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18일째] 토사 토지안과 니나가와상의 선거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29)>


- 토사 토지안과 니나가와상의 선거 -


2010. 4. 11. 일요일 / 비 (18일째)

저멀리 우산을 쓰고 니나가와상과 지영씨[<남자에게 차여서 시코쿠라니>를 쓴 저자]가
나에게로 걸어왔다.

"어이~ 잘 지냈어? 그나저나 내 사진은 봤어???"

"사진이요???"

무슨말일까???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니나가와상이 벽에 붙어 있는 선거안내
벽보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가리켰다.



"어??? 니니가와상 또 선거에 나간거예요???"

최근 걷다보면 곳곳에서 선거 차량을 많이 봤지만 그중 니나가와상도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오늘이 바로 선거날이라고~ 일단 토사 토지안에 가서 이야기 하자."

"네.. ^^



여행전 책으로만 보아왔던 토지안을 드디어 직접 체험하게 되는 순간이다. ^^

그나저나... 츄상은... 괜찮은 걸까??? ㅠㅠ



입구에는 세면장겸 싱크대가 놓여 있었다.

잔득 젖은 우비는 이곳에 벗어 놓고 미닫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로리다.

지나가는 오헨로상들의 휴식처이자 대화의 장이 되는 곳...
보기만 해도 정감이 간다. ^^b



들어오자마자 지영씨가 따뜻한 녹차를 만들어 주셔서 언 몸을 녹이며
앉아 주변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



수 많은 오헨로상들에게 받은 오사메후다~

안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도미토리 형식의 침대가 4개 있다.

오늘은 니나가와상... 김지영씨... 그리고 이번 선거를 도우러 온 스태프
이와후지상과 나.. 침대 모두가 꽉 찬 상태이다.



"어~ 저 탈은 어디서 난거예요???"

"쿄토에 있는 토지안에 묵은 한국손님이 선물로 보내 온 것을 이곳에
갖다 놓은 거예요."

"아.. 그렇구나."



옆에 또다른 방이 있길래 보니 쿄토 토지안 스태프인 이와후지상이
곤히 잠들어 있다. ^^a

선거 운동이 힘들었나??? ^^;;



방안 안쪽에는 북과 제단과 불교용품이 가득하다.

잠시뒤 지영씨가 방에서 한바탕 북을 신명나게 치는데...
마치 이 북소리에 이끌려 시코쿠에 찾아 들게 된듯한 착각이 들었다. *^^*

"배고프죠? 컵라면 드실래요?"

"아... 네.. ^^ 감사합니다."



사실 그리 많이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저녁일거라 생각하고 먹어 두었는데...
나중에 또 저녁식사를 할줄은 그 당시 몰랐다. ^^;;
(아~ 살 빼야하는데 이리도 많이 먹으니... ㅠㅠ)

"아까 그분은 누구세요???"

"아.. 요 몇일 함께 동행한 분이예요.
그분이.. 오늘은 남자는 금지라고 했다고 하던데...?"

"젠콘야도를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거든요.
혹시라도 위험 소지가 있는 사람은 아예 들이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죠."

츄상의 검은 얼굴이 아무래도 썩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나보다.

"함께 노숙한 적도 있고... 좋은 분인데.... ㅠㅠ"

"원래... 나쁜 사람들도 처음에 잘해줘서 안심하게끔 한 다음에 방심할때
뒤통수를 칠 경우가 있으니깐 조심해야해요."

"정말요???"

"네...!"

"그리고 이번에 니나가와상이 내려온 것은 선거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오헨로상을 맞이할 정신이 못돼요."

"아..."

"선거는 언제예요???"

"오늘이요."

"그럼 지영씨도 선거때문에 같이 오신거군요."

"네. 선거 끝나고 내일쯤 다시 모두 쿄토로 가요."

"와~ 저 완전히 절묘한 타이밍에 왔네요.
하루만 늦었어도 이곳에 오지 못했겠네요. ^^a"

"ㅎㅎ 그렇네요."

여행내내 정말 타이밍 하나는 늘 절묘했다.
그래서 그때가 아니였으면 받지 못했을 사랑이나..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나란 사람은 이 여행내내 코보대사의 은총을 받은 사람이 아닌가 싶다.



"앗~! 잠시만요."라고 하더니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TV 내용을 촬영한다.

아마도 이번 선거에 관한 내용이 나오자 그것을 카메라로 담는 듯 싶었다.

이번 촬영이... 그럼 <선거, 일본의 경우2>가 되려나??? ^^a

잠시 촬영을 하던 지영씨가 다시 자리에 돌아왔다.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쉴세없는 수다를 펼쳐 놓았다.



"니나가와상은 내가 여기까지 잘 올거라 생각했어요???"

"생각보다는 빨리 왔다고 하네요.
그리고 여기까지 해 냈으니깐 끝까지 잘 할거란 생각은 든데요. ^^"

"하시모토상 젠콘야도에 대한 소문이 안좋던데... 알고 있어요???
어떤 여자분이 거기 묵었다가 성추행 당했다는 소문이 있어서 그곳에
못 묵었어요."

"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쩜 하시모토상이 아닌 헨로상들끼리
그런 일이 있었을수도 있어요.
그러니깐 오헨로상도 잘 받아야해요.
사실 젠콘야도를 하게 되면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썩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낯선 자들의 방문이 그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죠.
또... 가끔 안 좋은 행동을 하고 가는 오헨로상도 있으니깐...!"

"어쨌든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여자들은 한번의 실수로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될 수도 있으니 늘 조심하세요."

"네!!!"



"이번에 니나가와상이 나가는 선거는 어떤거예요???"

"쿠로시오쵸의회 의원 선거예요."

"니나가와상의 공략은 뭐예요???"

"이곳도 한국처럼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다 나가거든요.
결국 나이 많은 사람들만이 고향을 지키고 있죠.
고향을 떠나는 젊은 사람들 대부분은 일자리가 없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말해요.
니나가와상은 그런 젊은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방법들을 공략으로
제안하고 있어요."

"오~ 멋지시네요."

"다른 분들은요???"

"한분은... 지금 현직인 분인데 재선에 출마하신 분이고..
나머지 한분은 청사를 짓겠다고 공약을 내건 사람이예요."

"잉??? 청사를요???"

"네. 건설쪽 일을 하는 사람인데....
조직이 많다보니 지지도도 높죠."

"청사를 짓는다고 자신들에게 좋을 것도 없을텐데...
그런 것을 지지한단 말이예요. 거참~ 이해가 안되네요."



불을 살리기 위해 바람을 불고 있는 지영씨가 나에게도 한번 해보라고 했다.

"후~~~~~"

요령이 없어서인지 보기보다 은근 힘들었지만 재미난 체험이다. ^^a

"그래서 니나가와상은 당선될 가능성은 어떻게 돼요."

"당선될 가능성은 낮아요. ㅎㅎ"

"그럼 이번에도... 혹시 지난번 처럼 꼴찌???"

"아마도...! ^^a"



이로리에서 구운 쥐포...
이거... 은근 중독성 있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b



잠깐 토지안 밖에 촬영을 하러 나가는 지영씨를 따라 나갔다.

"와~~~~~~~~~~~~~~~~~~~~~~~~~~!!!!"

구름이 내려 앉은 바닷가의 풍경이 예술이다. ^^b



다시 토지안으로 들어오니 니나가와상이 쥐포를 굽던 곳에 주전자를
올려 놓고 그 옆으로 귤을 올려 놓고 굽고 계신다.

"에??? 귤도 구워서 먹어요?"

"응. 예전에는 말이지 귤도 비싼 과일일 때가 있었지.
이렇게 구워먹으면 빨리 먹을수 없으니깐 천천히 아껴 먹을 수도 있고...
또 단맛도 더 강해져서 맛있거든...!!!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는 것과 조금은 비슷한 방법이지."

"오... 진짜요???"

니나가와상이 건네준 구운 귤을 먹어보니 따뜻한 귤이 진짜 달고 맛이 좋았다. ^^b

"희상 피곤하지는 않아요??"

사실 눈꺼풀이 무거운 상태였다.
비도 많이 맞고... 뜨거운 라면으로 배도 채우고 따뜻한 이로리에 앉아
있으니 왜이리도 졸린지...!!!

그런 나의 상태를 어찌 알고 지영씨가 잠시 눈을 붙이란다.

"이따가 목욕탕 갈거거든요.
그때 깨워 줄께요."

"네... 감사합니다. ^^"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우니 순식간에 꿈나라로 갔다.

한시간 정도 단잠을 자고 자리에 일어났다.



세면도구를 챙겨들고 니나가와상의 선거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선거운동은 선거 전날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차 위에 선거 홍보
포스터는 붙어 있지 않았다.

이 차를 타고 몇일 동안 세명이서 선거 운동을 했다고 한다.

다른 후보들은 선거운동 도우미가 많았다고 하는데....
니나가와 상은 정예의 멤버 3명이었다니.. 조금 안습이다. ^^;;



차를 타고 향한 곳은 목욕탕이 아니라.... 다른 후보 선거운동 본부였다.

"여~ 선거는 잘 되어가나...?"

같은 당원처럼 자연스럽게 본부로 다가가 말을 건내는 니나가와상을
보고 완전 놀랬다.

지영씨에게...
"이렇게 일본 사람들은 다른 후보 본부에 오기도 해요???"라고 물으니...

"다른 사람은 당연히 안오죠. 니나가와상이기에 가능한 일 아니겠어요."란다.

역시... ^^;;



니나가와상이 하는 행동들을 곁에서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지영씨...
환상의 콤비이다. ^^b

재미난 다큐멘터리가 또 나올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이쪽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이렇게 찾아온 니니가와상이 좋지도 않겠지만...
싫어 하는 내색도 하지 않는다.



분위기를 살피며 이야기 하고 있는 니나가와상.. ^^b



이 후보가 지금 현직에 있는 분이고 이번에 재선으로 출마한 분이다.



다시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역시... 목욕탕으로 향하지는 않았다. ^^;;;



이곳은 또다른 후보의 선거본부이다.

아까 말한 건설쪽에 종사하는 후보이다.
청사를 짓겠다는 공약을 하신 분!!!

이곳은 좀전에 간 곳보다 운동원들도 훨씬 더 많고...
선거본부도 더욱 활기차다.

그런데 니나가와상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왠지 살기가 느껴진다.



촬영을 하고 있는 지영씨를 보고...
'저건 뭐하는 거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선거 운동을 촬영하러 온 거라고 했는데....
찍지 말라고 공포 분위기 조성...
오... 간담이 서늘하다.

건설쪽 사람들 중... 조폭들도 있는 듯 싶었다. --a

그래도 그 가운데에서 꿋꿋이 촬영하고 있는 지영씨!!! "스고이~!!! ^^b"

아무렇지도 않은척 있다가 차를 타고 그곳에 빠져나가는 길에 니나가와상은
그곳의 선거 운동원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자신의 선거송을 크게 틀어 놓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마치 방구 뽕~ 끼고 이거나 먹어라~! 으흐흐흐...
하고 사라지는 듯한 분위기... ㅎㅎ
멋진 한방이다.

그런 모습에 뒷자석에 앉은 나는 웃음이 나왔고...
지영씨는 선거송을 끄라고 니나가와상을 나무랐다. ^^;;;

사실 선거날 부터는 선거송을 틀면 안된다고 한다.

그래도 니나가와상이기에 가능한 행동들이 왜이리 멋져 보이는지...
아마도 거들먹거리던 그 선거 운동원이 나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근처에 옛날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카무라 온천으로 향했다.



작은 동네 목욕탕인데 땔감을 때서 뜨거운 물이 나오게 하는 곳이다.

여행자들에게는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네 온천이 아니기에 묘한 매력이
폴폴 풍겨 나오는 곳이었다.

입구에서 표를 받는 아주머니께서 니나가와상에게 선거 이야기로 인사말을 건냈다.

선거 결과를 앞두고 탕속에서 목욕재계를 하는 니나가와상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목욕비를 내려고 했지만 니나가와상이 괜찮다고 하며 내 몫까지 내 주셔서
염치 불구하고 공짜로 목욕을 하게 되었다.

지영씨는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 가끔 온도 조절이 안돼어 탕속이 무지
뜨거울 때가 있으니 조심해서 들어가라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

그나저나 안지 얼마 안돼는 지영씨와 벗은 몸으로 마주 대하려니 왜이리도
쑥스러운지.. *^^*

다행히도 지영씨의 눈이 좀 나쁜 것 같으니...
내 두꺼운 살들이 조금은 덜 보일거라 위로하며 후다닥 옷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갔다. ^^

그나마 얼마간의 순례기간 동안 살이 7kg이나 빠진 상태였다.

그전의 몸매였다면 함께 목욕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



목욕을 끝내고 옷을 입는데 지영씨가 이곳 드라이어가 무지 재미나다며...
동전을 넣어주며 천천히 머리를 말리고 나오라고 한다.

자신은 니나가와상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먼저 나가 있겠다고 한다.

이 커다란 기계에 머리를 집어 넣고 있으면 그속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은근 재미난데... 머리가 긴 나에게는 조금 불편한 기계다. ^^;;

머리를 말리고 다시 차를 타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잠자리에 목욕비... 그리고 이날 저녁 식사까지....
니나가와상에게 전부 오셋다이로 선물 받은 날이다.

이 고마움을 어찌 보답해야할지... ㅠㅠ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의 선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니나가와상은 당선 여부보다는 자신의 지지율이 더 궁금해 하는 듯 싶었다.

밥을 한창 먹고 있을때... 니나가와상에게 전화 한통이 왔다.

오늘의 선거 결과에 대한 전화였다.

한참을 통화하더니 전화를 끊은 니니가와상의 표정이 좋지가 않다.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12,000명중 73%의 높은 투표율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니나가와상의 투표 결과는 94표라는 낮은 표로 3위(꼴찌^^;)를 했다.

지난번 쿄토에서의 선거 결과보다 더 낮은 결과였다.

무엇보다도 니나가와상을 우울하게 한 것은 1등을 한 사람이 청사를 짓겠다고
공약을 한 그 건설업자라는 것이다.

어떤 것이 이 마을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그저 잠시 그곳을 지나가는
나로써는 이거다 말할수 없지만... 그래도 이 고장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다한 니나가와상의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이어나가지 못한 점이 나 또한
아쉽게 느껴진다.

그러나... 내가 볼때... 니나가와상의 도전은.... 이것이 끝이 아닐 거라는
것을 느끼기에 그저 마음속으로 위로와 응원을 보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한 거니깐... ^^
어려울 수록 도전이 값지고....
꿈을 이룰 때는 그 감동이 배가 될테니깐...

저녁을 먹고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토지안으로 돌아왔다.

오늘 밤은 우리의 따뜻한 마음이 니나가와상에게 따뜻한 이불이 되어
편안한 잠자리가 되길 바라며, 꿈나라로 향했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커피 2개 240엔 / 차 음료 150엔 / 스파게티 298엔 / 우유 121엔

당일총액 : 809엔


일일 도보거리 : 32km
아구리 구보카와 휴게소 ~ 37번절 이와모토지 ~ 토사 토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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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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