사랑받고 있다.



부부가 나란히 참배를 올리고 있는 모습~



벚꽃 나무 앞에서.. *^^*



참배를 끝내고 납경소에서 납경을 받으러 가다가 니시야마상을 만났다.

"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셨네요. ^^"

"희상이야 말로 언제 온거야~"

"저야 밥도 안 먹고 온거고...
니시야마상은 아침을 드시고 오셨는데도 엄청 빨리 오셨네요. ^^b
타누키 먹고 힘이 불끈~ 해서 쌩~하고 오신거 아니예요?? ^^a"

"ㅎㅎ 아침에 타누키 안 나왔는걸~ ^^a"

"사진 한장 찍어 드릴께요~"라고 했더니 완전 늠늠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신다. ^^b



"희상도 한장 찍어줄께~"라고 하셔서 납경장 들고 포즈를 취해 봤다. ^^*

사진을 찍고 니시야마상은 참배 드리러 가고...
나는 납경소로 가서 묵서를 받는데 묵서를 써 주시는 분이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신다.



"한국에서 왔어요."

"오~ 한국에서 혼자 온건가요?"

"네... ^^"

"대단한걸요~
멀리서 왔으니 내가 커피 오셋다이 할께요."

명함 하나를 건내 주시더니...
"저 아래 가면 상점이 보일거예요.
거기 가서 이 명함을 주면 커피를 줄테니 마시고 가요."

"와~ 감사합니다!!! ^^"



주신 명함을 받고 기쁜 마음에 바로 상점으로 향했다.

모닝 커피를 먹어 본지가 언제던가!!!
달달한 다방 커피가 은근 땡겼더랬는데!!!



상점 주인에게 명함을 주니 커피 한잔이 바로 나왔다.

프림에 설탕까지 가득 넣고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즐겨주었다. ^^

커피를 다 마시고 상점에서 그이에게 보낼 편지지도 사들고 나왔다.

그리고 납경소에 가서 맛있는 커피 잘 마셨다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어라~ 저기 미즈야에서 입을 헹구고 있는 사람은!!!!



아가타상이 아닌가~!!!

도우베야민슈쿠에서 함께 묵은 사람 중 3등으로 도착한 것이다. ^^

"아가타상~~~!!!"



"오~ 다들 여기서 만났네. ^^"

"ㅎㅎ 그러게요~"

오늘 일찍 출발해서 다들 못 만날 줄 알았는데...
경내에서 느긋하게 둘러보는 바람에 아카타상을 다시 만난 것이다. ^^

"희상 나 부탁이 있는데..."

"아! 네... 뭐요???"

"본당에서 사진 한장만 찍어줘...
전에 보여 준 사진 기억나???"



"아... 그 사진이요... 동생이랑 같이 찍은..."

"응... 그곳이 이곳이거든.... 그래서.. 여기 똑같은 자리에서 사진
한장 찍고 싶어..."

"아... 네... 사진기 주세요."

목에 동생 사진을 걸고서 사진기를 건내 주었다.



다른 시간 같은 공간에서 동생을 그리워 하는 아가타상...ㅠㅠ

눈물 많은 아가타상이 오늘도 어김없이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다. ㅠㅠ

"희상... 이따 츄상 만나겠네.
안부 전해주고... 조만간 셋이 또 보자고~"

"네. ^^ 저 먼저 출발할게요."

"응!! 조심하고~"

"네~"



43번절에서 44번절로 향하는 초입 부분은 산길과 도로길이 있는데...
산길은 거리가 힘든 대신 거리가 짧고... 도로길은 쉬운 대신에
돌아서 가야한다고 해서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산길로 선택해서 걷기로 했다.

산길로 향하는데 앞을보니 니시야마상이 벌써 내 앞에서 걷고 계신다.

부지런도 하셔라~ ^^b

그 길을 따라 걸었는데... 어느 사이 니시야마상이 보이지 않는다.

어쩜 심마니처럼 빠르기만 한지...!!!

결국 산길을 조금 헤메다... 도로 길로 내려오게 되었다.



상점가를 지나가다 귀여운 인형을 발견하고 한참을 웃었다.

어쩜 저렇게 귀엽게 쓰러져 있는지.. ^^a



옛날 사진이 걸려있는 쇼윈도에서 발걸음이 멈춰졌다.



아주 오래전 가족 사진인듯... ^^



아주 오래 전 학교 사진... ^^

풋풋한 시절들이다.

우노마치역을 지나 걷고 있는데 저 멀리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다.



어라~!!!! 나에게로 건너오기 위해 서 있는 사람은 츄상이 아닌가!!!!

생각해보니 츄상과 5일만의 재회의 순간이다. ^__________________^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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