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째] 나베야키 라멘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26)>
- 나베야키 라멘 -
2010. 4. 9. 금요일 / 폭우 (16일째)
4시 20분에 일어났다.
사실 그 전부터 눈이 떠 졌지만 츄상이 계속 자고 있고...
주변도 너무 캄캄해서 참다 참다... 4시 20분에 일어났다.
새벽 일찍 출발하면 아가타상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맘에
혼자 맘이 좀 급하다. ^^a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가방정리와 이불정리를 마치고 5시 30분부터
도보를 시작했다.
떠날 당시 시케상은 아직 텐트속에서 취침중이라 인사도 못 나누고 출발했다.
그나저나 출발하는 동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묵은 정자에서부터 산길로 이어지는 헨로길이 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위험하다고 해서 츠카지자카 터널쪽 길을 이용해 갔다.
중간에 Three-F 편의점에서 오늘 먹을 음식들을 구입하기로 했다.
이 편의점은 시코쿠에서 많이 볼수 있는 편의점이다.
편의점에서 계란과 삼각김밥 음료수를 구입하고 계산을 하는데 직원분이
오셋다이로 녹차 음료를 주신다. ^^
아침부터 따뜻한 마음 덕분에 힘이 난다.
7시... 36번절 쇼류지 근처에 있는 산요소 료칸에 도착했다.
"희상... 여기서 목욕하고 가자."
"여기요??? 목욕만 할수 있어요?"
"응. ^^"
안 그래도 어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발도 아픈 상태인데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때문에 힘들었는데 잠시 쉬고 가면 좋을 것 같았다.
"8시까지 여기서 다시 만나.
충분히 푹 담그고 나오고.. "
"네. ^^"
"계산은 어디서 해요?"
"먼저 하고 나와서 카운터에서 하면되니깐 우선 씻으러 가자."
"가방은 들고 가요??"
"여기 두고 가도 괜찮으니깐 목욕용품만 챙겨 들고 갔다오면 돼.
직원들이 가방 봐 주실거야."
"아.. 네. ^^"
산요소 료칸 입구에는 족욕하는 공간도 있다. ^^
이곳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용하면 좋을 듯... ^^
욕실로 들어가기 전 직원분이 큰 타올과 작은 타올 두개를 챙겨 주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
목욕탕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
탕속에 몸을 담그니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a
아픈 다리도 부지런히 주물러주고...
밖으로 나가 비가 오는 노천탕도 즐겼다. ^^
목욕을 하고 나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려고 하니 괜찮다고 한다.
"네??? 왜요???"
"다른 사람이 이미 계산을 했어요."
"누가요???"
밖에 있는 츄상을 가르킨다.
"츄상 왜 내것까지 계산했어요."
"나?? 안했는데...!!
그냥 이곳에서 공짜로 해준거야."
"거짓말 하지말아요.
저기 언니가 다 말해줬단 말이예요."
그냥 웃기만 하는 츄상...
혹시... 얼마전 냉커피도 츄상이 계산하고 다른 아저씨가 했다고 한 것은 아닌지...?
산요소에서 일하는 젊은 아저씨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점심으로 먹을 주먹밥을 오셋다이로 줄테니 기다리라고 하신다.
몇분뒤 츄상과 내것을 따로 따로 두개씩 넣어서 선물로 주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가방이 무거운 나를 대신해 츄상 가방에 내것까지 넣어두기로 했다.
산요소는 식사 포함해서 묵을 경우 7,350엔
스도마리는 5,000엔... 목욕만은 600엔이다.
내부 시설도 넘 좋고 담에 기회가 되면 묵어보고 싶지만...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
목욕을 하고 나와 개운하지만 또다시 비를 맞으며 걸을 생각을 하니
아... 생각만 해도 피곤함이 밀려온다.
잠시 산요소에서 앉아 쉬고 있는데 히로시마 부부가 지나가신다.
"어머... 가방은 어디에 두고 어디 가시는거예요??"
"어~ 또 만났네.
숙소에 놓고 쇼류지에 갔다오는 길이야."
히로시마 부부는 안쪽 23번 도로를 걸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쪽은 우라노우치만을 11km정도 건너는 배가 있다.
우리는 쇼류지로 가서 요코나미 반도를 47번 도로를 따라 걸을 예정이다.
히로시마 부부보다는 우리가 걷는 도로가 더 길다.
비가 온다고 더 이상 퍼져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 축축한 우비를 입고 길을 나선다.
산요소에서 20분쯤 걸으니 드디어 36번 쇼류지[靑龍寺]가 눈에 들어왔다.
804년 당나라에 간 코보대사가 장안(長安)의 청룡사(靑龍寺)에서 수행하고 있던
혜과(惠果)로부터 진언 밀교(眞言密敎)의 비법을 전수받고,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쇼류지를 일본에도 건립하고 싶다고 생각해 당나라로부터 일본을 향해
독고저(불구)를 던졌다.
후에 이 땅에서 노송에 머물고 있는 독고저를 발견해, 천황에 헌상하고 부동명왕을
조각하여 절을 열었다.
본존인 부동명왕은 뱃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어 지금도 원양어선의 선원들은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여 출항에 앞서 이 절에 참배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산문을 지나면 170개의 계단이 펼쳐지는데 입구에 가방을 내려 놓고
우비와 카메라 가방만 들고 경내로 향했다.
비가 와도 아직까지는 밝은 표정이다.
앞으로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깐... ㅠㅠ
참배를 끝내고 납경소를 향하는 길에 건배상을 봤다.
부지런히 가방을 메고 우산까지 쓰고 산문을 빠져 나가고 있는 건배상...
이것이 건배상의 마지막 모습이다.
납경소에서 묵서와 도장을 받는데 나에게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네.. ^^"
"어제 어떤분이 여기서 한참 기다리다가 가셨는데...
많이 걱정하던 걸요."
아가타상인 모양이다.
아~ 지금쯤 어디에 계실까??
납경소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하는데 츄상이 산길을 따라 가며 나에게
손짓한다.
알았다고 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바로 출발했는데 금새 츄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늘은 카메라를 앞에 메고 갈수가 없다.
결국 카메라 가방을 배낭안에 넣고 길을 나선다.
비도 많이 오고 산길에 이정표도 안보이고...
계속 이렇게 올라가도 될지...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계속 올라갔다.
비가 와서 산길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정신없이 걷다가 드디어 47번 도로가 나오자 위에 츄상의 모습이 보인다.
다행히도 맞는 길로 올라온 모양이다.
츄상을 만난 것도 잠시...
비바람이 너무 심해서 금새 또다시 츄상과의 거리가 멀어져 결국 보이지 않는다.
47번 도로는 비가 오지 않았다면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닌데 문제는 비바람이
너무나 심하다는 것이다.
강풍이 부는데 몸이 공중부양할 지경이다.
이러다 로드킬 당하는 것은 아닐까???
순간 순간 공포감이 밀려왔다.
온 몸이 젖은 상태에서 차를 얻어 타기도 그렇고....
도로이다 보니 주변에 도움을 청할 인가도 보이지 않고....
죽을 지경이다.
신발은 이미 홍수가 났고....
바람에 몸이 휘청 휘청... 절벽에서 떨어질 것 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거기다 지나가는 오헨로상도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미 점심시간도 훨씬 지났다.
점심을 먹을 정신도 없다.
생각해 보니 산요소에서 받은 주먹밥이 츄상 가방에 있는데...
47번도로와 23번 도로가 만나는 곳에서 히로시마 부부를 만났다.
"같은 일행은 어디갔어???"
"페이스가 빨라서 한참 먼저 갔어요."
힘이 얼마나 빠졌는지... 히로시마부부가 나를 앞서 걷는다.
그리고 오후 2시 스사키 헨로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곳에 츄상과 히로시마 부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히로시마 부부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출발하시고...
츄상과 나는 그곳에서 산요소에서 받는 주먹밥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이제 오늘의 숙소를 빨리 예약해야 한다.
휴게소 안에 주변 숙소 위치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지도가 있어서
살펴보고 가장 가까운 듯한 잇푸쿠나 츠카사 민슈쿠에 묵을까?
했더니 츄상이 핸로길에서 벗어 난다며 그곳은 좋지 않다고 한다.
"츄상은 어디서 묵을 예정이예요?"
"글쎄... 여기 휴게소에 잘까? 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다 젖어 있네."
"오늘 같은 날은 노숙 말고 숙소 정해서 자는 것이 좋지 않아요?"
"그럴까??"
"희상이 호텔에서 묵는다면 나도 같이 그곳에 묵을께."
츄상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은지...
민슈쿠에서는 잘 묵으려고 하지 않았다.
몇곳을 전화해서 그나마 저렴하고 가까운데 있는 사츠키 비즈니스 호텔에
예약을 했다.
츄상은 그곳에 가 본뒤 결정하기로 하고 내것만 우선 예약을 했다.
잠시 쉬고 있는데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고 있는 오헨로상을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숙소까지 태워 줄지 물었으나...
츄상이 괜찮다고 하는 바람에 자동차에 있는 과자를 오셋다이로 주고 떠나셨다. ㅠㅠ
속으로 나는... '츄상... 아니야... 자동차를 타고 싶어....'를 외쳤지만...
입밖으로는 소심하게 내 뱉지 못해서 결국 또 비를 맞으면 걷게 되었다.
어제 정자에서 만난 요코하마에서 살고 있다는 오헨로상...
그는 우리보다 더 먼 히카리 민슈쿠에서 오늘 묵는 다고 하는데...
나만큼이나 지쳐 보였다.
택시를 탈까?? 고민까지 하는 모습이다.
히카리 민슈쿠에... 아가타상이 묵는다고 했었는데....
또 코앞에 두고서 아가타상과 만나지 못한다. ㅠㅠ
오늘 같은 날씨는 1~2km도 나에게는 너무 먼 거리다. ㅠㅠ
4시 20분 드디어 비지니스 호텔 사츠키에 도착하였다.
로비에는 사람이 없어서 내선번호 0번을 누르니 한참 뒤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오셨다.
빈방이 또 있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하셔서 츄상도 이곳에서 함께 묵기로 했다.
우선 젖은 빨래를 돌리고 샤워를 한뒤 밖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6시에 츄상과 만나서 이 고장에서 유명한 나베야키 라멘을 먹으러 갔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유명한 곳은 오늘따라 문이 닫혀 있어서 그냥
지나가다 보이는 나베야키 라면집을 들어갔다.
여러가지 메뉴가 있었는데 나는 김치나베야키 라멘을 주문했다.
나베야키 라멘은 닭으로 우려낸 간장맛 나는 스프에 가느다란 면을
토기 냄비에 담아서 나오는데 그 위에는 파, 치쿠와, 날계란이 올려져 나온다.
스사키시에 약 40개의 점포가 있으며 스사키시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
꼭 맛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몇시간 전만해도 폭우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걸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희야의 해맑은 모습.. ^^;;
생맥주로 오늘의 힘겨움을 위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츄상..
그래도 오늘 같은 날씨에 나만 호텔에서 자면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을텐데...
츄상도 호텔에서 자니 맘이 놓이는 밤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드라마 이야기를 열심히 해주셨던 주인 아주머니와
그곳에 있던 분들.. ^^
다 먹고 나서 기념 사진을 찍었는데 다들 키가 작아서...
쭈그려 서있는 내 모습.. 힘겨워 보인다. ㅋㅋ
그냥 뒤쪽에 서 있을걸~
오늘 저녁과 생맥주는 내가 오셋다이로 쐈다. ^^
모두들 힘내서 걸어달라며 오셋타이로 사탕과 커피... 그리고 커다란 과일
하나까지 주셨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오면서 내일 아침에 먹을 신라면 작은 것을 사 들고 들어왔다.
마지막에 있는 과자는 휴게소에서 만난 오헨로상 아저씨가 주신 과자. ^^
오늘 이 폭우속에서도 30km를 걸었다니....
정말 꿈만 같다.
내일 6시쯤 출발하는 것으로 츄상과 이야기 하고 각자의 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엔 / 삶은계란 2개 100엔 / 삼각김밥 105엔 / 음료수 125엔
세탁기 이용료 200엔 / 건조기 이용료 300엔 / 신라면 138엔
저녁 나베야키 라멘 2개 생맥주 2잔 2,600엔
사츠키 비지니스 호텔 (스도마리) 숙박비 4,725엔
당일총액 : 8,593엔
일일 도보거리 : 30km
츠카지자카터널 앞 정자 ~ 36번 절 쇼류지 ~ 사츠키 비지니스 호텔
무단 도용 및 링크, 리터칭을 통한 재배포 등은 절대 금합니다.
(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댓글 총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