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가방에 예비 신발까지 가방에 데롱 데롱 메달아 놓고 걷는 모습이 프로의 모습이 보인다. ^^
걷다가 발견한 우유판매점...!!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병우유다.
옛날 생각 나서 그런지 병우유만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에 오니기리와 커피 한잔... 중간 중간 먹은 사탕 외에는 먹은 것이 없다.
다이어트도 좋지만 정도것 하는 것이 좋을 듯... 우유 한병을 순식간에 마시니 그래도 살것 같다. ^^a
다리 위에서 저 멀리 바라보니 23번 절 야쿠오지가 보인다. ^^
그때 옆에서 지나가는 중년의 여성 오헨로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혼자 걷고 있는 거예요?"
"네... ^^ 혼자 걷고 계세요?"
"응.. 내일부터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하네... 그래서 야쿠오지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오늘은 어디서 묵어요?"
"아... 원래는 근처에 있는 하시모토 젠콘야도에서 묵고 싶었는데 소문이 좋지 않아서 비즈니스 호텔에 예약했어요. 혼자 여행하는 여자분이 많으면 이럴때 같이 가서 묵으면 좋은데... 동행할 분이 없으니 아쉬워요."
"그렇긴 하지? ^^"
절 앞에서 그녀와 명함을 주고 받았다. 그녀의 이름은 유우코상이다.
이맘때 여성들은 모두 남편과 함께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에 홀로 걷는 그녀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a
23번절 야쿠오지는 산문을 지나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산문을 지나 중간에 미즈야가 있는 곳에 가방을 놓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유우코상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가방 그렇게 놓고 가도 돼? 잃어 버리면 어쩌려고?"
"괜찮아요. 아무도 안 갖고 가요."
이런 나의 반응에 유우코상은 놀래는 듯 싶었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늘 계단이 많은 곳은 초입부분에 가방을 놓고 다녔다.
내가 남의 가방을 갖고 가지 않으면 남도 갖고 가지 않는 다는 믿음 하나로 한 행동이었다.
사실 여행하면서 나처럼 이렇게 가방을 놓고 갔다 왔다가 오헨로상을 노리는 전문 소매치기가 가방을 갖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잃어 버려도 어쩔수 없다는 마음으로 믿으니 믿음은 그렇게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a
가방을 벗어 놓고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데 내 옆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막 들어온 남성 오헨로상이 내 옆에 가방을 놓는다.
"고쿠로 사마데스~"라며 나에게 인사를 건낸다.
사실 요 몇일 사람들이 나를 보면 <고쿠로 사마데스> 또는 <고쿠로 사마> 라고 하는데 욘사마도 아니고 고쿠로 사마는 뭘까??? 한참 갸우뚱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수고 하셨습니다라는 뜻이었다. ^^a
위 아래로 깨끗한 오헨로 복장에 친근감 있어 보이는 그의 이름은 나오키상이다.
노숙을 주로 하고 있다는데 어쩜 저렇게 깨끗한 모습으로 다닐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23번 야쿠오지[藥王寺]는 액막이 사찰로 유명하다.
9세기 당초부터, 역대의 천황이 액막이 기원을 하는 절로서 번창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남성의 경우 25세 42세 61세, 여성의 경우 19세 33세 37세가 액년인데 특히 남성의 42세와 여성의 33세는 대액으로 불리운다.
여자의 액막이 언덕이라는 33계단과 남자의 액막이 언덕이라는 42계단을 오르면 본당이 나오고 그 왼쪽에 대사당(大師堂), 지장당(地藏堂) 등이 있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산 중턱에 있는 야쿠오지는 주변 경관을 바라 볼수 있도록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딘가에서 통통통통~~~ 울리는 소리가 들려서 바라보니 유우코상이 무언가를 열심히 치고 있다.
그 모습이 재미나 나도 열심히 따라했다. ^^a
아름다운 벚꽃 아래에서 활짝 웃고 있는 나... *^^*
아가타상은 어디까지 갔을까???
전화라도 해볼까? 하고 가방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데... 어라... 저 멀리 보이는 사람은????
아가타상이 아닌가!!!!!
"아가타상~~!!!!! 아가타상~~~~!!!" 너무 기뻐서 큰 소리로 외치며 마구 손을 흔들었다.
"어~~ 희상!!!! 방가워~!!! 드디어 다시 만났네"하며 손을 내민다.
몇일 사이에 아가타상의 얼굴이 달라졌다. 유심히 보니 수염이 자란 것이다.
"아가타상!! 수염이 많이 자랐네요. 완전 멋져 보여요."
"ㅎㅎ 그래? 그럼 계속 길러 볼까??? ^^a"
"아가타상 나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응... 뭔데?"
"아가타상 와따시가 후벤데스까? (아가타상 내가 불편해요?라고 물어 본 말이다. 사실 후벤이란 말은 교통이 불편하다 뭐... 이럴때 사용하는 말인데 일어가 짧은 나로써는 아는 말로 표현할 밖에.. ^^a)"
"응..? 그게 무슨 말이야?"
"A상이 아가타상이 나를 불편해 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 한다고 해서요... ㅠㅠ"
"음... 희상 그럴때는 후벤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음... 암튼 다른 말을 쓰는 건데.... 나는 A상이 말한 것 처럼 희상을 불편해 하지 않아. 오히려 즐거운걸~ 그러니 마음쓰지 말도록 해."
"정말요? 저 아침에 뵤도지에서 A상과 큰소리로 싸웠어요. ㅠㅠ"
"ㅎㅎ 그랬구나..."
"그런데 너무 신기해요. 오늘 아가타상에게 전화 해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타나니 말이예요."
"희상 오늘 어디서 숙박해?"
"원래는 하시모토젠콘야도에서 지내려다가 A상이 위험하다고 해서 비지니스 호텔 케안즈에 예약을 했어요. 아가타상은요?"
"난 고요소 민슈쿠에 예약을 했어. 우리 내일은 같은 곳에 예약할까?"
"좋아요. ^^"
"희상은 어느정도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음... 25km~28km 사이가 딱 좋긴해요. ^^"
"그럼 우리 내일 가이후까지 가서 민슈쿠 가이후에서 묵자. 28km정도 거리거든."
"네... 완전 좋아요. ^^"
아가타상과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종루의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서 시계를 보니 5시가 아닌가!!!
으악~~~~!!! 노쿄를 아직 받지 못했는데 납경장을 꺼내 납경소로 뛰어 가니 좀전에 종을 치신 분이 웃으며 묵서와 도장을 찍어 주셨다. ^^a"
정신없이 받고 오는 모습을 아가타상이 보더니 "희상... 납경소 시간을 꼭 주의해야해... ^^"
"네.. ^^;;;"
아가타상이 참배를 끝내는 것을 기다렸다가 산문을 같이 빠져 나왔다.
그리고 내일 숙소에서 보자고 하며 헤어졌다.
숙소를 찾기 위해 히와사역 부근으로 걷고 있는데 저 멀리 누군가가 나를 보며 손짓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유우코상이다.
"희상 나를 따라와 봐!!!"라고 불러서 유우코상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나를 데리고 가서 소개 시켜 주는 사람이 있으니 다름 아닌 아까 나에게 꽃을 좋아하냐고 물어 봤던 그 분이었다.
"이분이 그러는데 역시 하시모토젠콘야도는 소문이 좋지 않다고 하네. 여자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이 좋데."
"음.. 그렇군요."
그가 갖고 있는 노랑색 안내 책자에는 여러가지 노숙 장소며... 안내 문구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이건 본인이 쓴거예요??"
"아니 친구가 선물로 준 책이야."
"와... 꼼꼼하게 잘 써 주셨네요."
그와 책자를 주고 받으며 여러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나..? 난 시라네라고 해... 그냥 편하게 츄상이라고 해도 좋아."
"아... 츄상... 외우기 쉽네요. ^^"
열차 시간이 되어 유우코상은 집으로 가기 위해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만나자 마자 이별이라니... 아쉬워요."
"그러게... 나도... ^^ 조심히 잘 마치도록 해."
"네.. ^^"
그제서야 역을 둘러 보았다.
야코오지 근처 히와사 역 주변은 노숙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비가와도 칸막이가 있어서 맞을 염려도 없고...
주변에는 츄상 외에도 몇몇의 노숙 오헨로상들의 모습이 보였다.
거기다 발의 피로를 풀수 있는 족탕까지... ^^
오토바이를 타고 놀러온 두명의 남성분이 방갑게 인사를 해 주었다. ^^
그러나 이곳은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그 이후 저녁에는 샤터를 닫아서 사용할 수 없다.
"희상은 저녁 어떻게 할거야?"
"글쎄요... 주변에서 봐서 사 먹으려고요."
"그래..? 그럼 같이 먹을까?"
"네. 좋아요. ^^ 호텔에 가서 가방만 놓고 올께요."
비지니스 케안즈 호텔은 역에서 멀지 않았다.
물론 가타카나로 써 있는 호텔 이름 때문에 잠시 머리에 김이 났지만... ^^a
체크인을 하고 가방만 내려 놓고 다시 역으로 향했다.
"희상... 오코노미야끼 좋아해?"
"네. 좋아해요."
"그럼 오코노미야끼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오셋다이 할께... ^^"
"에... 정말 그래도 돼요?"
"그럼~"
솔찍히 노숙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여행 경비를 절약 하려고 하는건데... 이렇게 얻어 먹어도 되는 건지 마음이 쓰였다.
생맥주에 오코노미야끼를 시켜서 도란 도란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츄상은 히로시마가 고향이라고 한다. 모자속에 하얀 머리가 가려져 있어서 젊어 보였는데 대학생의 딸이 있다는 말에 완전 놀랬다. ^^
나이는 59세...! 시코쿠 여행은 이번이 4번째라고 한다.
그의 부모님도 원폭 피해자라는 말에 가슴이 징했다.
"츄상은 노숙만 하는거예요??"
"노숙을 하거나 츠야도... 또는 비즈니스 호텔에서도 가끔 자."
"민슈쿠는요?"
"민슈쿠는 별로 안 좋아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사람을 좀 가리는 듯한 그가 나에게는 호감을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다. ^^a
저녁을 먹고 역으로 다시 돌아와 츄상과 헤어지려니 추운 날씨에 괜찮을지 걱정이 앞선다.
"츄상 날씨도 추운데 내가 예약한 방에 가서 목욕하고 오는 것은 어때요? 그동안 내가 여기서 가방을 지키고 있을께요."
"아니야 괜찮아."
"그러지 말고 다녀와요. 목욕하고 나면 몸이 따뜻해 질텐데... 거기다 프론트에 사람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도 아무도 몰라요."
"아니야... 나 목욕하는 것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걸."
"그래도... 진짜 갔다 오면 좋을텐데..."
"괜찮으니깐 걱정하지 말고 어서 들어가 쉬어."
삼세번까지 권했는데 거절하니 더이상 권하기가 힘들었다.
벌써 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비... 밤새도록 내린다고 하는데.... 걱정이 되어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비즈니스 호텔에서 묵을 때는 목욕을 자유롭게 시간 구애 받지 않고 편하게 할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지만 오헨로상들과의 교류는 할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숙소에 들어와 다카하시상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는다. 아마도 일찍 잠이 든 모양이다.
어젯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걱정할 것 같아서 전화했는데... 아무래도 내일 다시 전화를 해야할 듯 싶다.
목욕을 하고 나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방을이 점점 굵어지고 있는데 츄상은 정말 괜찮을까??? 방에 있는 모포라도 갖다 줄까? 고민하다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다들 각자가 선택한 길이고 자신이 이겨내야 할 것들을 곁에서 위한다는 마음으로 섣부른 손길을 내밀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A상이 나를 위한다는 행동들로 인해서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생각해 보면 같을 것이다.
"츄상... 잘 자요."
그에게 보내는 따뜻한 인삿말과 함께 잠이 들었다.
[여기서 잠깐 뒷 이야기를 하자면.... 여행이 끝나고 츄상이 나에게 쓴 편지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츄상은 야쿠오지에서 나와 식사를 한 뒤에 오사카로 갈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마음이 걸려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a 나로 인해 계속 이 길을 걷게 되었다는 츄상과의 인연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기대해주세요. ^^]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엔 X 2 = 600엔 / 우유 100엔 케안즈 비지니스 호텔 (식사 불포함) : 4,800엔
당일총액 : 5,500엔
일일 도보거리 : 20km 기쿠야 젠콘야도 ~ 22번 뵤도지 ~ 23번 야쿠오지 ~ 케안즈 비즈니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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