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4일째] 타누키를 만나다.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40)>


- 타누키(너구리)를 만나다. -


2010. 4. 17. 토요일 / 맑음 (24일째)

오후 1시 41번절 류코지(龍光寺)에 도착했다.



코보대사가 이곳에 올때 벼를 짊어진 백발의 노인을 만났는데
이 노인은 "이 땅에 살며 불법을 수호하고 백성의 이익을 위해 선을
다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 노인이 <이나리稻荷>의 화신이라고 깨닫고 이곳에 절을 건립하였다.

원래는 곡식의 신인 이나리[稻荷]를 제사하는 이나리신사[稻荷神社]가
류코지의 본당이 되어 신불(神佛)을 합사(合祀)하였다.

그러다가 1868년 신불분리령(神佛分離令)이 발포됨에 따라 이나리신사와
분리되어 현재의 류코사 본당이 별도로 건립되었다.

경내의 가장 높은 계단 위에 이나리신사가 있고, 계단 아래에 류코사의
본당과 대사당이 있다.



원래 <이나리 신앙>은 벼의 신을 제사 지내는 풍작 기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장사 번성을 기원하는 사람이 많으며 지금은 본존이 십일면 관음보살
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여전히 <오이나리상>이라고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참배를 마치고 주린 배를 네덜란드 오헨로상이 준 팥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오늘 점심은 이것으로 간단히 때우고 저녁에 민슈쿠에서 맛난 저녁으로
대신 하기로 했다.

41번절에서 42번절까지느 2.6km로 착한 거리이다. ^^



42번 절로 향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차가 손을 흔들고 지나간다.

자세히 보니 아까 입구에서 만난 네덜란드 친구와 스미다상 부부이다.

캠핑카의 뒤에 실려 있는 것은 네덜란드 친구들의 자전거인 모양이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들의 빠름과 편리함이 조금은 부럽기는 했지만
알알히 길위해서 느끼는 여러가지 행복은 그들보다 크리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2시 20분 42번 절 부츠모쿠지[佛木寺]에 도착했다.

산문에 들어서니 산문옆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아저씨께서
기념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나선다.

덕분에 찍은 사진... ^^



사진을 찍어주면 대부분 아저씨의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할까? 달콤히 유혹하는 아이스크림...
그러나 오늘은 민슈쿠에서 자는 날이니 되도록이면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을 머금고 산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섰다.



코보대사가 이 땅에서 소를 모는 노인의 권유를 받고 소의 등을 타고
얼마동안 가던 중 당나라를 떠날 때 인연의 땅을 찾아 동쪽을 향해
던졌던 구슬이 큰 녹나무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이 영지인 것을 깨닫고 녹나무로 대일여래를 깎고 그 미간에 구슬을
넣고 이 절을 건립했다고 한다.



소의 등을 타고 이곳에 이르렀다고 하여 가축 수호의 절로 여겨지고 있는데
애완동물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 오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경내 안에서 다시 네덜란드 오헨로상과 스미다상 부부를 다시 만났다.

"오~ 희상 걸어서 왔는데도 엄청 빠른 걸~"

다들 신기해하는 눈치다.

"이제 나가시는 거예요??"

"응~! 다음에 인연이 있기를 바래~"

"네.. ^^"



경내를 둘러보다 참배를 하고 있는 오헨로상들의 본당 지붕위에 청소를
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인다.

저곳까지 저렇게 청소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낙옆들이 아래에 떨어지지 않게 조심 조심 청소를 하고 계신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

그나저나 경내를 천천히 둘러 보았는데 아가타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걸까???
아니면 나보다 늦는 걸까???

경내에서 기다릴지...? 숙소에서 기다릴지...?
고민하다 일찍 숙소에 가서 씻고 쉬기로 생각하고 민슈쿠로 향했다.



길가에 핀 하얀색 튤립이 오늘도 수고했다며 반갑게 길동무를 해 주었다. ^^



오늘 묵을 도우베야 민슈쿠가 저 멀리 보인다.

42번절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오후 3시에 도우베야 민슈쿠에 도착해서 대문을 열어 보려고 하는데
잠겨 있다.

주인이 어디를 간 것일까???

초인종을 몇번 눌러 보았지만 인기척이 없다. ㅠㅠ



할수 없이 문 앞 의자에 앉아 물고기들을 바라며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십여분이 지났는데 안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이상하다...?

다시 초인종을 눌렀더니 창문이 열리면서 주인 아저씨인듯 한 분이
누구냐고 묻는다.

"오늘 예약한 희라고 하는데요..."

"기다려요."

왠지 퉁명한 목소리다. --;;

잠시뒤 대문을 열어주고 오늘 묵을 방을 안내해 주었다.

안에 있었으면서 아까는 왜 문도 안 열어 주신건지... --;;
준비가 안된거라면 그렇게 말하고 기다리라고 하면 되었을 것을... 쩝~

첫 인상부터가 좋지 않은 아저씨였다.

여지껏 민슈쿠에 묵으면서 이런분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내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와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목욕물이 준비 될때까지 방에서 짐을 풀고 기다리고 있었다.

빨래라도 먼저 할까? 싶어... 조금 뒤 빨래감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는데
거기서 마루타상을 만났다.

"오~ 희상 일찍 도착했네."

"나 때문에 오늘 불편하게 자게 되서 미안해요."

"아냐 아냐~ 오늘 이곳에 예약한 사람중에 예약 취소가 있어서 나도 독방에서
잘수 있게 되었어."

"와~ 정말요. 다행이네요."

"참... 줄것이 있어." 하더니 내 손에 네덜란드 친구가 준 만쥬와 똑같은
만쥬 두개를 주었다.

"하나는 희상것~ 하나는 아가타상 주도록해. ^^"

"와~ 감사합니다."

"목욕하려고...?"

"네..."

"누가 먼저 씻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이였다. 나보다 늦게 온 다른 분이 먼저 씻고 계셨다.

정말 오늘 이 민슈쿠... 여러모로 맘에 들지 않는다.

대부분 민슈쿠 주인들이 온 순서대로 목욕을 할수 있도록 알려주는데...
나는 여지껏 목욕준비가 될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을 먼저
목욕을 하도록 한 것이다. --;;;

거기다 세탁기도 이미 다른 분이 사용중...
일찍 왔는데 뭐하나 먼저 끝낸 일이 하나도 없다. --a

입구에서 주인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 한국에서 왔다는 희상이군요."

"네... 저 제일 먼저 왔는데... 목욕을 다른 분이 먼저 하고 계시네요."

"어머 그랬어요? 남편이 아무말로 안해서 몰랐네요.
저분 나오면 알려줄께요."

"네.."

아저씨와 달리 아주머니는 그래도 친절한 편이었다.

방에 들어가 마루타상이 준 만쥬를 마시며 허기를 달래는데...
다른 민슈쿠와는 달리 방안에 녹차와 녹차 주전자.. 따뜻한 물등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다른 곳과 달리 배려가 부족한 곳이 아닌가 싶다.



조금 있으니 아주머니께서 목욕을 해도 좋다고 해서 욕실로 향했다.

낡은 체중계 위에 올라가 몸무게를 재어 보니 첫날보다 9kg이나 빠졌다.
기분 좋은 순간이다. 헤~

목욕을 하고 나오니 아가타상이 도착해 있었다.

아가타상에게 마루타상이 준 만쥬를 건내주며 동생은 잘 보내주고
왔냐고 물어보니 그날 동생의 유골을 묻은 장소를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와... 경치가 좋은 곳이네요.
동생도 마음에 들었을 것 같아요."

또다시 눈시울이 빨게지는 아가타상... ㅠㅠ

"참... 희상 오늘 츄상에게 전화가 왔어."

"와~ 정말요. 지금 어디있다고 해요??"

"우리보다 조금 더 앞에 있는 것 같아...
어제 오후에 이곳 근처에서 잔다고 했거든....
몸이 좀 안 좋았던 모양이야."

"정말요? 그때 너무 무리해서 걷는것 같더니.. ㅠㅠ"

"내일 츄상도 희상이 자려고 하는 도요가하시 츠야도에서 묵는다고 하니
오랜만에 만나겠네~ ^^"

"오~ 그래요? 츄상이랑 같이 자면 아무래도 조금은 안전하겠죠? ^^"

"응.. "

"그럼 씻고 쉬세요. 이따 식당에서 봐요~"

"응~"



5시 50분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고 해서 식당으로 내려갔다.



돈까스라... 왠지 민슈쿠와는 어울리지 않는 음식 같았다.

그런데 이곳에 묵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돈까스가 늘 나오는 모양이다.

생각보다는 조금 실망...

뭔가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가정식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쉽다.



오늘 이곳에 함께 묵는 사람은 구모모에서 함께 묵었던 사카에상과
마루타상, 그리고 아가타상과 오늘 처음 만난 니시야마상 이렇게
다섯명이서 오붓한 저녁 식사 시간을 함께했다.

무엇보다도 빙~ 둘러서 함께 앉아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할수 있는
구조가 참 맘에 들었다.

니시야마상은 후쿠오카서 사는 분인데 마라톤도 좋아하신다고 한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음식을 남겨도 괜찮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남은 음식을 타누키에게 준다는 것이다.

"타누키??? 타누키가 뭐예요???"

마루타상이 가슴을 양손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생긴 동물 몰라???"

"혹시... 너구리 말하는 건가요?"
민슈쿠 앞에 있는 너구리 동상을 가르키며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

"아침에는 타누키 요리가 나온다고~"

"에??? 너구리를 먹는 다고요???"

"응. 얼마나 스테미나 음식인데...!!"

"그럼 음식을 줘서 살찌워서 먹은거예요???"

"그런셈이지...!!"

놀래는 나와는 달리 분위기가 이상하다...
진짜로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어째 나를 놀리는 듯하다. --;;

그 말을 그대로 믿은 내가 순진한건지..? 쩝~



식사가 끝나고 남은 음식을 담아서 주인 아주머니께서 밖에 놓아두고
오셨다.



한마리... 두마리... 슬슬 나오던 타누키가 어느덧 다섯마리까지 모여들었다.

야생에서 생존해야 하는 녀석들이 이렇게 길들여져도 괜찮을지...?

아무튼 덕분에 야생 타누키를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는 했다.



똑딱이 카메라로 타누키를 찍고 있는 사카에상...
저녁이라 찍은 사진마다 흔들려서 찍힌다고 아쉬워했다.

방으로 다시 들어가 쉬다가... 내일 걷는 거리가 길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침에 일찍 출발해야 할것 같아 아침 식사를 생략하겠다고 이야기를
한뒤 계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에 내려갔더니 주인아저씨만 계셨다.

"저기... 고슈진상(주인)은 어디계세요???"

아저씨께서 무뚝뚝한 말투로....
"내가 고슈진인데...!!!"라고 말하신다.

그때 당시만 해도 안주인은 오카미상이라고 해야한다는 것을 몰랐다. --;;

"그게 아니라 여자 고슈진이요.."

"무슨 말이야 슈징은 나라고..."

"--;;;"

더 긴말을 해서 뭐하리... 난 음식은 아주머니께서 준비하시는 거니깐
아주머니께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그냥 이 아저씨에게 이야기 해야
할듯 싶었다.

"저.. 내일은 일찍 출발해야해서 아침은 먹지 않겠습니다.
미리 계산을 하려고요."

원래 가격은 6,500엔인데 아침은 불포함이니 6,000엔만 주면 된다고 한다.

아저씨에게 6,000엔을 드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거참... 아저씨 엄청 까칠하시다. --;;;

이렇게 까칠한 곳에 혼자 묵었더라면 무척이나 불편했던 하루로 마감할뻔했다.

다행히도 좋은 친구들 덕분에 따뜻했던 저녁이 아니였나 싶다.

드디어 내일은 츄상을 만나는구나...

몸이 안 좋았다니 걱정도 되고... 다시 만난다니 기쁘기도 하다.

요 몇일 에이메현으로 들어서면서 걷는 양이 줄었었는데
내일은 다시 많은 거리를 걸어야 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그래도 몇일간 적게 걸었던 것이 재충전은 되었으리라 믿으며...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 X 2 = 600엔 / 캔커피 120엔 / 형광펜 105엔 / 텐푸라에비우동 220엔
도우베야 민슈쿠 6,000엔(아침식사 불포함)

당일총액 : 7,045엔


일일 도보거리 : 29km
요시노야 료칸 ~ 41번절 류코지 ~ 42번절 부츠모쿠지 ~ 도우베야 민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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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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