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11일째] 이치고 이치에 いちごいちえ[一期一會]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20)>


- 이치고 이치에(いちごいちえ[一期一會]) -


2010. 4. 4. 일요일 / 맑음 (11일째)

4시 30분에 일어났다.
점점 기상 시간이 빨라지는 느낌이다. ^^a

일찍 씻고 서둘러 출발하고 싶었지만 주인이 아직 인기척이 없다.
스도마리일 경우 전날 계산을 하는 것이 좋다.

돈을 내고 가야하는데 주인이 아직 기척이 없으니 일층에서 기다릴 수 밖에.. --;;



5시 30분이 되어서야 며느리님이 일층으로 나와 뭔가를 포장하고 계신다.

돈을 지불하고 어제 세탁기 사건을 다시 한번 사과 드리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오셋다이라며 주먹밥과 과일과 야쿠르트 그리고 쪽지 한장을 주신다.

밖으로 나와 읽어보니
[감사합니다.
순례 중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건강하게 다시 만날 수 있길 기원합니다.]라고 써 있다.

여러모로 정말 배려심이 깊은 곳이었다. ^^b



얼마정도 걸었을까???
뭔가 허전해서 생각해보니 즈에를 놓고 왔다. --;;

다시 민슈쿠로 가서 즈에를 놓고 왔다고 하고서는 즈에를 찾아 들고
다시 인사하고 나왔다.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다. --;;
(잠 부족 현상인가??? --a)



새벽부터 바다 낚시라... 정말 대단하다. ^^b



십분정도 걷다보니 저 앞에 다카하시상과 이타미상이 숙박한 도쿠마스
민슈쿠가 눈에 보였다.



내가 이시간에 지나갈 것을 아셨던걸까???
다카하시상이 민슈쿠 앞에 계시는 것이 아닌가. ^^

"희상 일찍 출발했네. ^^"
"네. 오후만 되면 체력이 떨어지니깐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

"아침은 먹은거야???"
"아직이요. ^^
참 이것 보세요.
롯지 오자키민슈쿠에서 오셋다이로 음식과 쪽지를 주셨어요."

"오~ 멋지걸~"
"다카하시상은 아침 드셨어요?"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해."
"아침 드시고 오세요.
전 먼저 천천히 걷고 있을께요. ^^"

"OK 그럼 이따 보자고. ^^"
"네. ^^"



다카하시상과 민슈쿠 앞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다 먼저 출발을 했다. ^^



혼자 룰루랄라~ 오늘도 열심히 꽃 구경하며 천천히 길을 나섰다.

각각의 집앞에는 어쩜 저리 예쁘게 꽃으로 수를 놓아 두었는지.. ^^b

그런데 어라 꽃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발밑에 울음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 한마리가 나를 따라 계속 쫒아 오는 것이 아닌가!!!

혼자 여행하는 내가 쓸쓸해 보였던 것일까???
참 오래도록 나를 따라왔다. ^^a



그나저나 어제 저녁을 좀 부실하게 먹었더니 아침 일찍부터 배가 고프다.

해변가 근처에 자를 잡고 민슈쿠에서 오셋다이로 받은 주먹밥을 폼나게 먹었다. *^^*

막 만든거라 그런지 꿀맛이다.



9시 30분쯤... 길을 걷다 발견한 오헨로 휴게소~

보드판에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서 보드판이
꽉 차면 사진으로 찍어서 옆에 스크랩 해 놓는다.

나는 간단히 Korea Seoul -Hee- 라고만 남겨 두었다.^^a



스크랩되어 있는 것을 읽고 있는데 이타미상과 다카하시상이 도착했다.
역시 발이 빠르니깐 생각보다 일찍 만나게 되었다.

이타미상도 보드판에 간단한 그림과 글을 남겨 두었다. ^^



걷다 발견한 만쥬집...
다카하시상이 눈을 빤짝이며 들어가 뭔가를 사 갖고 나오신다.



그리고 이타미상과 나에게도 먹어보라고 몇개 건내 주셨다.

조그만한 만쥬가 무척 맛이 좋다. ^^b



11시가 되었을쯤 디프 시 월드에 도착하였다.
이곳을 지나가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안에서 무슨 행사를 하고 있으니
들렸다 가라신다.

알고보니 이곳에서 물건을 사면 경품 추첨을 해서 선물을 주는 것이었다.

밖에는 족온천을 할수 있는 공간과 수건이 놓어져 있었다.



나는 우유와 간단한 건어물을 사서 경품 추첨을 했는데 새우깡이 나왔다. ^^

이타미상은 경품으로 머그잔...
다카하시상은 사탕이 나왔는데 이타미상은 머그잔을 계속 갖고 가기가
버거워서 다카하시상과 경품을 바꿨다.

다카하시상은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가니깐...! ^^



뜻밖의 경품을 받고 다들 기분이 좋아 발걸음까지 가벼워 졌다. ^^a



해변의 울퉁불퉁한 커다란 바위 위를 산책로로 예쁘게 꾸며 놓았다. ^^



24번 절을 얼마 남겨 두고 미쿠로도 동굴을 발견하였다.

스무살 무렵 코보대사가 이곳 바위산의 동굴 안에서 수행을 했다고 한다.



이타미상과 다카하시상은 밖에서만 구경을 하고 나는 안으로 들어가
코보대상의 발자취를 느껴본다.

동굴 안에서는 하늘과 바다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또다른 이름인 쿠카이([空海]하늘과 바다)와 같이...
어둠속에서 그는 자신과 대면했던 것일까??



시간이 벌써 점심때가 다 되어서 원래는 이곳에서 나와 다카하시상은
아래쪽으로 내려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이타미상은 그냥 먼저 24번절로
향하려고 했지만 내가 그리 배가 고프지 않다는 말에 다 같이 그냥
24번 절로 향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 드디어 대면한 24번절 호츠미사키지[最御崎寺]!!!

사흘만에 만난 절이다. ^^a



경내에는 커다란 돌과 그 위에 작은 돌이 움푹 파여져 있는 곳에 놓여져
있는데 다들 지나가면서 한번씩 돌을 들고 열심히 두드린다.

종돌(종소리 돌)이라고 불리우는 이 돌을 두드리면 명토(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어둠의 세계)까지 닿는다는 전설이 있다.

먼저 간 누군가를 간절히 부르듯 사람들은 한참을 그렇게 이 돌을 정성껏
두드리고 지나 간다.



경내에서 어제 같은 곳에서 숙박한 니가타어르신 부부를 만났다.

다카하시상에게 어제 건조기 사건을 들려줬더니 무슨 말인가 하고
니가타에서 오신 할머니께 물어보신다.

어제 일을 듣고서는 재미난지 내내 웃으신다.

할아버지께서는 가방에서 빨래줄을 보여주시며...
시코쿠 여행할때는 이렇게 빨래줄을 준비해서 방 안에 연결해서 빨래를
말리면 효과적이다고 알려주신다.

가방에 빨래줄까지... 대단하시다. ^^b



한참 이야기 하고 있는데 경내에 막 들어서는 오헨로상의 인상이 낯익다.

아~!!! 맞다.
지난번 22번절 뵤도지 앞에서 A상과 싸울때 옆에 계셨던 오헨로상이다.
하시모토 젠콘야도에 대해 알려 주셨던 분... ^^;;;
이름이 마츠모토 소이치상이라고 한다.

내 첫인상이 본이 아니게 나쁘진 않았을지 걱정이다. ㅠㅠ



경내를 둘러보고 세명이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오늘 다카하시상과 나는 같은 곳에서 숙박을 하지만 이타미상은 우리보다
2.6km 멀리 떨어진 민슈쿠에 예약을 했다.

그래서 이타미상이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다카하시상이 내일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타미상과는 지금이 시코쿠에서의
마지막 만남이다.

서로 아쉬움을 달래며 그렇게 작별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이타미상이 떠나고 1시쯤 우리도 슬슬 자리를 정리하고 길을 나섰다.

고불고불한 자동차 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나 예쁘다.



우리 뒤로 마츠모토 쇼이치상이 내려오다가 우리와 만났을때 무료 숙소
정보를 알려주시겠다고 한다.



아래로 내려와 다카하시상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셨다.
나는 나중에 숙소에서 다카하시상이 설명해 주라고 하고서... ^^

말수도 적고 많은 이야기를 하지도 못했지만 마음이 따뜻한 분이란 것이
짧은 만남으로도 느껴졌다.



"희상 배고프지 않아?"
"괜찮아요. ^^"

"오늘 마지막 밤이니깐 내가 저녁에 맛난 것 쏠께.
뭐 특별히 먹고 싶은 것 없어???"
"괜찮은데.. ^^;;; 음.. 고치에 왔으니깐 이곳에서 유명한 타다키
(가다랑어의 속은 생으로 둔 채 겉만 살짝 익힌 것)는 어떨까요? ^^a"

"그래 이따 찾아보자. ^^"
"네~ *^^*



24번절에서 2시간 정도 걸으니 25번절 신쇼지[津照寺]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부터 보이는 높다란 계단에 잠시 어질.. ^^;;



고생 끝에 낙이라고 이 절에 올라갔다 오면 맛난 음식이 기다리니 힘내서
열심히 올라 가야겠다. ^^;



너무나 익살스런 지장보살님.. ^^
혓바닥을 살짝 내밀고 있는 것이 장난꾸러기 같다. ^^a



25번절 신쇼지[津照寺]는 어부들의 수호신으로서 신앙되어 해상의 안전과
화재 방지에 염험이 있다고 한다.

이곳의 일화로는 1602년, 항해중에 배가 폭풍우로 조난 당했을 때에 한
승려가 나타나 배를 조종해 주어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승려의 뒤를 쫓아보니 신쇼지에서 사라졌는데 본존에 참배하러 가보자
지장보살의 전신이 흠뻑 젖어 있었다고 한다.



참배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중인 오헨로상을 만났다.

기념촬영 하고 싶다고 했더니 친절히 응해주는 모습.. ^^

25번 절에서 나와 주변분들께 타다키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일요일이라 대부분 문을 다 닫았다고 한다.

그래서 궁리 끝에 근처 대형 슈퍼에 가서 음식을 사 갖고 민슈쿠에서 편히
먹기로 했다. ^^



"희상 초밥 좋아해?"
"네.. ^^"

좋아한다는 말에 슈퍼에 가기전 스시집에 들려 1,470엔짜리 모듬 초밥도 구입했다. ^^



초밥을 사고 슈퍼로 고고~

저녁으로 먹을 음식과 내일 아침으로 먹을 음식들을 여러가지 골라 담았다.

"희상 맥주도 해야지?"
"네. ^^;;"

다카하상은 술을 먹지 못하니 무알콜 음료를 사고 나는 아사히맥주 한캔을 골랐다.

"한개로 괜찮아? ^^a"
"네.. ^^;;"

아가타상이랑 있을 때야 서로 술을 좋아하니깐 여러 잔 마셨지만 다카하시상과는
분위기만 내기로 했다.



음식을 사 들고 오늘의 숙박지 비지니스 료칸 다케노이로 향했다.

비지니스 료칸과 민슈쿠의 차이는 뭘까?
조금 규모가 큰것 외에는 거의 차이를 알수 없는 다케노이였다.

거기다 화장실도 고장나 있어서 불편했고...
각자 방에 있는 주전자도 어째... 주둥이가 넘 더러워 보인다. --;;
거기다 깨진 컵이라니... --;;

이런 것을 계속 사용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카하시상도 나와 같은 느낌인지...
"뭐... 그래도 오헨로상들에게는 3,000엔이니깐 싼맛으로 참자."라고 말하신다.

일단 목욕을 하고 다카하시상 방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짜잔~~~!!! 오늘의 파티 음식들이다. ^^

내일 먹을 라면과 김치..
김치는 종가집에서 수출한 김치이다.

작은 것이 없어서 큰 것을 샀는데 저녁과 아침으로 다 먹어야 할듯.. ^^;

하나 가득 맛난 음식에 급 해피해진 나를 보더니 다카하시상이
"희상 기껏 뺀 살 오늘 좀 찌겠는걸~!" 하신다. ^^a



타다키도 샀는데 슈퍼라 그런지 역시 맛이 좀 떨어진다.

다카하시상 말로는 별로 신선하지 않다고 하신다.

결국 조금 맛만 보고 그냥 남기기로 했다.



음식을 맛나게 먹고 아까 마츠모토 쇼이치상이 알려준 무료 숙소에 대한
정보를 전해 들었다.

오늘이 다카하시상과의 마지막 밤이라니...
왠지 쓸쓸함이 밀려온다.

내일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다카하시상이 꼭!!! 한국에 놀러가겠다고 약속하신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다카하시상은 일본어가 서툰 나를 많이 배려해서
또박 또박 자세히 친절히 알려주셔서 함께 있으면 여러가지 알아 듣기가 쉬웠다.

또한 음악을 좋아하셔서 늘 옆에서 여러가지 노래를 들려주셨던 다카하시상...
함께 한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시코쿠에 오기전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연락처를 주고 받기 위해
명함 하나를 만들어 왔다.

남친이 제작해 준 것인데 명함 위에는 이치고 이치에(いちごいちえ[一期一會])라고
적어 놓았다.

일생에 한 번 뿐인 기회 또는 일생에 한 번 만나는 인연을 의미하는 말인데
평상시 내가 늘 사람을 만날때 갖는 마음 가짐이다.

그렇기에 키워 나갈수 있었던 서로에 대한 따뜻한 마음들...
부디 돌아가서도 나와의 인연을 잊지 말아주시길 기원해 본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 x 2 = 600엔 / 식료품 470엔
비지니스 여관 다케노이(스도마리) 3,000엔

당일총액 : 4,070엔


일일 도보거리 : 22km
롯지 오자키 민슈쿠 ~ 24번절 호츠미사키지 ~ 25번절 신쇼지 ~ 비지니스 여관 다케노이


무단 도용 및 링크, 리터칭을 통한 재배포 등은 절대 금합니다.
(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풀빵웹툰

시코쿠 도보순례

20화-[11일째] 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