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0일째] 시코쿠 최남단 땅끝마을 아시즈리곶을 향하여~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31)>


- 시코쿠 최남단 땅끝마을 아시즈리곶을 향하여~ -


2010. 4. 13. 화요일 / 맑음 (20일째)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갈 갈이 멀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가방을 정리하고 가려고 보니 식당쪽에 불이 켜지는 것이 보인다.
주인 아저씨께서 아침 준비를 위해 일어나신 모양이다.

식당으로 가서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안슈쿠에서 나왔다.



출발하기전 안슈쿠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침으로 국수와 비상식으로
삼각김밥과 우유를 샀다.

그리고 정류소 안에서 국수를 후다닥 먹고 출발한다.



안슈쿠에서 구모모 민슈쿠까지는 2.5km이다.

질흙 같던 어둠도 걷다보니 서서히 걷히며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걸었던 적이 있던가...?
오늘따라 걷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진다.

거기다 4일만에 맑은 날씨라니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로 밀려온다. ^^a



이곳은 어젯밤 아가타상이 묵은 이사리비 민슈쿠다.

앞마당에 아가타상이 없는 것을 보니 먼저 구모모 민슈쿠로 향한듯 싶다.



구모모 민슈쿠 방면으로 쳐다보니 다리 건너편에 아가타상이 서서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나도 방가움에 마구 손을 흔들며 한걸음에 뛰어갔다.

우선 구모모 민슈쿠 대문을 열고 주인을 부르니 아주머니께서 달려나오셨다.

배낭을 맡기고 가고 싶다고 하니 문 옆에 놓아두고 가면 된다고 하며
가면서 먹으라고 사탕과 초코렛이 담긴 봉지를 건내 주셨다. ^^b

배낭을 내려 놓고 납경장과 비상식과 사진기, 즈에와 모자를 쓰고 길을
나서게 되었다.

아~ 이 날아갈 것 같은 몸이란!!!!
감동의 눈물 좔좔... ㅠㅠ



걷다가 학교로 향하는 초등학생을 만났다.

들고 있던 사탕을 건내주며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녀석 무지 똘똘해 보인다.

그나저나 시간이 6시 50분인데...
초등학교도 이렇게 이른 시간에 등교를 하나?

잠시 뒤쪽에서 걸으며 아가타상과 아이가 함께 걷는 모습을 보니 마치
할아버지와 손자가 다정하게 걷는 모습 같다. ^^

거기다 아이를 안쪽에 두고 바깥쪽으로 걷고 있는 아가타상의 배려는
늘상 몸에 밴것 같다.

늘 나와 함께 걸을때도 늘상 저렇게 걷고 계시니 말이다.



오늘따라 너무나 가벼워 보이는 나.. v^^v

가방이라고는 카메라가방이 전부니 얼마나 행복한지....!!!!

거기다 배낭이 너무 커서 삿갓을 쓰면 목에 걸려서 쓰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구입하고 처음으로 삿갓도 쓸수 있었다. ^^b



오늘은 해변 모래길을 걷는 구간도 있다. ^^

걷는 내내 내가 잘 오고 있다 살피시는 아가타상.. ^^b



우리 앞으로 걷고 있는 또다른 오헨로상이 보였다.

아가타상은 아는 분인 듯 싶었다.

이 구간을 걷는 분들은 대부분 짐이 가볍다.



아가타상의 발자국을 따라 걷고 있는 희야.. ^^

그런데 은근 해변길을 걷는 것이 쉽지 않다.

신발속에 모래도 자꾸 들어오고....!!



결국 해변길을 벗어나 걷는 길을 선택해서 걷는다.



역시 흙길이 최고.. ^^b

오늘 걷는 구간은 여러가지 걷는 루트가 있으니 자신에게 편한 길을
선택해서 걸으면 좋을 듯 싶다.



해변길로 쭉 걸어 왔다면 이곳에서 올라 왔을 것이다.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양들~
꼬리가 쫑긋 올라가 있는 모습이 왜이리도 웃기던지.. ^^;;



한참 걷던 아가타상이 한 건물 앞을 가르켰다.

"희상... 여기야. 오늘 츄상이 묵는 곳이...."

"에? 오늘은 여기서 묵는 거예요?"

"응.. ^^"

그렇구나... 츄상은 지금쯤 어디쯤 오고 있을까???
나보다 훨씬 뒤쪽이었으니깐 내 뒤에서 오고 있겠지..???



또다시 길을 나선다.



해변길로 다시 또 걷고...



바위 사이로 또다시 산길도 기다리고 있다.

가다가 앞질러가게 된 나....
산길과 시멘트 도로길이 나왔는데...
당연히 산길로 가야 할거라 생각해 그쪽으로 올라가니...
아가타상이 그쪽길... 힘들텐데... 암튼 가보자며... 따라오신다.



완만한 길도 있었지만...
중간 중간 가파른 곳도 많았다.

거기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인해 어찌나 미끄럽던지...
중간 중간 물이 흐르는 구간에 통나무가 있는데....
건너다 몇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

다행히도 먼저 건넌 아가타상이 즈에를 내 쪽으로 뻗어 주어서
그것을 잡고 걸었는데...
안그랬으면 통나무 위를 걷다 물속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

"내가 왜 이길로 안가려고 했는지 알겠지?"

"네.. ^^;;"

"옆으로 빠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한번 이쪽으로 가볼테니깐 희상은
여기 기다리고 있어.
옆으로 빠질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소리칠테니깐 내려오고..."

"네.. ^^"



옆으로 빠져서 내려갔던 아가타상이 몇분 뒤 다시 올라오신다.

"음... 길이 막혀서 내려 갈수 없는걸...
별수 없네 그냥 힘들어도 가던 길로 가야 할것 같아."

"네.. ^^"



한시간 여 만에 다시 산길이 끝나고 공동묘지가 보인다.



다시 마을로 내려가는 코스... 완전 행복하다. ^^



마을을 내려와 자판기에서 음료수 두개를 뽑아 하나는 나를 주고
하나는 아가타상이 마시며 숨을 고르고 계신다. ^^

나 땜에 너무 험난한 길을 가신듯.. ^^a

가방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고생 할뻔 했다.



"배고프지!자 간식으로 팥빵도 먹자."

"감사합니다. ^^"

조그만한 팥빵이 힘든 일을 겪고 난 뒤라 그런지 더욱 꿀맛이다.



오늘따라 그림자도 멋진 나.. ㅋㅋ ^^a



"희상 출발하기 전에 화장실 갈거면 저기 카페에 있는 화장실 갔아 오면 돼."

"아... 네. 갔다 올께요."



화장실 문 앞에는 오헨로상들이 편안하게 이용하라고 안내 표지판도
설치 되어있었다.

시코쿠의 이 길들은 이곳 주민들의 배려가 정말 깊은 것 같다.

그렇기에 이 길을 걷는 동안 늘 가슴이 따뜻해 지는 것이리라...



다시 길을 걷다 발견한 지렁이...!
처음에는 너무 커서 뱀인줄 알았다. --a

사실 시코쿠를 여행하는 사람중에 뱀을 봤다는 사람들이 참 많던데...
나는 다행히도 아직까지 뱀을 본적이 없다.

아니면 못보고 지나쳤을지도....!
이것 또한 행운이리라...



38번절까지 1시간 정도를 남겨둔 지점에서 젠콘야도를 발견했다.

이곳은 500엔을 내고 이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따뜻한 이불이며 식사를 할수 있는 테이블까지... 완전 아늑한 곳이다.



길에서 만난 예쁜 타누키카페~
시간적 여유만 있더라도 이곳에서 차 한잔 마시고 가면 좋을텐데...
오늘은 갈길이 멀기에 패스~



"희상 저 아래 38번 절이 있어."

"에...? 저 아래에요???
나무 밖에 안보이는데... ^^a"



드디어 38번절 길목까지 왔다.
이곳이 바로 시코쿠의 최남단 땅끝마을 아시즈리곶이다.

잠시 저 멀리 펼쳐지는 바닷가를 감상해 본다.



우리들 앞으로 갑자기 학생인듯한 남자오헨로상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 아가타상 여기서 만났네요."

"어~ 카즈야상 일찍 도착했네!!!"

"옆에 있는 분은 아가타상이 말한 한국분?"

"응.. ^^"

"안녕~""

나이가 무척 젊어 보이는 카즈야상은 16살이라고 한다.
요코하마에서 왔다는 그....
그런데 16살이면 지금 학교 다닐 시기가 아닌가!!!

아가타상에게 살짝 물어보니 학교생활에 살짝 적응 못하다가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이곳 시코쿠에 왔다고 한다.

얼굴도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가타상 이거요.
민슈쿠 주인이 아가타상 전해주라고 준 오니기리예요.
아침도 안드시고 일찍 출발하셨네요."

"응... 고마워. ^^"

녀석 심부름까지 해주고...
은근 착한걸~

이 구간을 걸을때 편의점이 마땅히 없다보니 민슈쿠 주인들이 오니기리를
준비해서 많이 싸주는 듯 싶었다.

카즈야상과 아가타상 그리고 나는 38번절 곤고후쿠지로 향했다.

그런데 산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츄상이 아닌가!!!!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 30분이다.



나보다 뒤에서 올거라 생각했는데...
도데체 몇시에 출발했기에 이곳에 나보다 먼저 도착한 것일까!!!

하여간 그의 페이스는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방가운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니 절간앞이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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