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0일째] 모나리자가 운영하는 구모모 민슈쿠

안녕하세요.
지난주에는 몸이 좀 아팠던 관계로... 연재를 하루 못했습니다.
기다렸던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ㅠㅠ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35)>


- 모나리자(?)가 운영하는 구모모 민슈쿠 -


2010. 4. 13. 화요일 / 맑음 (20일째)

38번절 곤고후쿠지(金剛福寺)에 도착하다.



시코쿠 최남단의 아시즈리곶은 "보타낙[補陀洛 - 관음보살이 사는 산으로,
극락 정토로서 숭배되고 있는 이상의 세계]"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고 있다.

<보타낙 항해>는 작은 배를 타고 보타낙의 땅을 목표로 하여, 절해의 저 쪽으로
저어 나가는, 희망과 절망을 겸비한 뱃 여행이라고 한다.

절의 주위는 아열대 식물에 둘러싸여 있었다.



경내를 둘러보고 납경소에서 묵서와 도장을 받는데 아저씨께서 나에게
나이를 물어보신다.

그럼 무슨 띠냐고 물으시는데... 토끼가 뭐였더라...?
우사기? 우나기? 갑자기 물어보니 헷갈려서 헤메고 있는데 츄상이 곁으로
다가왔다.

년도를 이야기하고 츄상이 우사기라고 이야기 하니 분홍색 부적을
선물로 주셨다. ^^

나 이외에도 이곳에서 꽤 많은 분들이 부적을 선물로 받는 것 같았다. ^^

받자마자 핸드폰고리에 걸어 넣었다. ^^



거북이 석상을 보고 용궁으로부터 범종을 가지고 왔다는 전설이 있는
거북이인줄 착각을 하고 기념 촬영을 했는데 알고보니 그 거북이는
39번절에 있다. ^^a

그나저나 얼굴만 사람들이 쓰다듬었나???
얼굴만 반질 반질 윤이 난다.



경내를 빠져나가기 전에 아가타상이 다가오더니 선물이라며 핸드폰 고리를
두개나 선물로 주는 것이 아닌가!!!

왼쪽 것은 내것이고 오른쪽 거북이 모양은 그이에게 선물로 주라고 한다.

그이까지 챙겨주시고... 감동의 눈물 좔좔... ㅠㅠ



38번절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음식점으로 향했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우선 일층에서 점찍어 두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고른 것은 차가운 자루소바(530엔)이다.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을 먹은 뒤 일어서는데 아가타상이
각자 100엔씩만 달라고 한다.

나머지는 오셋다이라며....

나는... "안돼요. 내것은 내가 낼거예요."

그러자 츄상이... "희상 오셋다이는 원래 거절할수 없는 것이 원칙이야."

"그래도 이번에는 안돼요.
매번 신세만 질수 없어요.
각자 자신의 것은 자기가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나도 고집을 부렸다.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아가타상에게 신세를 질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다 오늘은 혼자도 아니고 둘씩이나... 크고 작은 돈을 떠나서...
이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가타상이 괜찮다며 한사코 100엔만 달라고 한다.

"그럼 저는 500엔짜리 동전이 있으니 이것을 드릴께요."하고...
500엔을 드리고 쏙 나왔다.

아가타상의 마음은 알겠지만... 더이상 아가타상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가타상도 어쩔수 없는지... 나에게는 500엔을... 츄상에게는 100엔을
받고 나머지는 아가타상이 계산을 하셨다.



다시 숙소로 가기전 전망대 근처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



같은 곳에서 두 남자와 다정히 사진 찍는 희야...
완전 남자복이 터졌다. ^^



아가타상 셀카 찍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난다.

아마도 아내에게 보내기 위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양이다.

저럴때 보면 아기처럼 웃음이 참 맑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숙소를 향해 가는데 길가에서 도마뱀을 봤다.

너무 놀래서 소리를 지르니... 츄상과 아가타상이 웃는다. --;;

가득이나 놀랬는데... 츄상이 나에게 하는 말이...

"도마뱀이 희상을 보고 더 놀래는 것 같은데~
저거 얼마나 맛있는데. ㅋㅋ"

"--^"

둘의 대화에 아가타상이 또 마구 웃는다. --;;



아가타상과 나는 짐이 없어서 가벼운 반면에.... 츄상은 오늘도 무거운
가방을 메고 행군중이다.

평상시 츄상의 발걸음을 따라잡지 못했던 나지만 오늘 만큼은 츄상보다
발걸음이 빠르다.

그런 나의 모습에 츄상이 갑자기 오기가 생겼는지 구불거리는 길을
최단 거리 코스로 왔다 갔다 하며 걷고 있다.

아가타상이 차도길이라 위험하다고 하는데도...
저리 걷고 있다. --;;



1시 30분... 히로시마부부를 만났다. ^^

"에? 희상 진짜 일찍 출발했나봐~
벌써 갔다오고..."

"네.. ^^"

히로시마 부부는 38번 절에 도착후... 반복 구간이 아닌 해변 구간을
걸을 예정이다.

아마도... 오늘이 이 길위에서 만나는 것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같은 고향사람이서 그런지 히로시마부부를 만나니 더욱 웃음 꽃이 핀 츄상~



그들과 다시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께서 위쪽을 가르키며 우리에게 뭔가를
설명해 주신다.

자세히 보니 벌통이 아닌가!!!

벌에 쏘일까봐 완전 긴장하며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다 다시 출발하였다.

길을 걷다 갈래길이 나와서 세명이서 각각 다른 길로 걸어 보기로 했다.

짐이 많은 츄상은 아스팔트 도로를...
아가타상과 나는 산길을 걷는데... 서로 다른 길로 걸었다.



결과는 내가 제일 빨랐다.^^

짐이 없으니 오늘 만큼은 다른 때와 달리 빠르다. 헤~



아가타상과 다시 만나고... 조금 뒤를 보니 츄상이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만큼은 츄상에게 지지 않고 걸었다. ㅋㅋ
이게 왠 아이들 같은 고집인지... ^^a

츄상도 사나이 자존심에 힘을 내 걸었지만 역시나 역부족인 것을 느끼고
조금 속상해 하셨다. ^^a



그래도 오늘 묵을 곳에 도착하기전 갑자기 사라지더니 맥주 한캔을 사
갖고 와서는 혼자 마시며 행복해 한다.

"희상도 한모금 줄까??"

"아니예요. 난 숙소가면 먹을 수 있는데요 뭘~ ^^"



츄상과 나의 걷기 경쟁을 보면서 재미있어 했던 아가타상.. ^^a



"츄상 다리는 괜찮은거야???"하며 걱정도 해 주신다.

우리야 짐이 없으니 괜찮지만... 츄상은 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오늘
엄청난 양을 걸었으니 많이 힘들 것 같았다.



"괜찮아요. ^^ 이정도 쯤이야~"

대단한 체력이다. ^^b

츄상은 오늘 이곳에서 노숙을 하지만 아가타상과 나는 아직 가야할 길이
7km정도는 남아 있다.

츄상과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숙소를 향해 떠났다.



5시 30분 드디어 오늘의 숙소인 구모모민슈쿠에 도착했다. ^^

오늘 43km를 12시간동안 걸었다.

아가타상과 이곳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아가타상은 다시 이사리비
민슈쿠로 향했다.



구모모에 들어가 가방을 챙긴 뒤 아주머니의 안내로 오늘 묵을 방에 들어갔다.

내가 오늘 묵는 방은 현관에서 나와 왼쪽에 있는 작은 창고 형태로
되어 있는 방이었다.

방도 좁고... 같은 건물 안에 있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거기다 녹차 그릇 옆에 바나나 빵이며 즈에를 올려 놓는 작은 천조각까지
여러가지 세심하게 준비해 놓은 것을 보니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 싶었다.



목욕할 준비와 세탁물을 들고 본관으로 가니 아주머니께서 세탁물은
오셋다이로 자신이 해서 주겠다고 하시고... 목욕은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잠시 식당에서 차 한잔 하면서 기다려 달라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둘러보았다.

이 사진은 아주머니께서 조금 젊었을때 사진 같다. ^^



오래된 흑백사진까지... 이곳의 역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아주머니가 결혼하기 2년전에 시작했는데....
결혼하고 쭉 함께한 곳이기도 하다. ^^

아주머니는 이곳에 대해 많은 애정과 사랑을 갖고 계셨다.

그런 아주머니가 조용히 음식 준비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목욕한 사람이 나온 뒤... 나도 식사 전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

아... 다리가 뻐근한 것이... 뜨거운 욕조 안에서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이 난다.

오늘 최고로 많이 걸은 날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그 긴 거리를 해냈다니 정말 기쁘기만 하다.



목욕을 하고 나오니 벌써 식당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오늘 따라 더욱 군침이 돈다.

아마도 많이 걸었으니 더욱 꿀맛 같은 밥상이리라...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식당에 앉아 있는 나.. ^^



맥주도 한병 주문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



오늘 이곳에서 함께 묵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총 6명이다.

여자는 내가 유일하고... 모두 남자이다.

3명은 38번절에 다녀온 사람... 3명은 내일 38번절로 가는 사람이다. ^^

전날에 묵은 분들이 나를 보더니...
"아침에 자신들이 식사를 할때... 가방을 놓고 간 사람이 희상이었군...
우린 완전 놀랬잖아.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 사람도 있단 말야... 하고서...
암튼 그 긴 거리를 대단한 것 같아."

"뭘요.. ^^;;"

"어제 여기 묵은 사람중에 재일교포가 있었는데..."

"네? 재일교포요???"

주인 아주머니께서 어제 찍은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자세히 보니
초반에 함께 걸은 적이 있던 A상이었다.

나보다 하루 빠르게 걷고 있는 모양이다.

전날 안슈쿠에서 묵지 않고 이곳에 묵었더라면 만날뻔 했다.

아마도 내 가방을 보고 나인줄 알았겠지...?



내 앞에 앉은 마루타상이 맥주 한잔을 건내 주셨다.

오다 가다 몇번 만난 사이인 마루타상과 오늘에서야 서로의 오사메후다를
교환하게 되었다.



구모모 주인 아주머니 참으로 유쾌하신 분이다.

창문에 얼굴을 내밀며... 자신을 모나리자로 표현하셔서...
다들 유쾌하게 웃었다. ^^

내일 일찍 출발할 예정이라 아침은 빼고 계산을 부탁드리니...
내가 자는 곳이 좀 작은 곳이니 500엔 깍아 주겠다고 하신다.

연박 하는 분들에게도 가끔 500엔씩 깍아 줄때도 있는 듯 싶었다.

"내일 내가 오니기리 오셋다이 할테니 그것 갖고 가요~"라고 하신다. ^^

여러모로 배려해주시니 더욱 따뜻한 곳이 아닌가 싶다.

식사중... 일기예보가 나오는데 모두들 TV로 시선이 멈추었다.

다행히도 내일도 맑다는 말에...
로또라도 당첨된 사람들 마냥 다들 좋아라 한다. ^^

식사가 끝나고 방으로 가는데 아주머니께서 세탁을 끝낸 세탁물을
건내주셨다.

"밤에도 현관문을 잠궈두지 않나요?"

"그럼요~ 그러니 화장실 가고 싶으면 맘껏 들어와요."

휴~ 다행이다. ^^

9시... 방으로 돌아와 눈을 감는다...

함께 걸었지만 각자 자른 곳에서 잠자리를 하는 오늘 밤....
지금쯤 다들 꿈나라에 갔으려나???

츄상과 아가타상을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엔 / 우유 70엔 / 삼각김밥 130엔 / 국수 163엔 / 점심 소바 500엔
맥주 한병 500엔

구모모 숙박료 5,000엔(아침 불포함, 작은방)
- 원래 가격은 아침 저녁포함 6,000엔, 스도마리는 4,000엔

당일총액 : 6,663엔


일일 도보거리 : 43km
안슈쿠 ~ 38번절 곤고후쿠지 ~ 구모모 민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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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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