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에는 아직 인기척이 없었는데 아래로 내려가 씻고 있으니 시마상이 내려와 인사를 건낸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가방을 챙겨 갖고 아래 층으로 내려갔더니 벌써 아침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푸짐한 아침 밥상에 미소가 지어진다.
거기다 오늘 걷는 길에는 산길도 많고 편의점도 없으니 점심으로 먹으라며 주먹밥도 오셋다이로 준비해서 전해 주셨다. ^^b
점심을 먹는데 주인 아저씨가 내 가방을 보더니 다시 묻는다.
"희상...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오늘 일정을 소화해 내는 것이 힘들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처럼 7km까지 내 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 부터 걷는 것 어때????"
"다카하시상도 그렇게 가는 거예요???"
"아니... 시마상 부부만..."
"음... 아니예요. 저도 해 낼수 있어요. 그냥 걸어서 가고 싶어요."
"그래? 아무튼 부지런히 먹고 출발해야해~"
"네~!! ^^"
사실 지난번 13번 절로 향하는 길에 잠시 오셋다이로 차를 얻어 타고 나서 A군에게서 들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과 말을 잊을 수가 없다.
힘들더라도 앞으로는 두 발로 해내고 싶었다.
6시... 출발하기 전 후나노사토야상 부부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후나노사토 민슈쿠는 내가 여행하는 동안 묵은 민슈쿠중에 가장 추천해 주고 싶은 곳이다.
음식도 맛있었고 주인 부부도 친절하고 내부 시설도 좋고 가격도 적당한 편이다.
다카하시상과 내가 먼저 출발했지만 걷다보니 후나노사토야상이 시마상 부부를 태우고 지나가다 손을 흔들고 앞질러 간다. ^^
역시 차가 빠르긴 빠른다.
후나노사토야상이 데려다 주는 7km 거리까지는 차도라 길이 썩 좋지는 않다.
그래서 길이 좋은 그곳까지 데려다 주나보다.
차도를 걸을 때는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쪽으로 걷는 것이 좋고 그런 곳이 없을때는 차를 마주보며 걷는 것이 사고를 예방 할수 있다.
"희상... 한국에도 시코쿠 처럼 순례길이 있어?"
"음... 불교 순례길은 아니지만 제주도에 제주 올레길이라고 아주 예쁜 길들이 있어요. 3년전에 그곳을 걷고 나서 걷는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서 이 길도 걷게 되었답니다. 제주도도 시코쿠 처럼 원형으로 되어 있는 섬이예요. ^^ 아 그리고 이맘때면 저기 펴 있는 유채꽃이 제주도에 장관을 이루고 있지요~ 다카하시상도 언제 한번 꼭 놀러와 주세요."
여행을 하면서 오헨로상들에게 참 많이 제주도에 대해 자랑을 했다. 아직 역사는 짧지만... 앞으로 세계속으로 뻗아 나갈 수 있는 제주 올레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8시 30분이 되어서야 후나노사토야상이 시미즈상 부부를 데려다 준 지점에 도착했다.
시미즈상은 여기서 부터 걷기 시작했을텐데... 지금쯤 많이 앞질러 갔겠지..!
이곳에는 화장실도 있고 의자도 있겠다... 산길을 올라 가기전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가방에서 어제 택시를 타고 여행하는 오헨로상에게 받은 모찌랑 귤을 꺼내 다카하시상과 나눠 먹었다.
"이거 어제 만난 분들이 오셋다이로 준 거예요."
"희상, 오셋다이 좋아하지? ㅋㅋ"
"헤~ 들켰다. ^^a"
산길을 오르고 또 올라 오전 10시 30분쯤 드디어 20번절 가쿠린지[鶴林寺]에 도착했다.
이절의 산문 옆에는 다른 절과 달리 백학상이 안치 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코보대사가 이 절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암수 한 쌍의 백학이 작은 지장보살상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바로 1m 정도 크기의 지장보살상을 조각하여 그 뱃속에 작은 지잘보살상을 봉안하여 이를 본존으로 안치하였다.
경내 안쪽 정면에 호마당, 대사당, 방장이 있고, 호마당 앞에서 오른쪽의 57계단을 오르면 본당이 나오는데 본당 앞에는 이 절의 상징인 두 마리의 백학상이 마주 서 있다.
이 절은 후나노 사토에서 14km 정도의 거리 였는데 절은 570m의 산 정상에 있어서 그런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어째 오늘 일정을 다 소화해 낼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
11시 30분 산길 계단 위에서 잠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후나노사토야상이 준비 해준 우메보시 주먹밥이다.
한국에서는 별로 잘 안먹는 음식도 일본만 오면 잘 먹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a
아가타상이랑 함께 걸을때는 종종 다리를 걸을 때 지팡이를 짚어서 주의를 받곤 했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었는지 다리를 건널 때마다 지팡이를 자동으로 들고 건넌다.
역시 머리가 나빠도 반복 학습이란 것이 중요한 것 같다. ^^a
예쁜 산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소유되었지만 걷는 내내 눈은 즐거웠다.
거기다 다카하시상이 이것 저것 노래도 불러주고 휘파람 소리도 들려주니 걷는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1시 30분이 되어서야 21번 절 다이류지[太龍寺]의 산문이 보인다.
산문에서 경내까지는 좀더 걸어야 하는데 산문에 들어서 조금 걸으니 정면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지나가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정말 어마 어마한 양의 배낭이었는데 아무래도 노숙을 주로 하는 오헨로상의 모습인 듯 싶었다.
다이류지로의 순례 길은 험하기로 유명한데, 1992년에 길이 2,775m에 이르는 케이블카(왕복요금 2,400엔)가 개통되어 편리해졌다.
물론 도보 순례자들에게는 의미 없는 것이지만.. ^^a
광대한 경내는 삼나무의 거목으로 덮어져 신비한 분위기가 감돌며 표고가 618m로 <서쪽의 고야산>이라고 불리우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