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19일째] 폭우 속 전진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30)>


- 폭우 속 전진 -


2010. 4. 12. 월요일 / 폭우 (19일째)

이른 새벽에 몇번 눈을 떴지만 다른 사람들의 기척이 없어서 혼자
일어나 불을 켜기가 미안해 계속 이불속에 있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서야 일어나 씻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제 저녁에 지영씨가 편의점에서 구입한 도시락을 건내 주었다.

아침까지 챙겨주시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배려가 깊다.



그나저나 비가 너무 많이 온다.
맘 같아서는 이곳에서 하룻밤 더 쉬었다 가고 싶지만 니니가와상과
지영씨도 오늘 쿄토로 떠난다고 하니 더 머무를 수도 없는 현실이다.

니나가와상과 지영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오더니 차량에 매단
나무 상자를 떼어 내야하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다함께 나가 차량 위에
있던 커다란 상자를 떼어 냈다.

어제밤의 아쉬운 현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다.

다시 토지안으로 들어와 지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코스가 아무리 봐도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하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어디까지 걸을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으니
숙소 예약도 할수 없고...
또 내일 코스는 여러가지 코스가 있어서 어떻게 가야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a

결국 아가타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가타상 어디예요???"

"응. 나는 아직 민슈쿠야."

"나는 지금 토사 토지안에 있는데... 오늘 가는 길을 잘 모르겠어요.
같이 출발하지 않을래요???"

"그래 알았어. 이따보자고~"

전화를 끊고 나니 왠지 안심이 된다.

니나가와상이 언제쯤 갈거야고 묻길래 친구가 오면 바로 출발할 거라고
했더니 자신은 아침 신문을 사러 간다고 한다.

다녀와서 볼수 있으면 좋겠지만 못 볼수도 있기에 미리 작별인사를 고했다.

니나가와상에게...
이곳이 시코쿠를 찾는 한국인들에게는 따뜻함과 위로를 주는 보금자리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며 여러모로 신세가 많았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7시 30분쯤 아가타상이 토지안에 도착했다.

지영씨와 아가타상에게 서로를 소개 시켜주고 차한잔을 함께 마시고
7시 40분에 출발했다.

지영씨에게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쿄토 토지안에서 한번 더 보자고
인사말을 남기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비속에서도 환하게 웃고 있는 토지안의 꽃들... ^^
언젠가 또 만나자며 눈 인사를 보내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걷다보니 차를 타고 토사 토지안으로 돌아오는 니나가와상이 우리를 보고
잘가라며 손을 흔들고 지나갔다.

"희상 오늘 숙소는 예약을 했어???"

"아니요.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가타상은 예약을 했어요?"

"응 나는 이사리비 민슈쿠에 이틀 예약을 했어.
오늘 거기까지 가고... 다음날 38번 절에 갔다가 다시 그곳에서 잘거야.
중복되는 구간이거든...."

"그곳에 방이 남았을까요???"

"잠시만 내가 전화를 해 볼께."

이사리비에 전화를 해 봤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한다.

이 구간에 있는 민슈쿠들은 반복구간을 걷는 오헨로상들로 인해
인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ㅜㅜ

"어떻게 하죠???"

"이사리비 근처에 있는 구모모에 전화 해 볼께."

구모모 민슈쿠에 전화를 해 보니 오늘은 예약이 꽉 찬 상태고
내일은 가능하기는 한데 지금 현재 창고식 작은 방밖에 없는데...
괜찮은지 물어본다.

아쉬운 사람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 그거라도 예약을 부탁했다.

이제 오늘이 문제인데... 이사리비 민슈쿠 전에 있는 안슈쿠에 전화를
했더니 다행이도 오늘은 방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오늘 묵기로 했다.

아가타상과 오전에 만나지 않았다면 숙소때문에 저녁에 완전 고생할 뻔했다.
휴~~~~!!!

"그런데... 츄상은???"

"어제 남자는 받을 수 없다고 해서 거절당했어요.
안그래도 어디서 잤을지 걱정이예요."

"그랬구나... ^^a"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장난 아니게 내린다.
그래도 아가타상과 함께하니 고통도 반으로 감소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오늘도 비때문에 사진은 포기해야 할 분위기... ㅠㅠ

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이니 사진 욕심은 잠시 버려두기로 했다.

빗속에서 굳굳히 걷고 있는 아가타상을 보니 비 핑계로 하루 더 쉬고
싶어 했던 마음들을 반성하게 된다.

1시쯤 시만토 대교 전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키코상을 다시 만났다.

그녀를 만날때마다 비가오니 그녀와 함께하는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

"아키코상 혹시 오늘 츄상 못봤어???"

"어.. 좀전까지 편의점에 있었는데...!!"

"정말?"

그녀의 말에 왠지 안심이 되었다.
우리보다 조금 앞에서 걷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만날수 있을까???

편의점에서 볼일을 보고 시만토 대교를 건너 321번 국도를 따라 걷다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야조 자연공원 근처에 있는 우동집으로 아가타상과
함께 들어갔다.

어라 그런데 여기서 츄상을 만날 줄이야.

"츄상.. 어제 괜찮았어요???
어젠 정말 미안해요."

"괜찮아. 걱정하지 말래두~"

츄상은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나는 오뎅 3꼬치를 골라 먹고 아가타상은 우동과 유부초밥을 드셨다.
신발에는 물이 한가득이다.

다른때 같았으면 가게 안에서라도 카메라를 꺼냈을텐데...
몸이 지치니 그것도 힘들다. ㅠㅠ

화장실에 갔다가 주인 아주머니께 몰래 다가가 아가타상 것과 내것을
계산해 달라고 했다.

늘 아가타상에게 신세가 많으니 오늘은 내가 오셋다이를 하고 싶었다.

식사를 마친 아가타상이 계산을 하려고 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저 처자가 이미 계산 했다우~"

"에??? 정말요? 희상 왜 그랬어."

"오셋다이예요. ^^"

"정말 고마워. 잘 먹었어~"

훈훈해지는 분위기...
그 모습을 본 츄상이 질투가 나는지....

"이런... 나도 좀 천천히 올걸 그랬나???"라고 한다.

하여간 못살어~!!! --;;

식당에서 나와서 셋이 일렬로 함께 걸었다.

물론... 츄상의 페이스가 늘 앞선다.



우동집에서 두시간여 걷다보니 드라이브인 스이샤에 도착하였다.

츄상은 오늘 이곳까지만 걷는다고 한다.

아가타상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세개 뽑아서 한개는 본인이 두개는
나를 주며 한개는 츄상에게 건내 주라고 한다.



다라이브인 스이샤 근처에 있는 공중화장실이다.

그곳에 먼저 도착한 츄상은 일찌감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츄상 따뜻한 커피 마셔요~!
아가타상이 주는 거예요."

"고마워~"



나름 깨끗했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왔다.



오늘 이 공중 화장실 옆 간이 의자에서 츄상은 잔다고 한다.

"화장실도 가깝고 비도 안들어오고 좋은 곳이야."

오늘의 일정이 먼저 끝난 츄상의 표정이 밝다.

이곳에서 히로시마 부부도 다시 만났다.

오늘 숙소를 물어보니 나와 같은 안슈쿠란다.

"와~ 오늘은 함께 식사를 하겠네요. ^^"

"그러게. 매번 지나치기만 했지 처음으로 함께 묵네. ^^"

그러자 옆에 있던 츄상이..
"희상이랑 오늘 한잔 하시면 되겠네요."

"오~ 그래. 오늘 우리가 한잔 살께.
그런데 무슨 술을 좋아해???"

"희상은 술을 안가려요.
엄청 마시죠."

"헉... 정말. 조금 무서운걸~ ^^;;;"

"덩치를 봐요. 잘 먹게 생겼잖아요."

"뭐라고!!!! 내 몸이 어때서!!!!"하고 츄상을 째려보니...

"뭐야. 다 알아 들은거야!!!"하며 멋적게 웃는다.

"--^"

"그럼 이따 숙소에서 보자고~!!"하며 히로시마 부부가 먼저 출발하고...
아가타상과 나는 츄상과 좀더 이야기를 하다가 아쉬운 작별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잘 말해 놓았으니 이따 맛있게 마셔~!!!
아~~~~ 다들 따뜻한 밥에... 좋겠다."

에구... 이럴때가 늘 미안한 순간이다.

내돈 내고 내가 숙소에 묵는거지만....
비도 오고... 추운 날... 츄상을 두고 우리만 따뜻한 곳에서 묵는 다는
것이 왜이리도 미안한지... ㅠㅠ

"츄상 힘내요~!!"

다시 빗속을 뚫고 전진한다.

다시 한시간 반정도를 걸어 오늘의 숙소인 안슈쿠에 도착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우체국에 들려 5만엔도 찾았다.
도둑 위험때문에 돈은 조금씩 찾아 쓰는 것이 좋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운명이다 생각하는 나는 그냥 5만엔씩 찾아서 썼다. ^^a



안슈쿠는 아가타상도 예전에 이곳에 묵은 적이 있다며 주인 아저씨께 인사도
하고 나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함께 안슈쿠에 잠시 들어섰다.

아저씨께서는 내일은 어디서 묵을 예정이냐고 물으셨다.

"구모모에서 묵을 예정이예요."

"에????
족히 43km정도 될텐데... 내일 일정은 무리야.
내일 일정 다시 조정하는 것이 좋을텐데..."

"희상 어떻게 할래???
숙소 바꿀까???"

"아가타상은 어떻게 할건데요???

"난 계획대로 할 예정이야."

"저도 그럼 할수 있어요.
내일은 구모모에 가방을 놓고 걸으니깐 괜찮을 거예요."

"그래도 나보다 더 많이 걷는데 괜찮겠어???"

"네.. ^^a"

아가타상은 다시 이곳에서 한시간 떨어진 이사리비를 향해 떠났다.

나는 우선 입구에 있는 신문지로 신발에 가득 찬 물기를 몇번 빼고
뽀송 뽀송한 신문지로 다시 신발을 가득 채운뒤 나의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향하는 통로와 화장실... 그리고 아침에 사용할 세면장~



아~!!! 드디어 방에 도착했다. ^^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모른다.



방 입구에 신문지가 미리 깔려 있었는데 혹시라도 젖은 용품이 있을까봐
그곳에 가방과 소지품을 놓아 두었다.



더더욱 행복한 목욕시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이곳이 지상낙원 같았다.

점점더 일본식 오후로 문화에 빠져드는 희야.. ^^v
그나저나 목욕탕 위쪽 창문 앞에 작으만한 엘라스틴 삼푸병이 있다.

한국손님이 왔다가 놓고 간것 같았다.



목욕을 하고 밀린 빨래를 하는데 어라... 이곳은 세탁기가 반 자동이다.

예전에 엄마세대때 쓰던 세탁기가 아닌가!!!

사용법을 몰라 헤메고 있으니 주인아저씨 아들이 와서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집 주인 아저씨 아들 은근 성격이 특이하다. ^^;;

자신의 닌텐도를 보여주며 자랑도 하시고....
온갖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쉬지 않고 이야기 했다. ^^a

6시 15분 주인 아저씨가 노크를 하시며 식당으로 오라고 하신다.



식당으로 가니 오늘 손님은 총 5명이다.

두분이서 한 테이블에 앉고...
나와 히로시마 부부가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다.



오늘의 메뉴이다. ^^

사실 생선은 사시마만 먹을수 있는데... 생선까스가 나왔다.

다른때 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텐데...
오늘은 생선까스도 말끔히 다 먹어 버렸다.

시코쿠에 오니 못 먹는 음식도 먹어버리고 대단한 변화다. ^^;;



히로시마 부부께서 아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맥주를 쏘셨다. ^____^

매번 자주 만났음에도 이름은 처음 묻게 되었다.

두분의 이름은 요시야마이다.

여자분은 64세 남자분은 65세란다.



두분은 작년에 30번 절까지 돌았다고 이번에 30번절에서부터 52번절까지
돈다고 한다.

알고보니 구간을 몇년에 나눠서 걷는 쿠기리우치였던 것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이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b



식사를 마치고 주인 아저씨께 내일은 일찍 출발해야 해서 아침은 먹을수
없을것 같다고 이야기 하고 미리 계산을 부탁드리니...
아침 식사 비용으로 500엔 제외한 5,500엔을 주면 된다고 한다.

(원래 저녁과 아침 포함 가격이 6,000엔이다.)

아~ 아침을 먹지 않으면 이렇게 할인도 받을 수 있구나...!!!
여지껏 그런줄도 모르고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아침을 꼭꼭 먹고 출발했는데...
앞으로는 일찍 출발해야 하는 날은 이렇게 아침 불포함으로 묵으면
될듯 싶었다.



오늘 하루종일 고생한 나의 모습도 한방 찍어주는 센스를 발휘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

방에 들어와 있는데 아가타상에게 전화가 왔다.

"희상 내일 같이 만나서 걸을까???"

"네. 좋아요. ^^"

"몇시에 만나는 것이 좋아???"

"제가 이사리비로 6시까지 갈께요."

"그래. 그럼 그때 보자고. ^^"

"네.. ^^"

내일은 걷는 거리가 장난 아니니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야 할것 같다.
그래도 긴 거리를 아가타상과 함께 걷는다 생각하니 힘이 난다. ^^

아무래도 아가타상은 나의 힘의 원천인가보다. ^^a

8시 15분...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4일간 지독스럽게도 내렸던 비...
내일은 드디어 맑을 거라고 하니 위안이 되는 밤이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오뎅 3개 450엔 / 우동 700엔 / 유부초밥 300엔
안슈쿠 숙박료 5,500엔(아침 불포함)

당일총액 : 6,950엔


일일 도보거리 : 28km
토사 토지안 ~ 안슈쿠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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