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가타상은 가방을 갖고 갈테니 납경장이랑 꼭 필요한 물건은 자기에게 주고 나는 카메라 가방만 간단하게 들고 가라고 한다.
오늘도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깊다.
자신의 짐은 자신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괜찮다고 했지만 자꾸 그렇게 하라고 해서 별수없이 고마운 마음을 감사하게 받았다.
그래서 납경장과 오늘 혹시 비가 올지 모르겠다고 해서 우비랑 민슈쿠 주인 아주머니가 준비해 주신 간단한 점심은 모두 아가타상의 가방에 넣어 주셨다.
6시 30분 아침식사를 했다.
칼칼한 입맛이 느껴지는 아침은 생달걀을 밥에다 비벼 먹으면 술술 들어간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절대로 먹지를 않는데... ^^a 일본만 오면 일본식으로 저절로 먹어지니 참 착한 입맛이다.
7시에 민슈쿠에서 나왔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민슈쿠에서 요코미네지로 가는 방법을 적은 종이를 주셔서 아가타상이 보고 길을 찾아 갔다.
나는 정말 가벼운 몸인데 아가타상은 늘 메던 가방을 메고 가는 모습에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아가타상도 평소에 넣고 다녔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모두 빼서 숙소에 놓아 두고 오늘 필요한 물건만 가방에 넣어져 있다.
우리보다 앞에서 걷고 있는 빨간 옷을 입은 오헨로상이 있었다.
아가타상이 갑자기 앞에 사람을 보더니 나보고 나이가 몇정도 되어 보이는지 내기를 하자고 한다.
비슷하게 맞춘 사람이 오늘 저녁에 먹을 맥주 값을 내기로 하고...
아가타상은 40대 안쪽일 것 같다고 하고... 난 50대일 것 같다고 했는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어 봤는데... 내가 말한 나이가 비슷했다. 아싸~!!!
덕분에 오늘 또 공짜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헤~
여러가지 길이 있어서 잠시 지도를 보고 확인한 후 간이 표지판을 보고 다시 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반 정도 올라 왔을때 기념 사진을 찍었다.
오르막길을 바로 올라왔더니 두 볼이 빨갛다. ^^a
오늘은 커다란 배낭이 없어서 매번 가방에 메달고 다녔던 오헨로상 모자도 쓸수 있어서 더욱 순례자 분위기가 난다. ^^v
산속을 걷고 있는 아가타상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 같다.
힘들때마다 응원을 해주는 헨로 표지판~!!!
벚꽃 아래를 거닐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꽃처럼 참 예쁘다.
보살님 옆에 해맑게 웃고 있는 귀여운 녀석~! ^^b
10시에 60번 절 요코미네지[橫峰寺]에 도착하였다.
산을 내려가는 길로 돌라 왔기때문에 산문이 없는 쪽으로 먼저 들어섰다.
일본에는 산 그자체로 신앙이 된 산악신앙이 있었는데, 요코미네지는 이시즈치신사[石鎚神社]의 부속 사찰이 되었다가 1909년 이시즈치신사로 부터 분리, 독립하였다.
서부 일본의 최고봉이라는 이시즈치산[石鎚山-해발 1,982m]의 중봉인 해발 7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 절도 헨로고로가시로 불리우는 절 중 하나이지만 가방을 메지 않고 올라와서 그런지 좀 수월하게 도착한 샘이다.
절도 컸지만 납경소도 엄청 크고 화장실로 무척 깨끗하다.
납경소에서 혹시 이곳에 먹을 물이 있냐고 물어보니 납경소 앞에 나오는 생수가 몸에 좋다고 꼭 먹어 보라고 하신다.
정말 마셔보니 맛이 넘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물을 마시고 갔다.
민슈쿠 아주머니께서 챙겨주신 점심~
그것을 가지고 사람 얼굴을 만들어보니 아주머니의 잔잔한 미소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시계를 보니 아침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10시 30분 이지만... 그냥 먹기로 했다. ^^a
이분은 어제 61번절에서 잠깐 만난 적이 있는 분이다. 어제는 61번절 슈쿠보에서 묵으셨는데 어제 만났을 때 우리가 묵는 숙소가 싸다고 알려 드렸더니 오늘은 우리와 같은 곳에 예약을 했다고 한다.
61번 슈쿠보는 어땠냐고 물었더니 완전 비싸기만 하고 별로 였다고 한다.
암튼 이따 저녁에 보자고 하면서 헤어졌다.
아가타상이 시간도 넉넉하니깐 이 위에 있는 호시가모리에 가보지 않겠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호시가모리는 요코미네지에서 10분정도 더 위로 올라가야 있다.
요코미네지 산문이다. 우리가 59번절에서 올라왔다면 이곳으로 먼저 들어왔을 것이다.
호시가모리로 가기 위해 산문으로 빠져나와 위로 향했다.
이곳은 59번절에서 부터 걸어오는 순례자들이 오는 길~
이곳이 바로 코보대사가 수행했다고 전해져 오는 호시가모리다.
난 지도에 절 표시가 있어서 뭔가 건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담한 공터에 코보대사의 모습과 돌더미 동굴과 낭떠러지 부근에 도리이 (신사 입구에 세워 두는 두 기둥의 문)가 덩그러니 있다.
그러나 그 곳에 서서 바라본 절경이 너무나 멋지다.
일본 서북지역의 최고봉이자 백대명산에 속하는 이시즈치산의 웅장한 모습이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요코미네지에 오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꼭 한번 와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 다시 내려가 산문을 통과해 아까 우리가 처음 들어 온 뒷쪽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 내려갔다.
산에서 발견한 고사리다. ^^
늘 시장에서만 봤지 산에서 이렇게 자라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
마치 음표를 달고 노래를 하듯 자라고 있는 녀석이 무척이나 신기하고 예뻤다.
산을 거의 내려와서 만난 공사장~
산을 깎아낸 모습이 왜이리 맘이 아플까... ㅠㅠ
매케한 먼지들이 엄청 날아와 입을 틀어 막고 도망가듯 뛰어서 지나갔다.
어떤 집앞에 커다란 선인장을 보고 완전 놀랬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큰 선인장을 키우는 것일까??? ^^a
내 얼굴보다도 훨씬 크다.
숙소로 가기전 시간이 이른 관계로 내일 어차피 지나가는 길에 있는 절이지만 오늘 먼저 가서 납경을 받기로 하고 63번절로 향했다.
2시 41분 63번절 기치죠지[吉祥寺]에 도착하였다.
산문 앞의 코끼리 두마리가 무척이나 인상 깊다.
기치죠지를 가는 길에 예전에 구모모 민슈쿠에서 함께 묵은 적이 있는 마츠무라상을 만나서 함께 산문에 들어서게 되었다.
시코쿠 88개의 사찰 중에서 사천왕 중 하나인 비사문천[毘沙聞天]을 본존으로 하는 유일한 절이다.
코보대사가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목이 말라 마침 지나가는 할머니가 가득 채워진 물통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물을 좀 마실 수 있게 부탁을 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기분 좋게 물을 드렸고 목마름을 달랜 코보대사는 할머니께서 매일 멀리까지 가서 물을 길어다 쓰는 것을 알고 물을 먹은 답례라하여 땅에다 나뭇가지를 꽂고 주문을 외며 맑고 깨끗한 물이 솟아 나오도록 했다.
이 물은 이 지방 사람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 주었고 이 물을 솟아나게 한 영목을 잘라 코보 대사가 직접 비사문천을 조각해 본존으로 했기 때문에 농가로 부터 이곳에 관한 신앙이 더욱 두텁다.
남녀 커플 순례자가 블랙&화이트로 순례복을 입었는데 포스가 장난 아니다. ^^b
경내에는 둥근 구멍이 뚫린 성취석이 있는데 본당 앞에서부터 눈을 감고 걸으며 소원을 빌면서 지팡이를 구멍에 통과할 수 있으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한다.
그래서 아가타상이 먼저 시범을 보였는데 안타깝게도 실패를 했다.
다음으로 내가 했는데... 짜자잔~~~!!! 지팡이가 구멍을 통과했다.
처음에는 무척 놀래던 아가타상이... "희상 혹시 살짝 눈 뜬것 아니지?"라고 물었다.
걷다가 무서워서 한번 살짝 뜬 것이 들통났다. ㅋㅋ
그런 우리 둘의 모습을 보고 마츠무라상도 마구 웃었다.
3시 45분 다시 숙소에 도착하였다.
집 밖에 도자기 작품들은 모두 주인 아주머니께서 만든 작품들이다.
문 앞에 있는 물통에 들은 물로 코보대사의 분신인 즈에를 정성스럽게 닦고 들어갔다.
그리고 츠에를 꽂아 놓는 곳에 넣어 두었다.
여기 도자기 작품도 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만든 것이다.
입구 오른쪽은 화장실이 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과자와 녹차를 내 주셨다.
아가타상은 방에 들어와 앉자마자 내 즈에를 갖고 오라고 하더니 즈에 덮개가 다시 빠져서 도망가지 않게 끊으로 단단히 묶어 주셨다.
정말 날 딸처럼 살뜰이 챙겨주신다. ^^b
그나저나 천사 같은 아가타상이 처음 화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오늘 우리가 알려줘서 이곳에 묵게 된 오헨로상 때문이다.
어쩐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 분이 아가타상과 함께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분명 어제 자동차로 순례하는 부부가 갔으니깐 그분들이 쓴 방을 주인 아주머니께서 주셔야 할텐데 아가타상과 같이 방을 쓰라고 한 것이다.
문제는 같이 방을 쓰라고 한 것 때문이 아니라... 우리보다 먼저 숙소에 도착해서 씻고 빨래를 한 그 분이 온 방에 본인의 빨래를 몽땅 걸어 놓아서 아가타상이 빨래를 돌리면 걸어 놓을 곳이 없을 정도로 해 놓았다는 점이다.
아가타상의 인상이 안 좋아지더니, 결국은 빨래를 하지 않으셨다. 아가타상이 화내는 것은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다.
우리때문에 이곳에 오신분인데... 조금만 매너를 지켜 주셨으면 좋았을텐데... ㅠㅠ
오늘 저녁 메뉴다.
무척 소박했지만 맛은 좋았다.
내가 아가타상에게 살짝... 왜 저분이 아가타상이랑 같은 방에서 자는지 물어보니 아가타상도 모르겠다고 한다.
방이 없으면 모르지만.... 있는데... 정말 왜 그렇게 하신건지 정말 궁금하다. --;;
아가타상이 본인때문에 맘 상한 것도 모르고 환하게 웃고 계신 아저씨.. --;;
내일은 초반에는 같이 걷지만 중간에 나는 츄상과 만나서 츄상이 말해준 젠콘야도에서 묵을 예정이고 아가타상은 나보다 더 많이 걸어서 다른 숙소에서 묵으신다.
어쩌면 시코쿠에서 같이 보내는 마지막 밤인 것이다.
아까 내기에서 진 것을 사시겠다면... 안 좋았던 기분을 털어 내며 맛있게 식사를 하며 하셨다.
주인아주머니께서 낮에 카레를 만든 것이 좀 있다며 반찬이 모자르면 먹으라고 내 주셔서 카레도 맛을 보았다.
내일 드디어 다시 츄상을 만난다.
몸은 좀 회복했을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엔 X 2 = 600엔 유즈 민슈쿠 (식사포함) 3,900엔
* 유즈 민슈쿠는 2011년 두번째 순례때도 묵었는데 가격이 일년사이 4,700엔으로 올라 있었다. 그런데 일년 사이 아주머니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 많이 보여서, 좀 안타까웠던 곳이다. 2010년에는 추천할 만한 숙소였지만, 2011년부터는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아졌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