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의 납경소의 시작 시간이 7시이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도 괜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걷는 거리가 20km이기 때문에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조금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어가도 좋기 때문이다.
어제 장거리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 상태가 나쁘지 않다.
어제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 덕분이 아닌가 싶다.
아침으로는 서울에서 갖고 온 커피믹스 한잔과 어제 할아버지가 오셋다이로 주신 연어삼각김밥~
어제의 감동이 다시 한번 밀려온다.
그나저나 커피믹스 한통을 가방에 넣어 갖고 왔더니 너무 무겁다. --;;
한국에서 산행을 할때면 늘 챙겨오던 거라 이번 여행에서도 피로할때마다 달달한 커피믹스 한잔에 피로를 이겨 내고 싶어서 갖고 온 커피믹스 20봉지...!
어깨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마셔서 없애야 할 분위기다. --a
역시 거실은 아침에 봐도 조금 의시시하다.
정면에 보이는 거울 앞이 화장실... ^^; 푸세식 화장실이라 더욱 겁이 났지만 그래도 새벽에 응가를 해주는 센스를 보여 주었다. ^^a (너무 리얼한 여행기.. *^^*)
잠자리를 정리하고 가방 정리를 마칠때쯤 할아버지께서 잘 잤냐며 들어오신다.
덕분에 너무나 잘 잤다고 하니 다리를 좀 어떠냐고 물어보신다.
발도 이제 괜찮다고 웃으며 이야기 했다. ^^
오토바이를 타고 오신 할아버지가 22번절 뵤도지로 향해 걸어 가신다.
"할아버지 잠시만요~! 이거 오미야게(선물)예요." 라며 곰돌이 핸드폰 걸이를 선물로 드렸다.
"곰돌이가 입고 있는 옷이 한복이예요. 일본의 기모노와 같은 한국의 전통 복장이랍니다."라고 간단히 설명해 드렸다.
"할아버지 사진 한장만 찍을께요." 라고 부탁을 드리니 쑥스러워 하시면서도 얼굴에 쓰고 있던 마스크까지 벗고 포즈를 취해 주신다. ^^b
앙증맞은 모자까지 어찌나 귀여운 모습이던지.. ^^;;
뵤도지 앞 자판기로 가시더니 나를 부른다.
따뜻한 음료수 마시고 힘내서 가라시며 커피 한잔을 뽑아 주셨다.
마지막까지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크다.
할아버지의 커피 오셋다이를 받고 있는데 A상의 모습이 보였다.
뵤도지 바로 옆 사잔카민슈쿠에서 숙박을 한 모양이었다.
나를 보더니 다시 하시모토젠콘야도에 가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희상 그곳에 절대 가지마 알았지?"
"정말 그곳이 그렇게 위험하단 말야?"
"그렇다니깐 왜 이렇게 고집이 세."
옆에 다른 오헨로상이 함께 서 있었다.
"저분이 말해 주신거야?"
"그래! 내가 볼때 너는 고집만 세고 남들에게 너무 걱정을 끼치는 것 같아. 그런식으로 여행하거면 지하철을 타던지 버스를 타던지 그렇게 여행을 해. 아니면 너의 남자친구에게 빨리 오라고 해서 함께 하던지 그냥 돌아가!!! 아가타상도 너를 불편해 한다고 했잖아."
"내가 언제 아가타상이 나를 불편한다고 했어!!! 그게 아니라 계속 아가타상이랑 붙어서 가는 건 그분의 여행스타일도 있는데 불편해 할 수도 있어서 따로 걷기로 했다고 했지!!!"
정말 화가 났다.
본인이 뭔데 남보고 지하철을 타고 가라 버스를 타고 가라... 심지어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소리치는 건지....!!!!!
아침부터 뵤도지 앞에 그와 나의 다툼소리로 요란하다. 저 멀리 할아버지도 지켜보고 계시고... A상 옆에 다른 오헨로상도 지켜보고 있는데 한국 사람끼리 서로 으르렁 거리며 싸우다니 얼굴이 빨갛게 될 정도로 챙피했다.
왜 그와 만나면 계속 이렇게 싸워야 하는건지...!!! ㅠㅠ
"알았어. 하시모토상의 젠콘야도는 가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오헨로상에게... "죄송합니다. A상이 제 걱정이 크기 때문에 그런거예요."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설명해 주었다. --;
그리고 나는 뵤도지로 향하고 그는 옆에 오헨로상과 함께 길을 떠났다.
뵤도지 산문에 있는 인왕상을 보며 아가타상 생각이 났다.
여행 초반에 인왕상을 가르키면서.... "희상 여기 인왕상 보이지... 하나는 악~~하고 소리 지르는 듯한 모습과 으윽~~~~!!!하고 꾹 참고 있는 듯한 모습!!! 힘든 일이 있을때는 이처럼... 악~~~~~ 하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으윽~~~~~하고 이를 악물고 참다보면 모든 일이든 견뎌 낼수 있을거야."라고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아가타상... 이럴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를 악 물고 견뎌야 할까? 아니면 답답한 이 마음을 터트리며 소리 질러야 할까요?'
오늘 따라 아가타상이 더욱 생각났다.
23번 절에 가면 아무래도 아가타상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나를 걱정하고 있을지 모르니 전화해서 잘 지내고 있다고 알려줘야지.
22번절 뵤도지 [平等寺]는 코보대사가 이곳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약사여래가 현신(現身)하여 이곳에 절을 세울 것을 결심하고 석장(錫杖)으로 샘을 팠더니 약수가 솟아나왔다.
대사는 약수로 목욕재계하여 백일 동안 수행한 뒤 이 물이 많은 사람을 평등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기원하면서 당우(堂宇)를 세우고 약사여래상을 조각하여 본존으로 안치하였다.
또한 이 절은 다리의 장해에 염험이 있다하여 본당에는 영험을 받은 사람들이 봉납한 기부스, 목발등이 있으며 그 위 천정에는 풀꽃 천정화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본당에서 참배를 할때 코보대사에게 간절히 빌었다.
'코보대사님 A상을 만날때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그가 나를 위해서 충고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제 마음의 그릇이 작어서인지 자꾸만 상처를 받고 있어요. ㅠㅠ 내가 그를 미워할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부디 그와 시코쿠에서 더이상 마주치지 않게 도와주세요. 그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을 듯 싶어요.'
참배를 끝내고 계단을 내려오는 나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다카하시상과 아침에 이곳에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 왔다 간건지.. 아니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떠나기전 키쿠야젠콘야도 아저씨를 만나 지난밤의 감사함을 다시 한번 전하고 떠나기로 했다.
가는 길에 키쿠야젠콘야도를 보니 그날 묵은 남자분은 떠나고 없었다.
다시 키쿠야젠콘야도 아저씨가 있는 잡화점으로 향했다.
잡화점에 가니 키쿠야젠콘야도 아저씨가 계셨다.
"어제는 잘 잤어요?"
"네 덕분에 신세 많이 졌어요. 어제 안내해주신 할아버지께서 컵라면과 오니기리를 오셋다이로 주셔서 정말 감동했어요."
"아... 그랬군요. 오늘은 어디까지 가요?"
"23번절까지요. 혹시 하시모토상 젠콘야도 아세요?"
"있다는 것은 아는데 자세히는 몰라요. 왜요?"
"원래는 거기서 묵으려고 했는데 오헨로상들에게 안좋은 이야기를 들어서요. 그곳 사장님이 어떤 여성 오헨로상에게 성추행을 했다고...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 묵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숙소 예약하는 것 도와줄까요?"
"네...^^ 감사합니다."
아저씨께서는 내 지도를 보시고 민슈쿠 몇곳에 전화를 했는데 무슨 행사가 있는지 빈방이 없다고 한다. --;;
다시 히와사역 부근의 비지니스 호텔 케안즈에 전화해 보니 다행히 빈방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 예약을 하고 아저씨께도 한국에서 갖고 온 오미야게를 드렸더니 아저씨께서 가면서 먹으라고 가게에서 파는 사탕 한봉지를 오셋다이로 주셨다.
하시모토젠콘야도에서 묵지 않게 된 것은 정말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민선님의 책 <일생에 한번은 순례여행을 떠나라>을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ㅠㅠ
그러나 A상이 전날 저녁 전화에 이어서 아침까지 만나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곳을 피하라는 계시로 받아 드리기로 했다.
사실 여행을 오기 전에 김지영씨 <남자에게 차여서 시코쿠라니,,>도... 젠콘야도나 노숙할때는 조심하라는 주의을 했기 때문에 일부러 고집 피워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럴때는 정말 여자라는 것이 참 아쉽다. 남자라면 잠자리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었을텐데... --;;;
아침부터 어깨가 축 쳐진 상태로 걷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저 앞에 차 한대가 서 있고 여성 한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헨로상 이거 먹고 힘내서 가요~" 라며 피로 회복제를 건내 주었다.
좁은 일차선 도로에서 차까지 세워 놓고 나를 기다렸던 그녀... 거기다 무거우니 빈 병은 자신이 들고 가서 버려 주겠다며 내가 마실때까지 기다리다 병을 받아 가셨다.
작은 것 하나까지도 배려를 아끼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지쳐 있던 마음도 금새 활력을 되찾았다.
시코쿠 순례길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늘 나의 사정을 알고 어김없이 도움을 줄 천사들이 나타나니... 이 길을 온전히 걸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다시 어깨를 활짝펴고 이정표를 보며 걸었다.
아침의 일은 이제 그만 잊자. 나 자신을 좀더 믿어 주며 좋은 생각만 하기로 했다.
산길을 올라가는 작은 사당 앞에서 어제 밤 키쿠야젠콘야도에서 묵은 남자분을 만났다.
여전히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그래도 씩씩해 보인다.
서로 아침 인사를 하고 내가 먼저 길을 나섰지만 몇분뒤 바로 따라온 그가 나를 앞질러 간다.
역시 젊은 남자라 저 큰 배낭을 메고도 힘이 넘친다. ^^b
오늘은 몇개의 터널도 지나가게 되었다.
터널 안에는 걸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그만한 보행 도로도 준비 되어 있었다.
어두 캄캄했던 터널을 지나고 나면 밝은 풍경이 나오듯 내 마음도 그렇게 거듭 거듭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터널을 빠져 나오면 나를 기다리는 오헨로 휴게소~ 오늘은 충분히 휴식을 하면서 걸었다.
22번 뵤도지에서 23번 야쿠오지까지 가는 길은 두 갈래길이 있는데 55번 도로를 따라 걷는 길과 해안선을 따라 걷는 해안도로가 있다.
55번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이 짧기는 하나 바다를 보며 걷고 싶어 해안선을 따라 걷는 해안도로로 선택하기로 했다.
시코쿠에서 처음 만나는 바다이다. ^^
짭쪼름한 바닷내음에 기분이 좋아진다.
다이노하마 해수욕장에는 샤워 시설이 갖춰진 화장실도 있었다.
지금도 물이 나오나 스위치를 눌러보니 차가운 물이 시원스럽게 나온다.
이곳에 잠시 앉아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두명의 손녀를 데리고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 가족을 만났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키쿠야젠콘야도 아저씨가 준 사탕을 꺼내 아이들에게 나눠주니 맛있게 먹는다. ^^
할머니께서는 이 해변은 언젠가 아침에 방영된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다이노하마 해수욕장 앞의 메이잔소 민슈쿠... 간판을 보니 해산물 요리가 잘 나올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오늘의 숙소가 아닌 관계로 그냥 지나간다.
해안선 옆으로 JR무기선이 다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운치있다.
해안길에 있던 오헨로 휴게소~
평온해 보이는 어촌마을~
어촌마을에서 발견한 오헨로 휴게소... 노숙도 가능한 것 같았다.
옆에 화장실까지... 금상첨화
바지락을 캐고 계시는 아주머니... ^^
해안길에서 산길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윈드서핑을 나온 멋진 남성도 만났다.
힘들게 걷고 있다가 눈이 동그래지며 화색이 도는 희야.. ^^a
길가에서 만난 오헨로상의 모습~ 배낭 위에는 형광띠가 있었는데 터널을 지날 때 위험하지 않게 대비한 물품인듯 싶다.
역시 연륜 있는 분들이 여러 상황에 대비하는 꼼꼼함이 나보다 지혜롭다.
발바닥에 쿠션 노릇을 해주는 고마운 논길~ 오늘은 다양한 풍경과 다양한 길이 있어서 걷는 재미가 솔솔하다.
옛 멋을 풍기는 집과 현대식 집이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에비스 동굴이며 히와사 해안 도로의 모습이 예쁘기만 하다.
히와사 우미가메박물관에 카렛타
카렛타는 빨강 바다거북의 학명이다. 이곳은 바닷거북이의 생태나 진화 과정의 자료 전시와 관찰 수족관도 있으며 바다거북의 보호를 위해 새끼 거북의 방류도 하고 있다고 한다.
입구에 있던 귀여운 거북이 모양의 공중전화 부스~ ^^b
히와사 해안가에 있는 등대와 자그만한 섬 위에 도리이가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
올해 10월 9일과 10일에 이곳에 마쯔리가 있는 모양이다.
내 생일과 같은 날이라 더욱 정감이 가는.. ^^a
신사 앞에서 아이들이 야구놀이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나서 동네에서 저런 관경을 보기 힘든데... (할만한 장소도 거의 없어 졌지만...) 이곳은 아이들의 모습이 내 어렸을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길가에 예쁜 꽃들을 열심히 들여다 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내 등뒤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꽃을 좋아하는 거예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거예요???"
서서히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해 보았다. ^^
미스테리 목소리의 주인공 이야기는 다음편으로... ^^a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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