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38일째] 코보대사의 탄생의 땅에 들어서다.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70)>


- 코보대사의 탄생의 땅에 들어서다. -


2010. 5. 1. 토요일 / 맑음 (38일째)

4시에 일어나 4시 50분에 출발한다.



5월이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노숙은 춥다. ㅠㅠ
그도 그럴것이 노숙을 할수 있는 장비 부실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침낭도 없이 이게 왠 고생인지... ㅠㅠ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바라보며 걸을 때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



한국에서라면 지금쯤 꿈나라를 한창 헤메고 있을 시간인데...
시코쿠에 와서 참 많이 변했다.



6시에 70번절 모토야마지에 도착하였다.



이른 시간이라 납경소는 문이 닫혀 있다.
1시간 정도 경내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야 할 듯~



모토야마지는 시코쿠 영지중에서 유일하게 마두관음보살을 본존으로
모시고 있다.





시간이 많은 관계로 이곳 저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며 보냈다.



그리고 아침으로 빵과 커피를 츄상과 함께 나눠 먹으며 납경시간을
기다렸다가 7시 땡~치자 마자 받고 다음 절로 향한다.



아침 일찍 운동 나온 어르신들~



모토야마지에서 다음 절까지는 11.3km 걸어야 한다.



다이시도에서 잠시 쉬다 다시 걷는다.



71번절 근처에 있는 후레아이파크 미노~

이곳의 온천이 무척 좋긴 한데... 엄청나게 비싸니 잘 생각하고 가시길... ^^a



10시 10분 71번절 이야다니지 산문에 도착하였다.

산문에서부터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관계로 산문 옆에 가방을 놓고 올라갔다.



산문에서 펼쳐지는 계단은 시작에 불과하다... ㅠㅠ





심호흡 한번 제대로 하고 다리에 힘을 주며 열심히 올라간다.

오가는 사람들끼리 수고한다는 인사말이 저절로 오고 갈 정도이다.



해발 382m의 이야다니산은 사망자의 영혼이 가는 산이라고 한다.



이야다니산의 바위에는 코보 대사가 새겼다는 부처들이 많이 남아 있다.



본당에 갔다가 다시 대사당으로 향한다.



대사당은 사자가 입을 벌린 것 같은 동굴로서 <사자의 돌집>으로 불리우고
있으며 불상이 안치되어 있다.



안에 들어갈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본당에서 나와 바라본 풍경들~





가기전 기념 사진을 열심히 찍고 출발한다. ㅋㅋ



다음절로 향하기 위해 산길에 들어섰는데 자전거 순례자가 자전거를
끌며 산길을 넘어가고 있다. ^^a



아마도 산길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지...?



분위기 있는 휴게소~



12시 72번절 만다라지에 도착하였다.



만다라지는 코보대사의 선조인 사이키가의 절로써 건립되었다.



처음에는 요자카지로 불리었다가 후에 코보대사가 당에서 돌아와
이 절을 방문해 금강계와 태장계의 만다라를 안치하고 본존으로
대일여래를 모시고 당을 건립하면서 절의 이름을 만다라지로 고쳤다.



이곳은 코보대사의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이라고 한다.



72번절에서 73번 절로 간다음 다시 74번절로 가는 길이 72번절로 돌아와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72번절에 가방을 놓고 73번절로 향한다.



10분정도 걷고 나니 73번절 슛샤카지의 산문이 눈에 들어왔다.



아담한 절인데 사실 이곳에 대한 전설을 제대로 느끼려면 가하이산
정상에 있는 샤신가다케젠죠에 들려보는 것이 좋다.



샤신가다케젠죠 정상에 가면 필사악(죽을 결심으로 몸을 바치는 봉오리)이 있다.

코우보대사가 7살때 그곳에 올라가 "장래에 불교에 입문해서 부처의 가르침으로
많은 사람을 구하고 싶습니다. 이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석가여래께서 내 앞에
나타내주시고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몸을 부처님께 공양합니다."라고
기도하며 절벽에서 뛰어 몸을 던졌는데 그때 연꽃에 앉은 석가여래의 모습이
나타났고 선녀가 날아와 코보대사의 몸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훗날 이곳에 당을 세워 슛샤키지로 명했다고 한다.



전설이 너무나 멋진 곳이라 힘들더라도 샤신가다케젠죠에 다녀오고 싶었는데
츄상 말로는 적어도 왕복 3시간은 족히 걸린다며 사양한다. --;;;



그리고 오늘 묵을 75번절 근처 젠콘야도는 여자가 먼저 오면 여자만 잘수
있고 남자가 먼저 오면 남자만 묵을 수 있는 곳이라 그곳에 갔다 왔다가는
오늘 묵을 예정인 곳에서 잘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만 했다.



다시 72번절로 향해서 가방을 메고 74번절로 향하기로 한다.



1시 20분 74번절 고야마지에 도착하였다.



이 부근은 코보대사의 고향으로 어렸을 때 놀았던 장소라고 한다.



코보대사는 고야마의 산기슭에서 비샤몬텐의 화신인 노인을 만나
"이 땅에 절을 건립하면 그 절은 내가 언제까지나 수호할 것이다"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 후 821년에 <만노이케>의 수축을 지휘하고 천황이 보재준 보장금의
일부로 절을 지었다고 한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절인 젠츠지로 향하기로 한다.

오늘의 숙소 걱정때문에 점심도 굶고 진짜 열심히 걷는다. ㅠㅠ



2시 10분 젠츠지에 도착하였다.

츄상이 경내를 둘러보기 전에 우선 슈쿠보 사무실로 가서 젠콘야도에
묵을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라고 한다.

"3시부터 가능하다면서 지금 가도 되는거야???"

"일단 가서 물어봐~"

75번절 근처의 미스 다케모토상의 젠콘야도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외국인인 경우 여권을 보여주면 된다.



여권을 복사하고 주소랑 이름을 적은 뒤 지도와 열쇠를 받았다.

그리고 3시 이후에 입실이 가능하니 그때 사용하라고 한다. ^^



밖으로 나오니 츄상이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되었어?"

"응 다행히 먼저 온 남자가 없어서 오늘은 여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어. ^^"

"잘 되었네."



그리고 천천히 젠츠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은 코보대사가 태어난 곳이다 보니 젠츠지의 규모도 어마 어마 할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늘 가득한 곳이다.





코보대사의 일화가 담긴 그림들~



한쪽에 운펜지처럼 불상이 가득하다.

애교있는 잉크를 날리고 잇는 불상~ ^^



5층탑의 내부를 보기 위해 들어갔다.
입장료는 300엔~

츄상은 안들어 간다고 해서 카메라를 맡기고 내부 구경을 했다.



예쁘게 찍어달라고 했더만 마구 흔들려 버린 사진...ㅠㅠ



대사당 안에는 수행의 하나로 여겨지는 가이단 메구리를 체험 하였다.
입장료 500엔~ 역시 츄상은 흥미가 없어 보여 혼자만 들어갔다.

앞이 보이지 않은 어두운 지하를 약 100m정도 걷게 되는데 악행이 있는
자는 나올 수 없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무사히 탈출했다. ^^;;



3시 15분 미스 다케모토상의 젠콘야도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 보니 커다란 집에 아무도 없다.



오래된 전화기가 있는데 츄상의 말로는 이곳에 도착하면 미스 다케모토상에게
전화를 해야한다고 해서 전화를 했더니 전화기 저편에 응답기가 나온다.

그냥 그곳에 메세지를 남기면 된다고 해서 한국에서 온 희라고 하는데
오늘 이곳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말만 남겼다.



산문에서 볼수 있는 인왕상이 이곳에도 출입문 옆에 조각되어 있다.



커다란 부엌~
이곳에서 요리를 해서 먹을 수도 있지만 그냥 밖에 나가서 츄상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미스 다케모토상의 아버님~



이곳에 전에 방문 한적 있는 경민선씨가 본인의 책을 이곳에 보낸 모양이다. ^^

사실 이 책을 보고 미스 다케모토상을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만날 수
있으려나????

츄상말로는 저녁에 고양이 밥을 주러 오신다고 하니 그때를 기다려야 할듯~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준비중이란 팻말이 붙어 있는
곳이 많아서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최근에 개업을 했는지 타코야끼 노래가 연신 흘러 나오면서 우리를
유혹 했던 곳이다. ^^



타코야끼와 오코노미야끼, 그리고 야끼소바까지 골고루 시키코 맥주도
1병 시켜서 먹으며 아가타상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희상 잘 지내지? 노숙은 할만 해?"

"다른건 괜찮은데.... 머리를 삼일째 못 감아서 미칠 지경이예요. ㅠㅠ"

"ㅎㅎㅎ 그렇구나...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깐 힘내고 오사카에서 만나서
시원한 맥주 마시자고.. ^^"

"네..."

그렇다... 밤마다 추운것도 추운것이지만....
더 미치겠는 것이... 머리를 감지 못하는 것이다.

남자와는 달리 긴 머리카락이라... 땀범벅이 된 머리를 삼일씩 못 감고
있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ㅠㅠ

노숙이란 것을 시코쿠에서 처음 해보니... 그럴만도 하다. ㅠㅠ

그때 아가타상과 나의 이야기를 들은 다코야끼 주인 아저씨께서
자신의 가게 안에 있느 방에 목욕탕이 있으니 사용하겠냐고 물으신다.

"에...? 정말요. 그럴수만 있다면 저야 정말 감사하죠!!!"

젠콘야도에 가서 수건이랑 세면도구를 챙겨들고 와서 아저씨 가게
안에 있는 목욕탕에서 오랫만에 목욕을 할수 있게 되었다. ^^b



뽀송 뽀송한 모습으로 변신된 희야.. ^^

아저씨께서는 전에 비가 많이 오는 날 잠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헤메는
오헨로상을 자신의 집에서 재워 준 적도 있다고 하신다.

맘이 정말 따뜻한 분이 아닐수 없다. ^^b

츄상은 오늘도 노숙을 한다!!

남녀가 같이 묵을 수 없는 곳이다보니... 어쩔수가 없다. ㅠㅠ

미안한 마음에 저녁은 내가 오셋다이로 쐈는데...
아저씨께서 맥주 값은 오셋다이로 해 주셨다.

여러모로 신세를 많이 진 곳이 아닌가 싶다.

숙소에 돌아가 혼자 책을 읽으며 잠자리를 준비하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다름 아닌 미스 다케모토상이었다.

삶은 계란과 귤을 들고 오셔서는 오셋다이라고 전해 주셨다.



저 책에서 본적이 있다며 기념촬영을 부탁드렸더니 젊은 사람이 찍어야지...
늙은 사람 모습 찍어서 뭘 하려고 그러냐면서도 응해주셨다. ^^



그리고 나서는 나의 사진도 찍어 주셨다. ^^

기념품으로 갖고 온 선물을 드렸더니 너무나 좋아하시며 받아 주셨다.

나보고 간단한 한국어를 알려달라고 하셔서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를 알려드리니 열심히 따라하신다.

기회가 되면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하신다.



다케모토상께서 키우시는 고양이.. ^^

고양이 밥을 챙겨주시고서는 다케모토상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셨다.

사실 지금이 일본은 골드위크 기간이라 숙소 잡기가 힘든데...
그래도 노숙과 젠콘야도 덕분에 하루 하루 숙소 걱정없이 잘 지내게
된 것 같다. ^^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커피 2개 240엔 / 녹차 120엔 핸드폰 / 악세사리 500엔
입장료 300엔 + 500엔 =800엔
저녁 타코야끼외 1,260엔
납경료 300 x 6 = 1,800엔

당일총액 : 4,720엔


일일 도보거리 : 28km
고토히키 휴게소 근처 ~ 70번절 모토야마지 ~ 71번절 이야다니지 ~ 72번절 만다라지
~ 73번절 슛샤카지 ~ 74번절 고야마지 ~ 75번절 젠츠지 ~ 미스 다케모토 젠콘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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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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