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4일째] 네덜란드에서 온 Darna씨와 Janneke씨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39)>


- 네덜란드에서 온 Darna씨와 Janneke씨 -


2010. 4. 17. 토요일 / 맑음 (24일째)

새벽 5시에 일어나 후다닥 준비하고 5시 50분 길을 나섰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주인아저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인사도
못드리고 그냥 나오게 되었다.



이른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 오르며서 이곳이 몽환적인 마을로 변했다.

오타루의 눈 내린 모습과 비교되어도 좋을 정도로 멋진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찍 일어난 자만이 느끼는 행복감이 아닌가 싶다.



숙소에서 한시간 남짓 걸어가니 마츠오터널이 눈에 들어왔다.

터널 위 작은 집은 젠콘야도인데 그당시만 해도 모르고 무심코 지나갔던 곳이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터널 위쪽 헨로미치로 걷지 않고 터널쪽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힘을 너무 빼지 말자는 의미에서 터널로 걸었는데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직선 코스라 걷기는 쉬울지 모르지만 어둡고 쾌쾌한 터널은 1700m나
되었기 때문이다. --;;;

가도 가도 끝없는 터널을 후회와 함께 열심히 걸어서 빠져나갔다.



터널을 빠져 나와 조금 걷다보니 쌀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쌀 자판기를 인터넷상으로는 본적이 있지만 직접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쌀 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이게 아니잖아!!! --;;)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편의점 안에서 우동을 팔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음식점은 문을 안 열었을 것 같고 해서 그냥 편의점 우동으로
아침을 때우기로 했다.



그냥 줄때는 밋밋해 보이던 우동이었는데 새우와 튀김가루를 장식해
놓으니 나름 맛나 보인다. ^^b

요리 참 쉽죠잉~!!! ^^a



갑자기 열대식물과 함께 이국 분위가 물씬 풍기는 시내가 나왔다.

정신없는 시내라 그런지, 우와지마성 부근에서 갑자기 길을 잃었다.

56번 도로가 두군데로 나누어졌는데 원래 길이 아닌 다른 56번 도로를
걸은 모양이다.



멈춰버린 열차옆 안내 표지는 우와지마역을 나타나는데....
우와지마성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오늘은 우와지마성도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어째 보이지가 않는다.



얼마쯤 가다보니 와레이신사가 나타났다.
지도를 보니 우와지마성을 지난 지점인 것이 아닌가!!! --;;

다시 되돌아 갈수도 없고... 할수없이 우와지마성은 패스~를 했다. ㅠㅠ



일본에서 내가 너무 좋아하는 모스버거~

우동을 먹은지 2시간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참고 있을걸...

그냥 포장해서 갖고 갈까??? 고민하다 눈물을 머금고 이것 역시 패스를 했다.



지금 시간이 10시 30분인데 오늘의 목표인 41번절과 42번절이 10km
밖에 남지 않았다니... 오늘은 너무 짧은 거리가 아닌가 싶다.



56번 도로를 따라 기타우와지마역을 지나 얼마쯤 가니 한국 야키니쿠
음식점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만에 보는 한국음식이냐....!!!
또다시 군침이 좔좔....!!

그러나 일본에서 야키니쿠를 먹으려면 꽤 돈이 나올텐데....
가난한 순례자에게는 무리다. ㅠㅠ

한국에 가서 잔뜩 먹어주리라~ 마음먹고 이것 역시 패스~



조금 더 가니 핸로야도 모야이가 보인다.

스도마리가 3,000엔~ 나름 싼 편에 속한다.

바로 앞에는 코인세탁이 가능한 곳도 있다.

그러나 오늘 묵을 곳은 이곳이 아니기에 다시 또 걷는다.



40분쯤 더 걷다보니 뒤에서 마라톤을 하며 뛰어 오던 아저씨께서 인사를
건내신다.

나이가 무척이나 많으신 분이었는데 가녀린 몸에 파워풀 하게 뛰시는
폼이 무척이나 멋지시다. ^^b

아저씨께서는 여성 혼자서 걷다니... 멋지다며 오른손을 첫번째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며 다시 나의 앞을 뛰어 가셨다.



오헨로상들을 위한 헨로 휴계소~
이곳에서 10분정도의 거리에는 간이 화장실도 있다.



한가로운 시골 밭 풍경들...
그 옆에서 훈수를 놓고 있는 까마귀까지 평화롭기만 하다. ^^a



41번 절 어귀에서 발견한 예쁜 집이다.

다쓴 캔을 모아서 만든 생활아이디어 물품인데 불어오는 바람에 빙글 빙글
도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41번절 앞에는 커다란 음식점도 있었는데 간판이 참으로 예뻤다.

시간을 보니 벌써 1시다.
점심을 먹기는 해야할텐데....
일단 41번 절에 다녀와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마음의 고향임을 알리며 입을 벌려 꽃을 들고 환영해주는 녀석의
모습에 한박웃음이 절로 나왔다. ^^b

그리고 그 옆에 귀엽게 서 있는 애기보살님도 너무 귀엽다. ^^



41번절 길목에서 건장하게(?) 생긴 네덜란드인 Darna씨와 Janneke씨를 만났다.
그녀들의 옆에는 영어가 유창한 스미다상 부부가 함께 있었다.

"희상 영어 할줄 알아요???"

"아... 영어는 잘 못해요. ^^;;
영어보다는 일본어가 좋겠네요."

그래서 네덜란드 친구들과의 대화는 스미다상의 부인 에이코상이 통역을
맡아서 해 주었다.

스미다상은 부부는 지금 캠핑카를 몰고 시코쿠 여행중인데 우연히 발 상태가
좋지 않은 Darna씨와 Janneke씨를 만나서 중간에 잠시 여행을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한국사람은 처음 본다며 각기 다른 나라사람이 이렇게 한자리를 하니 너무나
기쁘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떤 목적을 갖고 여행하고 있냐는 물음에...
여러가지 이유와... 시코쿠를 모르는 한국사람들에게 이렇게 좋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하니... 나중에 혹시라도 책을 내게 되면
꼭 자신에게 보내달라며 명함을 전해주신다.

꿈 같은 일이지만 그렇게 응원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아쉬운 만남을 이것으로 끝내고 각자의 길로 가려고 할 무렵 Darna씨가
좀전에 가게에서 산 만주를 오셋다이라며 건내주었다. ^^

지금 내 배가 엄청 고프다는 것을 어찌 알고서 건내주는지.. ^^b

서로 앞으로 남은 길을 건강하게 무사히 마칠 것을 빌어주며 나는 41번절로...
그녀들은 42번 절로 향해 걸었다.



41번절 산문까지는 많은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배고파서 그런지 더욱 힘겹게 느껴진다.



41번 류코지 산문에 들어서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녀들이 저 멀리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자전거와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라 또 만나기는 힘들겠지?

짧은 만남이었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던 그녀들의 앞길에 코보다이시가
함께하길 기원해 본다.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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