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34일째] 다카하시 젠콘야도 하규우안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67)>


- 다카하시 젠콘야도 하규우안 -


2010. 4. 27. 화요일 / 흐림 (34일째)

오늘도 5시에 일어나서 씻고 가방을 정리했다.



6시 15분 식사 시간~

소박한 아침으로 요기를 하고 6시 40분 민슈쿠에서 출발했다.



어제부터 비가 올 것 같더니 오늘은 본격적으로 마구 쏟아진다.

이번 순례는 비가 내내 동반하는 듯한 느낌이다.

어제 63번절은 갔다 왔기 때문에 오늘은 바로 64번절 마에가미지로 향했다.



비가 와도 순례자들은 미즈야에서 입과 손을 씻어내고 종루에 가서
종을 친다.



절은 무척 큰 편에 속하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구석 구석 시간을 들여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납경장에 묵서를 받고 나왔는데 어라 아키코상이 아닌가!!!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 함께 걷기로 했다.



한참을 걷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대형 슈퍼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
자판기에서 음료수 3개를 뽑아 하나씩 나눠주고 함께 마셨다.

오늘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헨로길 사진을 찍는 것은 포기했다.



아키코상과 아가타상~!!!

잠시 쉬고 있는데 아가타상 핸드폰으로 츄상이 전화를 했다.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한다.

또 한참을 걷다 화장실 때문에 큰 슈퍼에 들렸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오셔서는 우리들 모두에게 300엔씩 오셋다이를 주셨다.

그리고 그때 마침 지나가다 우리를 보고 우리쪽으로 온 츄상도 아주머니께서
300엔의 오셋다이를 주었다. ^^

이제 오늘 츄상과 내가 묵을 다카하시 젠콘야도로 향했다.



12시 다카하시 젠콘야도인 하규우안에 도착하였다.

츄상이 우리를 집 안쪽으로 안내해 다카하시상을 소개 시켜 주었다.



아가타상, 다카하시상, 츄상~



아키코상, 나, 다카하시상, 츄상~



다카하시상은 내가 시코쿠에서 유일하게 어머니라고 부르는 분이다.

시코쿠의 많은 사람들에게 어머니로 불리우는 맘씨 좋은 분이시다.



이 방은 오늘 내가 묵을 방이다. ^^

저기 다다미에 이불을 깔고 잔다.



그리고 다다미 옆에 테이블 의자에서 츄상이 잔다.

오늘 이곳에 묵는 손님이 많아서 둘이 함께 사용해 달라고 하셨다.



책장에 수많은 책들이 빼곡하다.



여기는 응접실~



그리고 여기가 원래 오헨로상들이 사용하는 젠콘야도다.

창고에 이렇게 개조해서 3명정도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나는 특별히 밖에 있는 젠콘야도가 아닌 다카하시상 집 방에서 자게 된 것이다.

어머님께서 특별히 예뻐하는 사람들은 안에서 자게 해 주신다. 헤~ ^^v

시간을 보니 12시다.

다카하시상이 요 근처 호카호카벤토에서 오헨로상들에게 도시락을 무료로
제공하니깐 가서 도시락을 받아서 식사를 하라고 하셨다.

츄상의 안내로 호카호카벤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본에서 자주 볼수 있는 도시락 체인점이다.
그러나 모든 체인점에서 이런 오셋다이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만 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곳과 다카하시상 젠콘야도는 서로 다른 주인이다.

도시락은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사메후다를 건내주면 그곳에서
알아서 정해서 주신다.



다시 하기우안에 돌아와 도시락을 열어보니 생선까스 도시락이었다.

사실 생선은 사시미로 되어 있는 것 이외에는 잘 안먹는데...
헝그리 정신으로 맛있게 먹었다.

생각외로 비린 맛도 없고 꽤 맛이 좋았다.



다들 따뜻한 점심은 오랜만이라며 한껏 들떠서 도시락을 먹었다.

맨날 차가운 주먹밥으로 점심을 때울 때가 많다보니 정말 감격스러운
점심이다.



츄상은 별로 배가 고프지 않다고 도시락을 받아 오지 않았다.




남들 열심히 먹을 때 기념 사진 찍느라고 여념이 없는 희야.. ^^a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차와 과자도 내 주셨다.

"아가타상 비도 많이 오는데 그냥 여기서 같이 묵고 가면 안돼요?"

"안돼. 나는 내 일정에 따라야지...
넘 섭섭해 하지말고... 오사카에서 보자고...!! 알았지?"

"네...!!" ㅠㅠ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지는 것이 서운해 나도 모르게
발목을 잡으려 했다.



식사를 마치고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 그들을 어머니님께서 따뜻한 손으로 꼭 잡아 주며 배웅해 주셨다.



어머님께 고개 쑥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있는 아가타상~

아가타상이 서 있는 오른쪽부분 안쪽이 창고형으로 되어 있는 젠콘야도가
있는 곳이다.



손을 흔들며 둘이 출발한다.



그런 그 둘의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계속 바라보다 집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님께 감사의 선물로 드린 곰돌이 인형을 바로 핸드폰에 달아서
보여주신다. ^^



저녁식사 먹을 때까지 어머님 방에서 몸을 녹이라고 하신다.

어머님 방에는 난로가 있어서 무척 따뜻하다.



내가 조금 풀이 죽어 있자 츄상이 나에게 선물이라고 핸드폰 고리를
선물로 주었다.

어라!!! 자세히 보니 내 이름과 시코쿠 제패라고 써 있다.

츄상의 따뜻한 마음에 너무나 기뻤다.

"희상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깐 힘내서 끝내자고. ^^"

"응!!!"



방에 앉아 있는데 안쪽에서 한 남자가 막 목욕을 한 모습으로 나와서는
할아버지 위패를 모시고 있는 곳에 앉아 반야심경을 외웠다.

알고보니 가고시마에 사는 다카시라는 남자인데 전에도 이곳에 묵은
적이 있는 듯해 보이는 오헨로상이었다.



얼굴은 잘생기고 호감형으로 생긴 사람이었다.

할머니가 키우는 야옹이 녀석 이사람의 손길에 완전 뿅간듯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어머님께서는 저녁으로 카레를 준비하고 계셨다.

뭔가 도와드릴 것이 없냐고 하니 괜찮으니 편히 쉬고 있으라고 한다.

혹시라도 목욕 하고 싶으면 목욕도 하라고 하시면서...!



다카시상이 목욕물을 준비해 주겠다고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한참 뒤에
나와서는 이제 들어가서 씻어도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목욕물을 버리지 않고 계속 여러사람이 쓰는데 뭔 준비를
한다고 들어갔다 온건지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

'이 알수없는 불간감은 뭐다냐???'

암튼 욕실로 들어가 욕조 안에 들어갔다가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바로 나와 샤워만 하고 재빨리 나왔다.



세탁기도 있었지만 세탁은 그냥 생략했다.



이사람은 오카야마에서 산다는 슈이치상이다.
다카시상과 초반에 우연히 만나서 자주 동행을 했던 모양이다.



다카시상은 어머님을 도와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5시 밖에서 묵는 오헨로상들의 저녁은 음식 그릇을 쟁반에 담아 갔다
주었고 나머지 어머님께 특별 대우를 받은 네명은 방에서 어머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건 어머님께서 무척이나 자신있어 하는 죽순요리였다.

이맘때 죽순이 무척 맛이다고 하셨는데 정말 끝내주게 맛이 좋았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요리인 카레라이스~

입안에 살살 녹을 정도로 맛있다. ^^b

'오랜 세월 역사가 만들어 낸 손맛은 이리도 다르구나...!!!"
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어머님께서는 맥주도 준비해 주셨다.

그리고 어머님도 꽤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맥주를 참 잘드셨다. ^^b



매일 매일 새로운 곳을 떠다니던 내가 마치 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따뜻한 저녁이었다.



흔들림의 압박.. --;;;

내 카메라는 다른 사람 손에만 가면 저렇게 찍힌다. ㅠㅠ



저녁 식사시간때 어머님께서 예전에 TV 다큐멘터리에 나온 모습도
비디오로 감상하였다.

오헨로를 위해 오랫동안 애써오신 모습이 넘 아름답다.

저녁을 먹고 나서 설것이는 내가 하겠다고 하며 부엌에서 설것이를 하고
있는데 다카시상이 나에게 와서는 귓속말로 속삭인다.

"희상 츄상 조심해.
어머님이 그러는데 츄상 늘 여자랑 함께 온대.
어머님이 사진도 보여줬어."

"아... 네..."

"츄상은 순례자가 아니야.
홈리스라고... 희상도 츄상이랑 같이 다니면 홈리스 되는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아.. 네..."

다카시상의 말에 기분이 좀 좋지 않았다.

사실 츄상이 저번에 다른 여자랑 왔다는 것은 나도 아는 사실이다.
물론 다카시상이 말한 그 사진은 나도 봤다.
츄상이 도고아이에서 아가상과 나에게 보여 준 사진이다.

여자랑 온 것이 뭔 죄라고 저렇게 안 좋게 말하는지...!!
그리고 남자가 왠 귓속말을 하고 난리야!!!

설것이 하고 있는 사람한테 가까이와서 귓속말을 하다니...
완전 깜짝 놀랬다. --;;

암튼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설것이를 끝마치고 오늘 묵을 방으로 향했다.

자기 전 화장실을 한번 다녀오려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곳 화장실은 밖으로 나가서 다시 방쪽으로 향하는 문으로 들어가 화장실로
가는 형태인데... 화장실에 나보다 먼저 들어간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캄캄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화장실 안에서 다카시상이 나왔다.

나를 보더니 다시 "희상 정말 츄상 조심해.
사실 오늘 츄상이랑 한방을 사용해서 어머님도 걱정하고 계셔.
내일은 츄상이랑 함께 가지 말도록 해."

그러면서 손짓을 하며 이야기 하다가 그의 손이 살짝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

컴컴하니깐 실수겠거니 생각했다.
그래도 또다시 스칠까봐 얼릉 팔짱을 끼고 가슴을 방어했다. --;;

"알았으니깐 어서 들어가 쉬세요.
난 화장실 갈거니깐...!"하고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 누웠는데 괜히 머리속이 복잡하다.

정말 다카시말처럼 어머님이 한방을 쓰고 있어서 걱정하고 있을까?

츄상이 어머님처럼 생각하는 분인데... 어머님은 그렇지 않은걸까???

그렇게 걱정되었다면 왜 한방을 쓰라고 한건지..? --;;

다카시상이 말한 것이 정말 사실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잠못 들고 있는데 9시쯤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다카시상이 이불을 들고 와서는 우리보고 춥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자 쇼파에서 자고 있던 츄상이... "희상 추워?"라고 물었고
"아니. 괜찮은데..!" 그랬더니 다카시상이 어머님이 춥지 않은가
걱정해서 이불이 더 필요한가 해서 왔다며 다시 이불을 갖고 나갔다. --;;

도데체 이게 뭐하는 시츄레이션인지!!!!

호감형으로 멀쩡하게 생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 것인지..?
정말 내가 모르는 츄상의 위험한 점이 있는 건지..?

머리가 혼란스러워 밤새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만 했다. ㅠㅠ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자판기 음료 3개 360엔

당일총액 : 360엔


일일 도보거리 : 18km
유즈 민슈쿠 ~ 64번절 마에가미지 ~ 다카하시 젠콘야도 하규우안



무단 도용 및 스크랩, 리터칭을 통한 재배포 등은 절대 금합니다.
(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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