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9일째] 수행의 고장 고치로 들어서다.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18)>


- 수행의 고장 고치로 들어서다. -


2010. 4. 2. 금요일 / 오전에 비오다 흐림 (9일째)

오전 6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6시 30분 아가타상이 출발하는 모습을 배웅했다.
비도 오는데 먼 거리까지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나저나 이제부터 아가타상이 나보다 하루가 빨라지니 앞으로 또 만날 수 있을지...
아쉬움이 크다.

아가타상이 출발하고 다카하시상도 곧이어 출발했다.

두분은 6시에 식사를 했고 나는 조금 늦은 7시에 식사를 부탁했기 때문에
7시에 식당으로 내려갔다.



아침으로 밥과 미소시루, 우메보시, 김, 햄과 계란과 야채, 그리고 이름을
알수 없는 조그만한 생선(멸치 종류일까?)이 구워서 나왔다.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아침 식사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식사를 하고 나서 거실 식탁에 앉아 주인아저씨와 대화를 했다.

"오늘 숙소는 어디로 정했어요?"

"아니요. 시시쿠이 온천을 지나서 숙소를 정하려고요.
추천해 주실 곳 있어요???"

"이쿠미 민슈쿠 어때요???"하면서 인터넷으로 그곳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오~ 괜찮은데요."

"예약전화 해줄까요?"

"네... ^^ 스도마리(식사제외)로 부탁드립니다."

지도를 보니 외국인 환영숙소라고 적혀 있어서 왠지 더 친근감이 들었다.

아저씨께서는 이쿠미 민슈쿠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해 주셨다.

전화를 끊고 나서...
"오늘은 이타미상과 함께 출발하면 되겠네요."

"아... 이타미상도 이쿠미 민슈쿠에서 묵는다고 했죠?^^"



뒤이어 내려온 이타미상에게 아저씨께서는 희상도 이쿠미 민슈쿠에서
묵으니 함께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해 주셨다. ^^

"이타미상 몇시에 출발할 생각이세요?"

"9시 정도에 출발할까요?"

"네. 좋아요. ^^"

얼마만에 느긋한 아침인지 모른다. ^^

거기다 빗방울도 조금씩 줄어 드는 것이 우리가 출발할 때쯤이면 비가
멈출 것 같았다.

가방에서 커피 믹스 3개를 꺼내 와서 다함께 커피 한잔씩을 하기로 했다.



주인아저씨가 물을 부어 주셨는데 물 양이 너무 많다. ^^;;
조금 싱겁게 된 커피 믹스...
한국 커피 믹스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맛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나면 이런 커피를 한잔씩 무료로 주기도
한다고 했더니 놀랜다. ^^a

커피 믹스를 나눠 마시니 가방의 무게도 조금은 가벼워진듯 싶다. ^^a

떠나기 전 아저씨에게 오사메후다를 감사의 표시로 드리니 아저씨께서
기뻐 하시며 민슈쿠 출입구 앞에 붙어 놓으셨다. ^^

그런 아저씨의 모습에 행복감이 밀려온다.



7시 이타미상과 함께 출발을 하였다.

20대인 이타미상이 나보다 체력이 좋아 보였다.

한쪽에는 등산 스틱을... 한쪽에는 즈에를 양쪽 손으로 땅을 짚고
걷는 모습이 참으로 힘있어 보인다.



바닷길을 따라 걸으니 기분이 좋다.

앞으로 며칠간은 바닷내음을 실컷 마실수 있다. ^^b



시시쿠이 온천에 가기 전 편의점 앞에서 이타미상이 멈춰섰다.

"희상 오늘 스도마리로 묵는다고 했죠?"

"네."

"그럼 여기서 장을 봐야해요.
여기서부터 이쿠미까지는 앞으로 편의점이 없거든요.
오늘 점심, 저녁,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준비하는 것이 좋을거예요."

"아... 고마워요. 알려줘서."

아무생각 없이 계속 걸었다가는 쫄쫄 굶을 뻔했다. ^^;;

그런데 내 책자에는 이곳에 편의점이 있다는 표시가 없고 이타미상이
갖고 있는 노랑색 책자에는 표시가 있다.

일본 책자가 좀더 세밀하게 표시되어 있는 것이 많은 듯 싶다.



장을 보고 나오니 어라 저기 보이는 사람은 다카하시상???

아니 왜 이 시간에 여기까지 밖에 못 온거지???

다카하시상에게 달려가 인사를 건낸 뒤 어찌 된 거냐고 물으니
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중간에 오늘 일정을 수정하기로 했고 시시쿠이
온천 옆 호텔에서 온천욕을 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한다.

역시... ^^;;

다카하시상도 오늘은 우리가 숙소로 정한 아쿠미 민슈쿠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

이타미상은 오늘 일정이 프리하니 자신도 시시쿠이 온천에 가서 피로를
풀고 가겠다며 나는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다.

"이 지역이 해적 요리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혹시 먹어 본적 있어요?"
(해적요리란? 해산물을 구어 먹는 요리로써 도쿠시마현 남부의 해안가의
여관이나 레스토랑에서 유명하다.)

다들 이곳에서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음... 그런데 가격이 꽤 비쌀걸요.
8천엔 정도..?"

"에... 정말요? 우리나라에서는 5천엔이면 4명이서 먹을 수 있는데... --;;"

"좀 비싸죠? ^^ 여기서 먹으려면 앞으로 몇일간 스도마리로 묵는 다면
가능한 금액이죠. ^^a"



다카하시상과 이타미상이 나를 위해 이곳에 사는 사람에게 해적요리가
어디가 맛있는지 가격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봐 주었다.

"아... 난 괜찮은데.. ^^;;
이번에는 괜찮아요.
관광으로 온 것이 아니니... 담에 애인이랑 오면 그때나 한번 먹어 볼께요. ^^;"

"희상 진짜 괜찮아?"

"네... ^^;;
저도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갈께요."

"지금 시시쿠이 온천이 내부 공사중이라 그 옆 호텔에서 온천을 해야 할거야."

"아... 네.. ^^"

이타미상과 나는 온천을 하고 다카하시상은 장을 좀 본 뒤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내부 공사중인 시시쿠이 온천~



시시쿠이 온천 옆 호텔인 이곳에서 온천을 즐기기로 했다.

온천탕으로 향한 뒤 옷을 벗는데 어라 잠바 주머니에 뭔가가 손에 잡힌다.



어라 꺼내보니 가이후 민슈쿠 방 열쇠가 아닌가..!!! --;;;

사실 방열쇠를 나눠 준 곳은 가이후 민슈쿠가 전부이다.
다른 민슈쿠에서는 열쇠 같은 것은 주지 않는다.

아... 어쩌지? ㅠㅠ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하다.

이타미상에게 열쇠를 모르고 갖고 왔다고 어쩌면 좋을지 물어보니
가이후야상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 보겠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이타미상이 말하길 1시간 30분 뒤에 아저씨가 이곳으로 차를
몰고 오셔서 받아 가시겠다고 한다.

휴~ 정말 다행이다. ^^;;;



가방은 너무 커서 사물함에 들어가지 않아서 그냥 옆에 세워 놓고
옷과 귀중품만 사물함에 넣었다.

어라... 무심코 선택한 사물함이 88번이다.

절의 숫자와 같은 88번... 순례와 나의 연관성이 참 많다. ^^

호텔 안의 온천탕은 무지 컸다.

그리고 탕 안에서 바다를 바라 볼수 있기까지 해서 전망도 굿~

그나저나 어제 처음 알게 된 이타미상과 함께 목욕을 하려니 조금 쑥스럽다.

이상하게도 남자들은 목욕을 하면서 우정을 쌓기도 하지만 여자는
친해져야만 함께 하는 것이 목욕이다.

몸매가 받쳐줘도 아무렇지 않겠지만 이놈의 뱃살을 보여주려니... ㅠㅠ

이타미상도 나처럼 쑥스러운지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저만치가서
온천을 즐겼다. ^^

시간이 시간인지라 넓은 온천탕 안에는 우리 둘밖에 없다.

가이후야상이 온다고 했기때문에 이타미상보다 먼저 로비로 나갔다.
로비에는 다카하시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이타미상도 나오고 조금더 있으니 가이후야상이 와서
와서는 웃으며 열쇠를 받아 가신다.

정말 정말 죄송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며 타고 온
자가용을 타고 휙~ 가셨다.

민슈쿠까지 비워두고 오게 한 건 아닌지 내내 마음이 쓰였다.



시시쿠이 온천에서 나와 해변길을 걸으니 윈드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전날에 태풍과 비바람이 심했기 때문인지 오늘도 파도가 크다.

서핑하는 사람들은 스릴을 즐길 수 있어 더 없이 좋은 날이 아닌가 싶다.



시간을 보니 1시 30분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까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식중 우유와 삼각김밥과 삶은 계란 한개를
꺼내서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떠나기 전 바닷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타미상과 나... 왜이리 닮아 보이지? ^^a



우리들 옆으로 서핑을 끝낸 남자 한명이 지나간다.

음메~ 멋져 보이는거~!!!!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어촌 마을~



너무나 깨끗해 보이던 에비스 민슈쿠~
그러나 오늘 예약한 민슈쿠는 이곳이 아니다. ^^a



터널 옆 예뻐 보였던 티 하우스 히로



온천욕을 하고 나서 힘이 나는지 선두에서 열심히 걷고 있는 이타미상~



걷다가 잠시 의자에 앉아 다같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세명의 오헨로상이
무리를 지어 걷다가 우리 곁에 와서 말을 건낸다.



왼쪽의 여성과 가운데 있는 분은 부부이고 나머지 한분은 홀로 걷는 분~
오른쪽분은 지팡이와 검은색 옷이 일반 사람보다 포스가 있어 보인다. ^^a

그런데 이분들... 이때는 몰랐는데 내일 롯지 오자키 민슈쿠에서 우연히도
다시 만난다.



휴식후 다시 길을 나섰다.

다행히 오늘은 먹구름만 가득하고 우리가 걷는 당시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시시쿠이 온천에서 얼마간 걷고 나니 드디어 고치로 들어섰다.

한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쿠미 민슈쿠 근처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자판기가 많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음식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은 이곳을 이용해도 좋을 듯~



담배 같은 것은 미성년자가 사면 어떻하냐고 물어보니 주민등록 카드가
있어야 살수 있다고 한다.

역시... 그냥 아무나 살수 있게 만들었겠는가!!! ^^a

몇몇 자판기는 돈이 없어도 카드나 핸드폰을 이용해 음료수를 뽑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카드가 생활화 되어 있는 우리나라도 곧 저런 날이 오겠지?



3시 30분 이쿠미 민슈쿠에 도착했다. ^^

서핑하는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 민슈쿠인듯 싶었다.



이쿠미야상이 나와서 세명의 방을 차례 차례 알려주었다.

일직선으로 세명 모두 붙어 있는 방을 배정 받았다.



목욕탕은 남녀가 분리 되어 있었는데 아가타상이나 다카하시상이 여지껏
나에게 했듯이 오늘은 이타미상에게 목욕 우선권을 양보해 주었다. ^^

이타미상이 목욕을 하고 나서 목욕탕에 들어갔다.

몸무게를 재어 보니 9일만에 5kg이 감량되었다. ^^a

아무래도 평소와 너무나 다른 생활을 했으니 녀석들이 놀래서 살이
급속도로 빠진 모양이다. ^^v



6시쯤 다카하시상 방으로 모여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다들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식을 갖고 다카하시상 방으로 향했다.

다카하시상 방은 유독 따뜻했다.

나와 이타미상의 방에는 없는 온풍기와 전기장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타미상과 나는 다카하시상의 방을 완전 부러워 했다는.. ^^z

다들 다이어트를 신경쓰는지 소박한 식사를 한다. ^^



저녁 먹으면서 5kg 감량했다고 하니 다들 놀랜다.

"오~ 희상 20kg 빠져서 예전 모습 찾아야지?"

"그러게요. ^^;; 살이 빠져야 결혼도 할수 있을텐데 말이죠. ^^a
양쪽 부모님께서 결혼 날짜 안잡는다고 다들 난리시거든요. ^^;;"

"희상은 결혼한다면 어디로 허니문을 떠날거야?"

"음... 아무래도 일본에 오지 않을까요???"

일본중 허니문이 어디가 좋을지에 대해 갑자기 열띤 토론이 이루어 졌다. ^^a

이타미상이 추천해 준 곳은 니가타이다.
하나비 축제가 정말 멋진 곳이라며 극찬을 해주었다. ^^

"오키나와는 어떨까? 허니문으로 다들 많이 오던데..."

"어쩌면 저 시코쿠로 올지도 몰라요.
이번 여행 원래는 남친이랑 함께 하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일땜에 못 오게
되었거든요.
그이도 너무나 오고 싶어 했던 곳이라 그때는 텐트까지 들고 야숙버전으로
올지도 몰라요. ^^"

"그것도 좋겠다. ^^"

식사를 마치고 이타미상이 매일 저녁 몸을 풀때 사용하는 끈을 갖고 와서
시범을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매일 많은 양을 걷게 되니 스트레칭이 중요하기는 한것 같다.

다카하시상이 지압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이타미상의 몸을 지압해
주셨는데 지압하는 것이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닌가 보다.

다카하시상의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으니 말이다.

지압을 받고 나서 이타미상이 몸이 한결 좋아졌다고 한다.

다음으로 나도 해 주겠다고 했지만 다카하시상이 너무 힘들어 보여 나는
괜찮다고 사양을 했다. ^^a

스도마리라도 친구들과 함께하니 저녁 식사가 외롭지 않고 즐거웠다.

내일은 오늘 묵으려고 했던 롯지 오자키까지 간다.

아가타상은 지금쯤 숙소에 도착했을까???

오전에 그렇게 쉽게 비가 그칠 줄 알았으면 나도 그곳까지 가는건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치에서의 첫날은 도쿠시마에서의 힘겨운 첫날과는 달리 편안히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기다릴 강도 높은 날들이 있으니 미련을 버리고 오늘을
맘껏 즐기며 체력을 회복하는 날로 보내야 겠다. ^^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온천요금 500엔 /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식 합계 985엔 /
이쿠미 민슈쿠(식사제외) 3,800엔

당일총액 : 5,285엔


일일 도보거리 : 12km
가이후 민슈쿠 ~ 이쿠미 민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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