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보니 4시 28분이다. 센유지까지는 2.4km지만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어서 납경시간 안에는 센유지까지 도착하기는 힘들 것 같다.
센유지로 가는 길에 만난 휴게소~ 시간 관계상 쉬지 않고 계속 걷는다.
한참을 가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위를 바라보니... 저 멀리 센유지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인다. ㅠㅠ
초반에는 센유지로 향하는 차도를 이용해서 걷기 시작했다.
흰색 턱받이로 결박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 보살님.. ^^a
오후의 산행은 역시 너무나 힘들다.
맘 같아서는 휴게소에서 쉬고 가고 싶지만.... 급한 마음에 그냥 또 패스 하고 걷는다.
5시 13분 드디어 산문이 등장했다.
인왕상이 다른 어디보다도 멋져 보이고 상태도 좋아 보인다. ^^b
그나저나 누가 인왕상 발 밑에 과일을 한개씩 올려 놓았다. ^^
포즈가 꽤 섹시했던 불상 ^^a
산문을 만나서 좋아했더만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땀이 비오듯이 젖어 가고 있다.
왜이리 높은 곳에 있는 거야. ㅠㅠ
산꼭대기로 이르는 급경사의 옛 참배길을 고로베사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 센유지의 북소리에 얽힌 전설이 있다고 한다.
기도를 하느라 하루에도 몇 번이나 북을 올리는 통에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한 고로베라는 어부가 하루는 칼을 갖이고 절에 올라와 북을 찟어버리고는 쏜살같이 비탈을 달려 내려갔는데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도망치듯 내려가다 넘어져 데굴 데굴 구르던 고로베가 그만 좀전에 북을 찢었던 칼이 배에 꽃혀 죽고 말았던 것이다.
그 후 이 비탈은 고로베사카 즉!!! 고로베비탈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5시 30에 드디어 도착했다. --;; 그래도 예상보다는 빨리 도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산 위라 날이 금방 질까봐 완전 떨면서 걸었던 탓인가보다.
일단 숙소쪽으로 가서 오늘 예약한 사람이라고 알리고 그쪽에서 준 종이에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 나서 방을 안내 받게 되었다.
저녁 식사는 6시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숙소는 무척 큰 규모면서도 깔끔하고 예쁘다.
내가 묵을 2층 방으로 올라갔다.
차를 마실수 있는 물은 복도에 이렇게 놓여져 있다. 각자 방에 있는 컵을 들고 이곳에 와서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방마다 나무판으로 이름이 적혀 있다.
오늘 내가 묵을 방이다.
직사각형 구조로 되어 있으며... 침대식으로 이불이 놓여져 있다.
입구 쪽에는 옷걸이와 맛있는 과자가 깔끔하게 놓여져 있다.
일단 배가 고파서 냉큼 과자부터 차라 마셨다.
침대쪽 문을 열고 나가보니 세탁을 한 옷을 걸을 수 있는 빨래 걸이가 있었다.
짐을 놓고 절을 둘러보기 위해 방에서 나왔다.
2층에 위치한 단체 세면장
공용 화장실~
2층 전망관~
편히 감상 할수 있도록 의자도 놓여져 있었다.
센유지는 해발 340M에 위치해 있으며 이마바리시가지와 세토나이카이의 다도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밖을 내다보니 경치가 정말 끝내준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
오기 전부터 센유지 칭찬을 듣게 되었었는데... 이런 절경이 한 몫을 한 것이리라...!!! ^^b
밖으로 나가보았다.
슈쿠보 건물로 멋지고... 정원도 멋지다.
안쪽에 다른 길로 가보니 경치를 보면서 발족을 할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저녁이라 그런가??? 발족을 하는 곳에 온천물은 없었다.
그나저나 엄청나게 큰 진도개가!!!
산 위라 안전을 위해 진도개를 키우는 것 같은데... 나는 진도개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어찌나 큰소리로 짖어 되던지... ㅠㅠ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씻는 것은 식사를 한 뒤에 해야 할것 같아서 남는 시간에 본당과 대사당을 산책하듯 둘러보았다.
센유지의 본존의 천수관음보살은 바다로부터 류토가와를 타고 올라 온 용녀가 한번 새길 때마다 세 번 빌어 만들었다고 한다.
아방선인이라고 하는 승려가 이곳에서 40년간 수행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구름과 같이 사라져 버린 데서 절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6시 15분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는 온 순서대로 안쪽으로 차례대로 그냥 앉아서 먹으면 된다.
오늘 단체 관광객이 묵는지 엄청난 인원의 음식이 식당에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 센유지에서 내가 제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뭐니 뭐니해도 이곳의 쇼진요리[精進料理(정진요리)]이다.
주지스님의 부인이 차리는 정갈한 쇼진요리가 순례자들 사이에 엄청 유명하다.
식탁에 놓여져 있는 음식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단아하면서도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이라니!!!!!!!!
특히나 이곳의 고야(高野)두부는 스님들의 비상식량 개념으로 탄생했고 한다.
얼린 두부로 불리기도 하는데 현재는 진미 대접을 받는 고급두부이기도 하다.
정말 한편의 예술을 보는 기분이다.
원래 잡곡밥을 못 먹는 나였지만 이번 만큼은 말끔이 먹어 주었다.
여기서 잠시, 쇼진요리가 무엇인지 잠깐 설명하자면... 육류, 어패류, 달걀을 사용하지 않고 곡물, 콩, 야채 등의 식물성 재료와 해조류를 사용한 요리이다.
가마쿠라시대에 불교가 융성하면서 일반에게까지 널리 퍼졌다. "쇼진[精進]"이라는 말은 불교에서 불도를 닦을 때 잡념을 버리고 일심으로 정신수양을 한다는 뜻이다.
음식도 수행이라는 선의 정신을 근거로 한 선종의 식사법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사찰요리 가운데 하나인 오바쿠요리가 전해져 일본의 풍토와 재료에 맞게 발전한 되었는데 기름이나 녹말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밀기울이나 두부를 이용한 요리, 야채를 튀기거나 찜으로 요리한 것, 나물, 야채조림 등으로 구성된다.
상차림은 혼젠요리의 기본형태인 1즙3채(一汁三菜), 1즙5채(一汁五菜), 2즙7채(二汁七菜) 등의 방법을 따른다.
사실 일본의 다른 절의 쇼진요리는 대중에게 고급요리로 인식되는 과정에서 어패류와 향신료를 사용하는 등 조리법에 변형이 이뤄지고 있어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러나 센유지에서는 선종의 교리를 엄격하게 따르며 그 명맥이 이어가고 있다.
옆에 앉은 남자분이 밥에 뿌려 먹으면 맛있다며 고마시오를 건내주었다.
조금 뿌려서 먹어 봤는데 밥 반찬 없을때 딱일 듯 싶다. ^^
그런데 절에서는 술은 안마실 줄 알았는데.... 다른 테이블에 사람들을 보니 술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특히나 더 놀랜 것은 단체 관광객들을 인솔하는 센다츠[先達]도 술을 마시고 있다.
나 혼자만이 그런 모습이 어색할 뿐... 다른 분들은 일상적인듯 낯선 눈길로 보지 않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맥주 한잔 할걸 그랬나? ^^a
다 먹고 나서 예쁜 커피잔에 커피까지 마실 수 있었다. ^^b
식사를 하던 중에... 주지스님의 아내가 일부러 나를 찾아 왔다.
한국에서 온 손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찾아 온 것이다.
음식은 어떤지 물어보시며...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물으신다.
절도 마음에 들고 음식도 정말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말씀드렸더니... 나보고 운전을 하냐고 물으시더니... 한다고 하자... 잠시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오시더니 교통안전을 지켜주는 스티커를 선물로 주셨다.
여러모로 많은 배려를 해 주는 모습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저녁이다.
이런 큰 살림을 이렇게 멋지게 해 나가는 모습에 존경심까지 생겨났다.
밥을 먹고 나서 욕실로 향했다.
이곳은 물 좋기로 소문난 온천물이다.
다들 목욕을 하고 식사를 하러 간 탓인지 혼자서 전세 낸듯 탕속을 독점 할수 있었다.
목욕을 끝마치고 방으로 올라갔는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여자 두명이서 태권도를 연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b
이런 곳에서 태권도를 볼줄이야.
잠시 그 둘의 연습을 보다가 야경을 보기 위해 전망대쪽으로 향했다.
초저녁에 본 경치보다... 역시나 야경이 더 멋지다.
오늘 하루 여러절을... 그리고 먼 거리를 힘겹게 걸어 왔지만... 그 보상을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멋진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혹시라도 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어떤 절의 슈쿠보가 좋냐고 물어 본다면 단연코 센유지를 추천해 주고 싶다. ^^b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엔 X 5 = 1,500엔 / 음료수 130엔 센유지 슈쿠보 (식사포함) 6,000엔 (센유지 슈쿠보 요금을 수첩에 적어 놓지 않았네요. 대충 이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ㅠㅠ) 당일총액 : 7,63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