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10일째] 건조기 대소동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22)>


- 건조기 대소동 -


2010. 4. 3. 토요일 / 맑음 (10일째)

6시에 일어나 가방을 정리하는데 옆 방에는 아직 인기척이 없다.



아침으로 빵과 삶은계란과 커피믹스 한잔을 마시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다카하시상과 이타미상은 아직 출발 준비가 안된 것 같아 밖에서 기다리겠다며
나가서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으니 주인 아저씨께서 커피를 갖다 주셨다.



다함께 커피한잔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다카하시상 발의 상태가
오늘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카하시상의 발을 보니 위쪽에 굳은 살이 벗겨져서 가끔 그곳에서
피가 나는 것 같았다.

밴드로 발을 감싸고 다시 신발을 신으셨다.



이쿠미 민슈쿠 간판 앞에서... 출발 전... 아자~ ^^v



오헨로 복장으로 무장한 이타미상의 모습.. ^^



간만에 날씨가 너무 좋다. ^^b



고장난 자동차 주위에 풀이 무성하다.

방치해 놓은 건지..? 장식품으로 놓은건지...?



스타트는 셋이서 다정히 걷게 되었다.

꽃밭에서 걷게 된 다카하시상의 표정이 즐거워 보인다. 헤~



오늘도 해안가 도로를 걷는 코스이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누군가의 묘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윈드서핑을
하다 사고로 죽은 분의 묘인것 같았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정성껏 만들어 놓은 묘비를 보고 가슴이 찡하다.



일단 오늘도 민슈쿠에 스도마리(식사제외)로 예약을 해 놓았기 때문에
슈퍼에 들려서 점심과 저녁... 그리고 아침으로 먹을 음식을 사기로 했다.



밭에서 발견한 아주머니 한분...
앉아서 뭐하시나 했더니 허수아비다. ^^a



논밭으로 펼쳐지는 풍경속에서 다들 한장씩 사진을 찍었다. ^^



다시 해변가로 이어지는 길...
이타미상이 선두에... 그 다음으로 나와 다카하시상이 따른다.



시코쿠에서는 하늘을 보면 독수리가 엄청나게 많아서 놀랬다.

주로 일본을 여행할때는 까마귀를 많이 봤었는데...
여기서는 독수리라니... 조금 섬찟~



해변가를 바라보며 걷는데 왠 사람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다카하시상에게 물어보니 아마라고 한다.

"아마요???"

"응. 저런 사람을 아마라고 해."

"우리나라도 제주도에 저런 분 계시는데... 여자만 아마라고 하나요?"

"응. 여자만 아마라고 해."

"아... 아마가 해녀라는 뜻인가 보구나....
어쩜... 해녀가 있는 것은 일본과 같네... ^^"



1시간 반만에 다함께 휴식을 취한다.

이타미상과 다카하시상은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고...



나는 일본 오면 너무나 좋아하는 CC레몬으로 갈증을 해소하는데...
둘다 다이어트 콜라에 비해 CC레몬이 얼마나 칼로리가 높은지 아냐며..
또다시 나를 대신해서 칼로리 계산을 하신다.

아마도 이 길을 걷는 동안 제대로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빼서 한국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 같다. --;;



10시가 넘어가면서 부터 각자의 페이스로 걷기 시작했다.

제일 젊은 이타미상이 선두로 점점 멀어져 가고....
그 뒤를 내가... 그리고 그 뒤에 다카하시상이 걷는데...
서서히... 앞에 사람도 뒤에 사람도 보이지가 않게 되었다.

휴게소에 막 도착해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 저 멀리에 이미 쉬고
자리를 떠나가는 이타미상이 보인다.

다시 길을 나서다 골목을 지나가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집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아주머니께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근처에 화장실이
없냐고 물어보니 앞으로 조금 가면 주유소가 있다고 그곳을 이용하라고 한다.

아주머니가 말씀해 주신 주유소에 가서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어라... 그런데 변기 앞에 물 내리는 버턴 옆에 있는 권총 같은 것은
뭐에 쓰는 물건일까??? ^^a

화장실에서 나와 가방을 다시 메는데 다카하시상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여 불렀다.

이곳에서 화장실에 갔다왔다고 하니 다카하시상도 화장실로 향했고
이타미상은 어디쯤 갔냐고 물으신다.

"글쎄요? 원체 빨라서... ^^;;"

다시 다카하시상과 둘이서 다정히 걷기 시작했다.



분위기 있게 놓여져 있었던 나무 의자들.. ^^



강아지를 키우는 곳인가???
지나가는데 엄청나게 많은 개들이 우리들을 보고 짖는다. --;;



지나가다 발견한 이정표....
내일이면 드디어 24번 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23번 절에서 24번절까지는 75.4km인데 어제 하루 부지런히 걸었으면
3일이면 다을수 있는 거리를 4일에 걸려 가다니.. ^^;;



걷다보니 벌써 12시다.

참 재미난 것이 시코쿠를 걷는 내내 12시만 되면 동네에 음악 소리가 들린다.
점심 시간을 알리는 음악소리였다.

그외에 5시가 되어도 절 근처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납경마감 시간을 알리는 것일까???

"희상 내일은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글쎄요... 25번절 까지 간다음에 그 근처에서 묵을 생각이예요."

"그래? 그럼 내일 숙박할 곳 우리 같이 정해서 예약할까?"

"네.. ^^"

다카하시상이 몇군데 전화를해서 숙박비를 물어 보았다.

그중에 비즈니스 료칸 다케노이라는 곳이 있는데 스도마리가 원래
4,000엔인데 오헨로상들에게는 천엔를 할인해 준다고 한다.

3,000엔이란 소리에 야호~ 소리를 지르며 그곳으로 예약을 했다.

그나저나 료칸에도 비즈니스 료칸이 있고 그냥 료칸이 있는것일까???

어떤 곳일지 사뭇 궁금하다.

그리고 모레 묵을 곳도 미리 예약을 했다.

27번 절은 산에 올라갔다 다시 그 길을 내려오는 코스라 반복 되는
구간 아래에 있는 민슈쿠에 짐을 놓고 갔다오면 좋을 듯 싶어서
그 아래에 있는 하마요시야 민슈쿠에 스도마리로 예약을 했다.

다카하시상은 모레 집으로 돌아갔다가 가족들과의 골프 모임을 하고 나서
몇일 뒤에 다시 시코쿠로 돌아와 또 걷는 다고 한다.



다카하시상과 둘이 아까 구입한 빵을 꺼내 점심을 해결했다.

시코쿠에서 도쿠시마 고마츠시마시의 특산품으로 치쿠와라는 생선을 으깨서
만든 어묵이 있는데 가운데 대나무가 붙어 있는 채로 뜯어 먹는 음식으로
정말 맛이 좋다.

소라모양의 빵속에 치쿠와를 넣고 그 안에 마요네즈를 넣은 빵을
먹었는데 정말 맛이 끝내주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내내 생각나는 빵~ 정말 최고이다.



푸른 바닷물이 너무나 깨끗하고 예뻐보인다.
그런데 뚝위로 걷는 길에 개똥이 왜이리도 많은지.. --;;

다카하시상이 개똥을 밟은 뻔한 것을 내가 소리 질러 구해주기도 했다. ^^a

"희상 섬진강이란 노래 알어?"

"섬진강이요??? 글쎄요.. ^^;;"

"내가 불러줄까?"하시더니 섬진강 노래를 불러주신다.

"이 노래 40년 전에는 일본에서 금지 했던 노래였어."

"정말요?"

"응"

그런 사연이 있는 노래였구나...!



걷다보니 곱슬머리의 해녀가 지나가길래 유심히 보니...
어라 남자가 아닌가!!!

일본에는 해녀가 남자도 있는 것일까???

"다카하시상 아마가 남자도 있어요???"

"글쎄... 남자도 하나? ^^a 그런데 남자는 아마라고 부르지는 않아."

"아... 그렇구나."



오후 1시 30분 저 멀리 오늘의 숙박지인 롯지 오자키 민슈쿠가 보인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했다.

좀더 걸었으면 좋으련만... 중간에 마땅한 거리에 민슈쿠가 없어서
이곳으로 정한 것이 너무나 짧다.

하긴 아가타상은 이곳까지 하루만에 왔는데... 나는 이틀만에 온
것이니 짧을 수 밖에 아쉽지만 내일을 위한 휴식으로 생각하고
재충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뿔사... 주인 아주머니가 말씀 하시길 3시가 되어야
민슈쿠를 오픈한다고 한다.

지금은 청소를 하는 시간이라 밖에서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냐고
해서 밖에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카하시상도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이곳에서 500미터 떨어진
도쿠마스 민슈쿠를 향해서 떠나갔다.

다카하시상과 이타미상은 둘다 도쿠마스 민슈쿠에서 묵는다.

나도 그곳에서 묵을 걸 그랬나???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2시 30분이 되자 주인 할머니께서 들어오라고 하신다.

2층에는 며느리인듯 한 분이 방 청소를 하고 계셨고 먼저 끝난 방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옆방에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방이었는데 왠지 아쉽다.



잠시 구경해도 좋냐고 양해를 구한뒤 베란다에 나가 지나가는 오헨로상들에게
힘내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



4시쯤 밀린 세탁기를 돌려 놓고 이른 목욕을 했다.

다른 손님이 아직 도착하기 전이라 여유로운 목욕이다. ^^

건조기에 빨래를 돌려 놓고 방으로 돌아와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롯지 오자키에서 준비해 놓은 녹차와 간식도 먹고 땅콩버터 빵도 한개
더 먹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아래층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폴폴 올라온다. ㅠㅠ

건조기에 돌려 놓은 세탁물땜에 잘수도 없고 계속 이불속에서 뒤척이고
있는데 갑자기 노크가 들리더니 며느리 되는 분이 문 밖에 서 있었다.

"저기 피곤하지 않으면 잠시 내려올 수 있어요?
자완무시(계란찜)와 약간의 음식을 준비했는데...
먹지 않겠어요? ^^"

"앗~! 감사합니다."



그녀를 따라 내려가니 식탁위에 조그만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다들 식사하는데 혼자 방안에 있는 것이 불쌍해 보였나보다. ^^a

다른분 메뉴를 보니 고치에서 유명한 카츠오 타다키(가다랑어의 속은
생으로 둔 채 살짝 익힌 것)가 있었다.

고치에서 유명한 음식인데... 식사 포함을 할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홀에는 어제 본 부부와 니가타에서 온 부부한쌍...
그리고 어제 본 남자 한분이 계셨다.

다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드라마 이야기로 말을 건낸다.

잠시 건조기에 넣어 둔 세탁물이 다 건조 되었는지 가보니 덜마른
세탁물이 밖의 바구니에 넣어져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세탁물을 건조하려고 내것을 빼 놓았나 보다.

다시 건조기에 세탁물을 넣고 식당으로 올라갔다.



내 앞에 앉은 아저씨.... 어제 본 아저씨다.

술도 좋아하시고... 한국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사투리가 너무 심해서 당췌 알아 들을 수가 없다. --;;

알수 없는 말에 그냥 호흥만 해주며 묵묵히 앉아 있었다.

다들 식사를 하고 니가타에서 온 할머니랑 함께 건조기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아직도 옷이 건조되어 있지 않다. --;;

그런데 할머니께서 내가 넣어 둔 옷을 보더니....
세탁망에 옷을 넣고 건조기를 돌리면 잘 마르지 않고 오래 걸린다고
뭐라 하신다. --;;

한국에서 세탁을 할때 건조기를 사용할 일이 없었으니 세탁 할때와
마찬가지로 세탁물이 손상되지 않게 세탁망에 옷이 들어 있는채로
옷을 넣은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

할머니도 빨리 돌리고 자야하는데 나 땜에 시간이 너무 늦어다고 하셔서
미안해 죽을 지경이다. ㅠㅠ

주인 할머니도 오셔서 뭐라하시고.... --;;;

진땀을 흘리는 나를 본 며느리가 나에게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며...
위로해 주신다.

"한국에서 건조기 사용을 해 본적이 없어서 그랬어요. ㅠㅠ"

"괜찮아요. ^^;;;
자 여기 빨래집게랑 옷걸이 있으니깐 나머지는 방에 넣어 놓으면 낼이며
금방 마를거예요."라고 나를 위로해 주신다.

그 마음 씀씀이가 어찌나 고맙던지... ㅠㅠ

결국 살짝 덜 마른 옷을 갖고 올라가 방에 널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날 이후로 건조기 사용법을 완전히 숙지했다.

혹여나 건조기로 옷을 말릴때는 꼭 세탁망에서 옷을 다 꺼내서 돌리도록
하세요~~!!! (나만 모르는 건가??? ^^a)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오전 슈퍼에서 구입한 음식 452엔 / 건조기 사용료 200엔
롯지 오자키 민슈쿠(식사제외) 4,000엔

당일총액 : 4,652엔


일일 도보거리 : 20km
이쿠미 민슈쿠 ~ 롯지 오자키 민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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