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편에 마지막부분 아가타상 동생 이야기 오늘 한 대화인데 착각해서 수정하고 이곳에 다시 썼어요. 같은 이야기 중복이라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 미리 이야기 합니다. ^^a
늘 마감시간에 쫒기는 희야가~ ㅠㅠ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37)>
- 보리의 고장 에이메현에 들어서다. -
2010. 4. 15. 수요일 / 비 (22일째)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보다.
4시에 한번 6시에 한번 계속 일어나 시계를 보고 이내 다시 눈을 감아 본다.
창밖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7시 30분... 부시시 일어나 씻고 어제 사 놓은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가방을 정리했다.
8시 50분 노크소리가 들린다.
"희상 준비 다 되었지???"
"그럼요.^^"
"자 그럼 슬슬 출발할까?"
"네.. ^^"
여전히 내리는 비... 오는부터 또 비다. ^^a 그나마 오후 2시쯤이면 비가 그칠거라는 일기예보가 위안이 된다.
그나저나 어떻게 그치는 시간까지 아는 걸까??? 우리나라는 내일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도 잘 못맞추는데...! --a
오늘도 비때문에 오전에는 사진찍는 것은 포기다. ㅠㅠ
호텔에서 나와 스쿠모역까지 아가타상과 잠시 걸었지만 이내 작별을 해야한다.
오늘은 서로 걷는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가타상은 산길로... 나는 56번 도로를 걷는다.
거리상으로는 내가 더 돌아서 가는 길이지만 비가오는 산길은 아마도 많이 힘들거란 생각든다.
"희상 조심해서 잘 가고 이따 숙소나 절에서 만나기로 해. ^^"
"네. 아가타상도 조심하시고요."
아가타상과 헤어지고 홀로 길고 긴 도로를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오후 12시...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한다. ^^
마침 발견한 휴게소로 들어갔다.
우비를 벗고 있는데 언젠가 본적이 있는 듯한 오헨로상이 나를 보더니.. "혹시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여행하는 한국인?"이라고 묻는다. ^^a
"네. 맞아요. ^^"
"오~ 잘 걷고 있네요. ^^ 다시 만나 반가워요."하며 지나가신다.
일본사람들은 커다란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 내가 특이해 보였나보다. ^^a
사실 내가 여행할 당시 한국사람이 없다보니 본의 아니게 오헨로상들에게 유명인물로 통했다. ^^a
홀로 추적 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
새우튀김 김밥인데 왜이리도 맛있던지... ^^b
김이 모락 모락 나고 있는 저 산속 어딘가에 아가타상이 있겠지???
또다시 길을 가다 56번도로와 299번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역방향 오헨로상을 만났다.
어찌나 큰 베낭을 메고 있던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잠시 그분과 이야기를 하고 다시 길을 걷는데... 어라 저 멀리 보이는 사람은...?
아가타상이다. ^^
아가타상과 내가 걷던 길이 합치는 지점에서 만난 것이다.
어쩜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만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기쁜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 기념사진을 찍었다. ^^
오후 1시가 들어서면서 빗방울도 적어졌기 때문에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 보조 가방에 넣고 다녀도 될것 같았다.
여기서부터 절까지는 56번도로로 가도 되고 299번 도로로 가도 되는데 어느 곳으로 갈거냐고 물어보니 299번 도로로 가자고 한다.
이곳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서로 다른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
한참 앞에 가던 아가타상이 앞에서 멈춰서 나를 기다린다.
"희상 여기 바닥을 봐. 오헨로 미치 표시가 여기 이렇게 만들어 놓기도 했네.. ^^"
"오... 진짜네요. 거기다 40번절로 향하는 길이라고 표시까지!! ^^b"
"기념사진 찍어줄까??"
"네.. ^^"
오른손에는 아가타상의 쯔에를 왼손에는 내 쯔에를 양손에 잡고 기념 촬영를 했다. v^^v
다시 길을 걷다 길에서 만난 작은 서낭당...^^
어라... 자세히 보니...!!!
너무나 깜찍한 조각상까지.. ^^a
미소가 절로 나온다.
40번절에 5.6km정도 남은 곳에서 휴게소를 나왔다.
휴게소에는 우리보다 먼저 온 반가운 오헨로상들의 모습도 보였다.
23번절 야쿠오지에서 만난적이 있는 나오키상!!! 그때나 지금이나 어쩜 저렇게 깔금한 차림으로 노숙을 하며 걷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b
오늘도 유쾌한 모습의 나가오상.. ^^a 그런데 썬그라스를 벗으니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인다.^^a
구모모 민슈쿠에서 같이 묵은적이 있는 마루타상은 나를 보더니... "희상... 지난번 어떻게 된거야???"
"네..?? 뭐가요???"
"구모모에서 출발하는 날 주인아주머니가 많이 찾으셨어."
"네..??? 왜요????"
"오니기리 준비했는데 출발해 버렸더라고... 그래서 아주머니께서 차를 타고 희상을 찾으러 갔었는데 못 만나고 왔더라고."
"에??? 정말요???"
이럴수가.... 아주머니는 내가 삶은 계란을 줄 당시가 갈려고 인사를 한건데 그때 출발하려고 하는 것을 몰랐나보다. 어쩐지 오니기리를 주신다고 했었는데 안주시나 했더니... ㅠㅠ 차까지 운전하고 나를 찾으러 다녔다니... 그 바쁜 아침에... 미안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뒤이어 도착한 사카에 마사히로상이다. 이분 역시 구모모에서 함께 묵었던 분... ^^
다들 오늘 숙소가 어딘지 물러보니 나오키상만 40번절 츠야도에서 묵은 예정이고 나머지는 모두 같은 곳이다. ^^b
오랜만에 저녁시간에 시끌벅적 즐거운 시간이 될듯 싶다. ^^
그나저나 이 휴계소 노숙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화장실도 있고... 또 세면장 같이 생긴 물 나오는 곳도 있고.... 여러모로 좋아보였다.
또다시 길을 나선다. ^^
1시간 20분정도 걷다보니 저 멀리 어렴풋이 40번 절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문이 보이자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
드디어 40번절 간지자이지[觀自在寺]에 도착했다.
이곳은 1번 절에서 가장 먼 장소에 위치해 있다.
딱 절반의 거리를 드디어 걸어왔다니 감회가 새롭다.
이 절의 볼거리는 절의 보물을 수납 전시한 <하카쿠도>와 물을 끼얹고 소원을 빌면 좋다는 <팔체불>이 있다.
나도 물을 끼얹고 이곳까지 무사히 올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나머지 길도 무사히 결원할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빌었다.
40번 절에 도착하니 아가타상의 눈시울이 뜨겁다.
2005년 봄... 40번절부터 51번절까지는 아가타상의 아내와 여동생이 함께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희상 사진 한장 찍어주겠어?"
아가타상의 카메라를 받아 들고 사진을 찍어 드렸다.
옛추억이 되살아 나는지 내내 슬퍼보였다. ㅠㅠ
기념 사진을 찍고 본당과 대사당에서 반야심경을 외는 아가타상의 목소리에 떠림이 느껴진다.
참배를 마치고 의자에 놓아 두었던 사진기를 드는데...!!!
헉!!!! 이럴수가... ㅠㅠ
의자 사이에 목에 매는 끈이 걸려서 들다 땅바닥에 카메라를 떨어 트렸다.
그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렌즈가 깨지는 소리... ㅠㅠ 심장이 멈추는 것 같다.
어쩌지...!!! 도시도 아니고 시골에서 렌즈를 살만한 곳도 없을텐데... 제일 먼 거리에 와서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