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18일째] 아가타상과의 재회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28)>


- 아가타상과의 재회 -


2010. 4. 11. 일요일 / 흐리다 오후에 비 (18일째)

새벽 4시 50분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는 아직도 사방이 컴컴하다.

세면도구를 챙겨들고 화장실로 향하는데 발 밑에 개구리를 보고 놀랐다.

내가 정말 무서워하는 개구리.. --;;;
슬금 슬금 눈치를 보며 화장실로 냅다 달렸다. --a

간단하게 씻고 나와 따뜻한 캔커피 2캔을 빼서 하나는 츄상에게 전해주었다.

"춥지는 않았어?"

"물론이지."

언제부터인가 츄상에 대한 이미지는 연상의 사람보다는 친구의 이미지가
강해서 서로 말을 트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하긴 동침(?)한 사이인데 정이 안 생길수 있나~! ^^a

짐을 챙기면서 보니 어제 화장실에서 손빨래한 오이즈루(하얀색 소매없는
헨로옷)가 밤새 내린 비로 마르기는 커녕 더 젖어 있다. --;;



새벽 5시 40분 여명이 뜰 무렵 길을 나섰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를 맞고 걷는다.

하늘을 보니 하루 종일 비가 내릴 분위기다.



산 위에는 안개가 자욱...
마치 김이 모락 모락 피어나는 모습 같다.



6시 27분에 37번절인 이와모토지[岩本寺]에 도착했다.

이 절은 처음에는 후쿠엔만지[福圓滿寺]라 하였으나 815년 고호대사가
후지이지[藤井寺]라고 고쳤으며 그 후 번성하였으나 16세기 말기의 전란으로
소실되었다가 중창되면서 다시 이와모토지[岩本寺]로 고쳐졌다고 한다.



7시가 되야 납경소가 열리니 빵이나 먹으며 그때까지 기다려야 겠다.

그나저나 아가타상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쯤 아침 예불에 참석하고 계실 것 같은데...



본당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무리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가타상을 놓칠새라 열심히 찾아보는데....
그리도 만나고 싶어 했던 아가타상의 모습이 보였다.

"아가타상 여기요~!!!!"



나의 목소리를 듣고 반갑게 나를 향해 섬큼섬큼 걸어오는 아가타상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 지난번 보다 수염이 더 자라 있었다.

"드디어 만났네. ^^"

"그러게요. ^^ 아~ 이쪽은 요 몇일 함께 노숙한 츄상이예요."

세사람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오늘 일정은 서로 비슷하니깐 길 위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아가타상은
식사를 하러 가고 츄상과 나는 경내를 둘러보며 납경소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슈쿠보의 식사를 본적이 없는 나는 창밖으로 살그머니 바라보니 맛있는
냄새가 폴폴 밖으로 새어나왔다.

에구 부러워라~

그나저나 히로시마부부도 이곳에서 어제 묵은 모양이다.
화장실을 가다 히로시마 부부를 만났는데 무척이나 반갑게 인사를 건내셨다.



이 절에는 본존이 5체(부동명왕, 관세음보살, 아미타여래, 약사여래,
지장보살) 안치되어 있다.

또한 본당의 천장에는 1978년 본당을 다시 지을 때 약 400명이 참가하여
그린 서양화, 일본화, 수채화, 매직펜화, 페인트화 등 547컷의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모티브도 불화에서 마릴린 먼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납경소에서 묵서를 받고 츄상과 함께 아가타상보다 먼저 출발했다.

오늘도 약간의 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빗길에... 산길은 쥐약이다.

등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하며 걷고 있는데 전에 본적이 있는 젊은 여성이
앞에서 걷고 있다.

산길에서 잠시 쉬고 있을때 서로 말을 건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앗~! 아가타상이 말한 언니구나~"라고 한다.

"아가타상을 알고 있어?"

"네. 그저께 비바람이 심했을때... 걷고 있다 아가타상을 만났어요.
그때 저랑 함께 걸어 주셨어요."

"역시.. 아가타상이네. 정말 친절하지?"

"네. ^^ 아가타상한테 희상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

산길을 다 내려와 잠시 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 위에
산길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아가타상이 아닐까??? 추측했는데...
정말로 산길에서 나온 사람은 아가타상이었다.

역시... 양반되기는 틀렸나봐다. ㅋㅋ

이렇게 해서 오늘 넷이서 함께 걷게 되었다. ^^

보폭이 제일 빠른 츄상이 한참 앞에서 걷고....
아가타상의 왼쪽과 오른쪽에 나와 아키코상이 나란히 함께 걸었다.

걷다가 아가타상이 갑자기... 츄상이 몇살인지 내기를 걸자고 한다.

아가타상이 보기에는 츄상이 45세 정도 되었을 것 같다고 한다.

"아니예요. 내가 알기로는 60세 정도 되었어요."

"거짓말~ 만약 그정도 되었다면 내가 오늘 점심 쏠께."

"지난번에 대학 다니는 딸이 있다고 했었는데...
내 말이 맞을걸요~"

나중에 츄상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내 말이 맞았다. ^^v

결국 아가타상이 오늘 점심은 쏜다고 한다.

오늘은 비가 너무 심하게 내려 사진 찍는 것은 포기다. ㅠㅠ

그나저나 아가타상이나 아키코상보다 나의 체력은 왜이리도 약한지... ㅠㅠ

비가 오니깐 중간 중간 제대로 못 쉬어주니 어깨도 빠질것 처럼 아픈것이
시간이 갈수록 둘과 나의 사이도 점점 멀어졌다.

결국 세명은 앞에서 걷고 나는 좀더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



12시 30분 편의점 앞에서 다 함께 만나 휴식을 취했다.

점심으로 우유와 파스타도 사서 정신없이 먹었다.



나를 통해 알게 된 츄상과 아가타상은 어느덧 오랜 친구처럼 서로를 대하는
것 같았다. ^^



몇시간전에 혼자 뒤로 쳐져 있을때 만난 멋쟁이 오헨로 아저씨~ ^^

너무 말라서 허약해 보이지만 그래도 참 잘생겼다. ^^

다시 길을 걷는데 이 아저씨 혼자 쓸쓸하셨는지 우리를 따라 걷는다.

편의점에서 다시 걸은지 10분쯤 되었을까???

아가타상이 점심을 먹으러 음식점에 들어가려 한다.

"내가 쏜다고 했잖아~"

헉... 진짜 쏠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
좀전에 파스타를 먹고 나니 배가 불러 나는 점심을 못 먹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간단한 거라도 시켜서 먹으라고 하도 권해서 그럼 생맥주 한잔을
마시겠다고 했다. ^^



츄상은 타다키 덮밥과



우동이 함께 나오는 셋트를 주문했다.



아가타상과 우리를 따라 들어온 젊은 아저씨는 자루우동을 주문했다.

아키코상은 내가 편의점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출발해서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덕에 우리를 따라온 젊은 아찌가 대신 얻어먹게 되었다. ^^a





다정해 보이는 아가타상과 츄상.. ^^



낯술에 얼굴이 붉어지고 있는 희야와....
생각지도 않았던 공짜 점심에 행복해 하고 있는 젊은 아저씨~ ^^

점심을 먹고 나니 힘이 솟아 났다. ^^

계속 뒤쳐져 걷던 내가 씩씩하게 잘 걸으니 모두 놀랜다.

"알콜은 나의 힘"이라고 했더니 다들 "역시.." 하며 웃으신다. ^^a

한참 걷다보니 젊은 아저씨께서는 뒤로 쳐져 걷다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의 여정은 괜찮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아가타상은 도사가미카와구치 전에 있는 민슈쿠에 예약이 되어있어서 먼저
오늘의 순례를 마쳤고 나는 그곳에서 15분정도 떨어진 토지안을 향해 걸었다.

도사가미카와구치 근처에서 니나가와상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마중을
나오신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걷고 있는데 앞에서 걷고 있던 츄상이 반대편에서 걸어 온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하더니 나를 향해 다시 되돌아 왔다.

"희상... 오늘 나는 토지안에서 잘수 없을 것 같아."

"에??? 왜요???"

"저분들이 오늘은 남자는 잘수 없다고 하네...!!"

"에?? 정말요???"

"응... 난 괜찮으니깐 잘 쉬고 또 보자."

"이론... 죄송해요."

"희상이 왜 미안해. 그런말 하지마..."

츄상은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더니 다른 곳을 향해 걸으셨다.

그리고 저 만치 앞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니나가와상과
김지영씨의 모습이 보였다.

반가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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