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6일째]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키쿠야 젠콘야도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14)>


-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키쿠야 젠콘야도 -


2010. 3. 30. 화요일 / 맑음 (6일째)

5시 정각 눈을 떴다.
점점 부지런해지는 나.. ^^v

옆방에는 아직 인기척이 없었는데 아래로 내려가 씻고 있으니 시마상이
내려와 인사를 건낸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가방을 챙겨 갖고 아래 층으로 내려갔더니 벌써
아침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푸짐한 아침 밥상에 미소가 지어진다.

거기다 오늘 걷는 길에는 산길도 많고 편의점도 없으니 점심으로
먹으라며 주먹밥도 오셋다이로 준비해서 전해 주셨다. ^^b

점심을 먹는데 주인 아저씨가 내 가방을 보더니 다시 묻는다.

"희상...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오늘 일정을 소화해 내는 것이 힘들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처럼 7km까지 내 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 부터 걷는
것 어때????"

"다카하시상도 그렇게 가는 거예요???"

"아니... 시마상 부부만..."

"음... 아니예요. 저도 해 낼수 있어요.
그냥 걸어서 가고 싶어요."

"그래? 아무튼 부지런히 먹고 출발해야해~"

"네~!! ^^"

사실 지난번 13번 절로 향하는 길에 잠시 오셋다이로 차를 얻어 타고 나서
A군에게서 들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과 말을 잊을 수가 없다.

힘들더라도 앞으로는 두 발로 해내고 싶었다.



6시... 출발하기 전 후나노사토야상 부부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후나노사토 민슈쿠는 내가 여행하는 동안 묵은 민슈쿠중에 가장
추천해 주고 싶은 곳이다.

음식도 맛있었고 주인 부부도 친절하고 내부 시설도 좋고 가격도
적당한 편이다.



다카하시상과 내가 먼저 출발했지만 걷다보니 후나노사토야상이 시마상
부부를 태우고 지나가다 손을 흔들고 앞질러 간다. ^^

역시 차가 빠르긴 빠른다.

후나노사토야상이 데려다 주는 7km 거리까지는 차도라 길이 썩 좋지는 않다.

그래서 길이 좋은 그곳까지 데려다 주나보다.

차도를 걸을 때는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쪽으로 걷는 것이
좋고 그런 곳이 없을때는 차를 마주보며 걷는 것이 사고를 예방 할수 있다.



"희상... 한국에도 시코쿠 처럼 순례길이 있어?"

"음... 불교 순례길은 아니지만 제주도에 제주 올레길이라고 아주 예쁜
길들이 있어요.
3년전에 그곳을 걷고 나서 걷는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서 이 길도 걷게
되었답니다.
제주도도 시코쿠 처럼 원형으로 되어 있는 섬이예요. ^^
아 그리고 이맘때면 저기 펴 있는 유채꽃이 제주도에 장관을 이루고 있지요~
다카하시상도 언제 한번 꼭 놀러와 주세요."

여행을 하면서 오헨로상들에게 참 많이 제주도에 대해 자랑을 했다.
아직 역사는 짧지만... 앞으로 세계속으로 뻗아 나갈 수 있는 제주 올레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8시 30분이 되어서야 후나노사토야상이 시미즈상 부부를 데려다 준
지점에 도착했다.

시미즈상은 여기서 부터 걷기 시작했을텐데...
지금쯤 많이 앞질러 갔겠지..!



이곳에는 화장실도 있고 의자도 있겠다... 산길을 올라 가기전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가방에서 어제 택시를 타고 여행하는 오헨로상에게 받은 모찌랑 귤을
꺼내 다카하시상과 나눠 먹었다.

"이거 어제 만난 분들이 오셋다이로 준 거예요."

"희상, 오셋다이 좋아하지? ㅋㅋ"

"헤~ 들켰다. ^^a"



산길을 오르고 또 올라 오전 10시 30분쯤 드디어 20번절 가쿠린지[鶴林寺]에
도착했다.

이절의 산문 옆에는 다른 절과 달리 백학상이 안치 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코보대사가 이 절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암수 한 쌍의 백학이
작은 지장보살상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바로 1m 정도 크기의 지장보살상을
조각하여 그 뱃속에 작은 지잘보살상을 봉안하여 이를 본존으로 안치하였다.

경내 안쪽 정면에 호마당, 대사당, 방장이 있고, 호마당 앞에서 오른쪽의
57계단을 오르면 본당이 나오는데 본당 앞에는 이 절의 상징인 두 마리의
백학상이 마주 서 있다.



이 절은 후나노 사토에서 14km 정도의 거리 였는데 절은 570m의 산 정상에
있어서 그런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어째 오늘 일정을 다 소화해 낼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



11시 30분 산길 계단 위에서 잠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후나노사토야상이 준비 해준 우메보시 주먹밥이다.

한국에서는 별로 잘 안먹는 음식도 일본만 오면 잘 먹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a



아가타상이랑 함께 걸을때는 종종 다리를 걸을 때 지팡이를 짚어서
주의를 받곤 했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었는지 다리를 건널 때마다
지팡이를 자동으로 들고 건넌다.

역시 머리가 나빠도 반복 학습이란 것이 중요한 것 같다. ^^a



예쁜 산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소유되었지만 걷는 내내
눈은 즐거웠다.

거기다 다카하시상이 이것 저것 노래도 불러주고 휘파람 소리도 들려주니
걷는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1시 30분이 되어서야 21번 절 다이류지[太龍寺]의 산문이 보인다.

산문에서 경내까지는 좀더 걸어야 하는데 산문에 들어서 조금 걸으니
정면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지나가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정말 어마 어마한 양의 배낭이었는데 아무래도 노숙을 주로 하는
오헨로상의 모습인 듯 싶었다.



다이류지로의 순례 길은 험하기로 유명한데, 1992년에 길이 2,775m에
이르는 케이블카(왕복요금 2,400엔)가 개통되어 편리해졌다.

물론 도보 순례자들에게는 의미 없는 것이지만.. ^^a

광대한 경내는 삼나무의 거목으로 덮어져 신비한 분위기가 감돌며
표고가 618m로 <서쪽의 고야산>이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공해가 24세 때 저술한 <삼교 지귀>에 기록되어 있는 청년시대의
수행 장소이기도 하다.



지불당의 복도 천정의 용의 그림은 볼걸이중 하나~!

그나저나 경내를 빠져나가는 시간을 보니 2시 30분이다.

22번 절 뵤도지까지느 11km는 가야하는데....
아무래도 납경시간인 5시까지 도착하기는 힘들 듯 싶었다.

다카하시상이 서둘러 앞으로 걸어 나간다.

서로 일정은 비슷하지만 각자의 페이스로 가기로 했다.



3시 20분... 저 앞에 류잔소 민슈쿠가 보인다.

맘 같아서는 오늘 일정은 이곳에서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ㅠㅠ

그러나 가난한 여행자로써는 헝그리 정신으로 기쿠야 젠콘야도까지 가야한다.

다카하시상은 어디까지 가고 있을까?
그의 모습이 멀어지더니....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한시간 남짓 더 걷다가 오헨로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미 22번 절까지 제 시간에 가기는 틀렸기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
좀 쉬기로 했다.

휴게소 안에 노트를 펼쳐보니 오늘 나보다 일찍 지나간 A상의 흔적이 보였다.

역시 나보다 앞질러서 열심히 가고 있는 모양이다.



집 앞을 지키고 있는 무서운 허수아비의 모습에 등골이 오싹~
과연 저 집에 누가 살기는 하는 걸까????



한참 가고 있는데 내 뒤에서 다카하시상이 오는 모습이 보였다.

헉...!!! 어찌 된거지?
분명 나보다 훨씬 앞질러 갔었는데...!!!

"다카하시상~ 어떻게 된거예요???"

"ㅎㅎㅎ 열심히 걷다보니 이정표를 놓친거야.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이상해서 되돌아 오는 길이야.
역시... 나도 5시까지는 무리겠어. ^^a"

다카하시상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또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기만 한 나... ^^a



밭 근처에 오헨로상들을 위한 식수와 의자가 있었다.

그나저나 세수를 오랫동안 안한 듯한 무서운 마네킹 모습에...
앉아서 쉬기가 두려웠다. ^^;;



다카하시상은 또다시 보이지 않는다.

오후가 되면서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내가 다카하시상의 페이스를
맞추기는 무리였다.

역시 내 체력으로는 24~26km까지가 제일 적당한 것은 아닐까???

여지껏 걸을 거리 중에서도 가장 긴 32km...
거기다 산길이 많은 길을 너무 무리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즈에(지팡이)에 기대어 겨우 한발 두발 내 딛는 나의 모습이 마치 패장병처럼
불쌍하기만 하다. ㅠㅠ



6시 15분이 되어서야 저 멀리 22번 절 뵤도지가 보인다.

쥐새끼 한마리도 지나가지 않을 것 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그런데 어라... 오른쪽에 앉아서 터벅 터벅 걸어오고 있는 나의 모습을
사진기로 찍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다카하시상이었다. ^^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너무 기뻐 한걸음에
그에게로 달려갔다.

"어떻게 된거예요???"

"축하해~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네. ^^"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응.. ^^"

고마움에 눈물이 흐른다.



"희상...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기념 사진 찍어야지~"

"네.. *^^*"

해냈다는 마음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다카하시상은 이제 어떻게 할거예요?"

"일단 희상이 오늘 묵을 젠콘야도 같이 찾아 보고 민슈쿠에 전화해서
차로 와 달라고 할거야."

"아... 민슈쿠가 먼 곳에 있는 거예요?"

"응... 전화 하면 이곳까지 데리러 왔다가 내일 다시 이곳까지 데려다
주신다고 했어."

어제 시마상이 그려준 지도를 참고해서 기쿠야 젠콘야도를 찾기 시작했다.



키쿠야 젠콘야도에 도착하니 나보다 먼저 도착한 남자 오헨로상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까 21번 절 산문을 지나 갈때 커다란 배낭을 메고 지나갔던
그 남자분이었다.



키쿠야 젠콘야도는 이불도 있고 간단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게 가스렌지도
있고 뒷편에는 목욕이며 빨래도 가능했다.

그러나 방은 하나이다.

남녀가 구분이 되어 있지 않다.

다카하시상이 이곳에서 함께 잔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는 민슈쿠에 예약을
해 놓은 상태이고 나이가 있다보니 편한 곳에서 자지 않으면 일정을
소화해 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렇다고 처음 본 남자와 둘이 이 공간을 사용하려니 조금 어색했다.

다카하시상도 조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사실 츠야도(절의 무료 숙박형태)나 젠콘야도에서 이렇게 방이 하나인
경우는 무슨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남자가 먼저오면 그날은 남자들이
사용하고 여자가 먼저 오면 그날은 여자가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카하시상이 걱정스런 얼굴로...
"희상 괜찮겠어?"

"뭐... 괜찮을거예요. ^^;;"

"일단 키쿠야 젠콘야도 주인 아저씨를 만나러 가자."

"네~"



키쿠야 젠콘야도 주인 아저씨는 근처에서 잡화점을 하고 계신다.

키쿠야 젠콘야도를 사용하려면 제일 먼저 온 사람이 이곳에서 열쇠를
받아 가면 된다.

물론 다음에 온 사람들도 이곳에 허락을 구하고 이용하는 것이 예의이다.

키쿠야 젠콘야도 아저씨를 만나서 다카하시상이 사정 이야기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 여성은 한국에서 온 여성인데 오늘 키쿠야 젠콘야도에서
신세를 졌으면 하는데요.
문제는 젊은 남자 한명이라 좀 걱정이 되네요.
같이 묵어도 괜찮을지 말이예요."

"음... 그래요?
좀 불안하기는 하네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라고 한 뒤 어딘가로 전화를 한 뒤 내 사정을 이야기 하는 듯 싶었다.

전화를 끊고 나더니...
"키쿠야 젠콘야도 말로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죠.
안내해 줄 분이 오실거예요."

"희상!!! 잘 됐다 그치? ^^"

"네.. ^^;;"

키쿠야 젠콘야도로 가서 조금 기다리니 키가 작고 마른 나이든 어르신이
오토바이를 몰고 오셨다.

"이런! 가방이 커서 같이 타고 가기도 그렇고...
음... 일단 내가 가방을 메고 먼저 숙소로 갈테니 아가씨는 22번절
뵤도지까지 걸어 오고 있어요."

"아...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내 가방을 간신히 메고...(무지 큰 가방이라 힘들어 하셨다. ^^a)
먼저 사라지시고 다카하시상이랑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22번절 뵤도지로 향했다.



다시 향한 뵤도지는 금새 어둠으로 앞이 잘 보이지가 않았다.

캄캄한 도로를 걷자니 조금 겁이 났다.

그 순간 저 앞에 오토바이를 타고 할아버지가 다시 오신다.

"자... 천천히 따라오라고~"

"네.. ^^;"

아저씨를 따라 뵤도지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다 어떤 집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거실에 가득한 잡동사니를 지나 방에 들어가니 나름 깨끗한 방이
나를 맞아 주었다.

이불도 있고 벽에 붙어 있는 미키 마우스가 나름 방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었다.

이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지만 왠지 올라가면 안될 것 같아
궁금하지만 끝까지 올라가 보지는 않았다.

방에 들어서자 할아버지께서는...

"세탁할 것은 있는감?"

"아니요. 없어요. ^^;"

"이불은 여기에 있고 커피 포트도 있으니께.. 차나 라면 같은 것
있으면 끊여 먹고...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 커텐은 꼭 치고 자고..."

"아... 네.. ^^;"

몸이 천근 만근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내 모습을 본 할아버지께서...
직접 이불을 깔아 주시고 커피 포트에 물을 담아 스위치를 켜주셨다.

"아니예요. 제가 할 수 있어요."라고 했지만...
아저씨는 괜찮다며 손수 잠자리를 준비해 주셨다.

"저녁은 어떻게 할걸감?"

"주먹밥이 있어요. ^^"

"주먹밥으로 쓰겠남...
날씨도 추운데 따뜻한 것을 먹어야 할꺼구먼!!!!"

"괜찮아요. ^^;;;"

"몸도 안 좋은것 같은데 목욕해야제?"
하며 욕실을 안내해 주더니 물도 손수 틀어 놓고 가신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할아버지가 하시는 일본어는 반은 못 알아 들었다.
사투리가 어찌나 심하던지.. ㅠㅠ
그저 하는 말투랑 대충 눈치로 짐작하는 수준이었다.

"스시는 먹을 줄 아는감?"

"아.. 네.. ^^;;"

"알았구먼~"
하시더니 사라지신다.

어쩌지...? 완전히 가신건가???
또 오시겠다는 건가...?

몇분을 기다려도 안 오시길래 그냥 가셨나보다 생각하며
목욕을 하기로 했다.



거실 뒤편이자... 욕실 입구 앞에는 화장실 변기가 있다. ^^;
대략 난감...!!!

안을 열어보니 푸세식이다. ^^;;;
거기다 응가 하다가 누군가가 들어오면 정면으로 난처한 사항이
벌어지는 장소이다. ^^;;

정면에 작은 칸막이만 있고... 독특한 생활공간이다. ^^a



바닥이 그리 깨끗한 편은 아니였지만 탕속은 나름 크고 좋다.

뜨거운 몸에 몸을 담그니 모든 세포들이 아우성을 치며 좋아라 한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느긋히 몸을 담그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허걱... 누가 들어온 거지? --;;;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밖에서 할아버지가 나를 찾는다.

"어디 있는겨?"

"아.. 저 목욕하고 있어요."

아 어쩌지... 혹시 욕실문을 여는 것은 아니겠지?
완전 긴장된 순간이었다.

"씻고 푹 자고 내일 보자고~"하시며 다시 현관문을 닫고 나가시는
소리가 들렸다.

휴~~~~~~~~~~~~~~~~~~~~~~~~~~~~~~~!!!!!
그제서야 긴장감이 풀렸다.



목욕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오니 방 바닥에 왠 물건이 담긴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봉지안을 열어보니 이럴수가... ㅠㅠ

김치라면이랑 연어삼각김밥, 명란삼각김밥이 하나씩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깐 일부러 김치라면을 사다 주신거다.
그 따뜻한 마음이 보여... 순시간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말 닭똥같은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이렇게 잘 공간을 내어 주신것만 해도 감사한데...
이불도 깔아주시고... 커피포트도 끓여주시고...
목욕물도 받아 주시고... 거기다 저녁까지... ㅠㅠ

낯선 땅에서의 뜨거운 밤이다.

어느때보다 힘들었던 날이었는데 따뜻한 마음 하나로 어느덧 치유됨을 느낀다.

가방에 있던 주먹밥 하나는 돌처럼 딱딱해져 있어서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할아버지께서 어찌 아시고 삼각김밥까지 사다 주신걸까...?

연어 초밥은 내일 아침으로 먹기로 하고...
김치사발면과 명란삼각김밥을 눈물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방안을 둘러보니 테이블 위에는 세계 각국의 동전이 들어 있는
봉지도 있었다.

한국 돈이 있었으면 기념으로 넣어 놓고 갔음 좋았을텐데 아쉽기만 하다.

이곳에 놓여져 있는 노트에 오늘의 감사함을 듬북담아 적어 놓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할아버지께서 이불 안에 조그만한 열기구까지 넣어주셔서 어느날 보다도
따뜻한 잠자리였다.

잠을 자기위해 불을 끄고 누었는데.... 갑자기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일본 핸드폰 번호인데... 누굴까???하고 받아보니 A씨였다.

"희상... 어디야?"

"뵤도지 옆에 있는 젠콘야도요."

"정말...???!!! 뵤도지까지 왔다고!!!"

"네!"

"자동차 타지 않고 걸어서 왔단 말야?"

A씨가 무척 놀랜 눈치였다.
그도 지금 뵤도지 바로 옆 민슈쿠란다.

"네. 당연하죠~!"

"음.. 이제 그래도 잘 걷나보네.
그나저나 몇일 전 17번 이도지를 지나서 갈때...
왜 나를 보고 다른 길로 간거야?"

"본인 때문에 다른 길로 간거 아니예요.
내가 간 쪽에도 마크가 있었다고요."

"희상과 헤어지고 나서 바로 앞에서 아가타상을 만났는데 무척 걱정하던걸.."

"아.. 그랬어요?"

"그나저나 희상 내일은 어디서 묵을 생각이야?"

"23번절 야쿠오지까지 간 뒤 하시모토 젠콘야도에서 묵으려고요."

"거기는 절대 가지마!!!! 소문이 안좋다고!!!"

"무슨 말이예요?? 그곳에 다녀온 여성분이 쓴 책을 보니 엄청 좋은 분이라고
써 있었단 말이예요."

"그러니깐 그런 것을 무턱대고 믿으면 안돼!!!
오헨로들 사이에서 소문이 안좋다고."

"뭐가 그렇게 안 좋은 건데요???"

"하시모토상이 거기에 묵은 여성에게 성추행을 해서 그 여자분이 울면서
그곳을 나왔다고 해."

"에... 정말요?
그렇지만 내가 본 책에서 그녀도 혼자 그곳에 묵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 여자분은 그분에 칭찬이 엄청났는데..."

"넌 왜 이렇게 고집이 세니?
그건 몇년전에 이야기고... 내가 말하는 것은 최근의 이야기라고!!!
아무튼 절대 그곳에 묵지마 알았지?"

"알았어요... --;;;"

전화를 끊고 나니 또 마음이 심난하다.

시코쿠에 관해 최초의 책인 <일생에 한번은 순례 여행을 떠나라>라는 책에서
경민선님은 그분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한 글이 가득했는데...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남 참견 하는 것을 싫어하는 A씨가 이렇게 전화까지 해서 가지
말라고 하니 그 성의를 봐서라도 가지 말아야 하는건지...
아니면 내 눈으로 정말 확인해 봐야하는 건지...?

아... 머리속이 복잡하다. --;;;

몸도 피곤한데... 머리속까지 어지럽게 하다니...
오늘도 숙면을 취하기는 힘들 듯 싶었다. ㅠㅠ

하시모토상은 이번 여행에서 만나보고 싶는 분중 한분이였는데....
이를 어쩌면 좋을까?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지는 밤이었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엔 X 2 = 600엔 / 엽서(10장) 500엔

당일총액 : 1,100엔


일일 도보거리 : 32km
후나노사토 민슈쿠 ~ 20번 가쿠린지 ~ 21번 다이류지 ~
22번 뵤도지 ~ 기쿠야 젠콘야도




무단 도용 및 링크, 리터칭을 통한 재배포 등은 절대 금합니다.
(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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