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8일째] 역방향 순례자 오오하시상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50)>


-역방향 순례자 오오하시상 -


2010. 4. 21. 수요일 / 안개, 강풍 (28일째)

47번 야사카지에서 10여분 걸었을 무렵 저 앞에 사찰이 눈에 들어왔다.



어? 여긴 뭐지???? 벌써 48번절에 도착한 것일까????

지도상으로는 47번 절에서 48번절까지 4.4km라고 되어있는데 이상하다!!!



내가 지도를 펴 들고 계속 두리번 거리고 있자 스님께서 나오더니 무엇을
찾고 있냐고 물으신다.

"혹시 여기가 48번절 사이린지인가요???"

"아닙니다. 이곳은 88번 절에 속하지 않는 번외 사찰 20곳 중 9번째 절인
몬주인 입니다."

"아... 그렇구나...!!!"

잠깐!!! 그렇다면 이곳은? (13편 최초의 오헨로상 에몬 사부로를 참조하세요.)
에몬 사부로의 예전집을 옮겨 절로 만들었다는 그곳이구나...!!!



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에몬 사부로의 죽은 아이의 무덤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88번절과 더불어 번외사찰도 모두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48번 절로 향하는 길에 보리밭이 보였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노래가 흘러 나온다.

"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참 한가로운 아침 도보 길이다.



후다하지메 다이시도



시게노부가와를 건너는 길의 풍경들...

저런 곳에 놀이터까지.. 완전 멋지다.



다리를 건너는데 강풍이 엄청 불어온다.

날아갈 것 같은 모자를 간신히 붙들고 가는데...
이럴수가... 모자에 덮어 있던 비닐 커버가 휙~ 다리 밑으로 날라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



다리를 거의 건널 때쯤 아래에는 골프장도 있다.

참 공간 활용을 잘해서 이용하는 듯~



작은 사당~



드디어 다리 건너 48번절 사이린지[西林寺]가 눈에 들어왔다.

사이린지는 에히메현의 관소지[코보대사가 순례의 행동을 체크하는 절.
행동이 나쁘면 그 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함]이기도 하다.

본존은 십일면 관음보살인데 재미난 것은 본존을 뒤돌아 놓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본당의 뒤편으로 돌아가 참배를 하는 순례자들도 많다.



절 옆에는 고호대사가 물 부족으로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해 그의 석장(錫杖)을
꽂아 물이 솟아나게 하였다는 츠에노후치[지팡이 못]이라는 이름의 방죽이 있는데,
이 일대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순례자 두분이 47번 절에서도 나를 봤다며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신다.

"한국에서 왔어요."

"와~ 진짜!!!! 기념 촬영해도 좋아?"

"물론이죠. ^^"

시코쿠에서 아직 한국 사람을 보기가 힘들어서 인지 나를 만나는 사람 중
기념 촬영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아저씨들에게 모델이 되어 준뒤 나도 아저씨들의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들은 다시 다음 절로 먼저 향하시고 나는 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점심으로는 삶은계란과 명태알초밥을 먹고 다음 절로 출발하였다.



49절로 향하던 중에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순례자를 만났다.

혹시 사카우치(역방향으로 순례하는 형식)인지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와~ 멋져요."

한국인이라고 하자 어김없이 기념 촬영을 하자고 한다. ^^
오늘 완전 인기가 좋다. ㅎㅎ

"혹시 오늘 어디서 묵으세요???"

"46번절 옆에 있는 쵸우진야에서 묵을 예정이야."

"역시!!!! 저기 있잖아요. 오늘 순례친구 중 아가타상이라고 있는데요.
오늘 거기서 묵는 다고 했거든요.
수염나고 안경쓰고 얼굴이 완전 착해 보이는 분이예요.
아마 딱 보면 이분이 아가타상이구나...라고 알아 볼수 있을거예요.
그분 만나면 오늘 여기서 나 만났다고 이야기 해주세요.
그리고 내일 도고아이에서 만나자고도 전해주세요."

"OK~ 알았어."

"혹시 이메일 주소 있으세요???"

"응. 자 여기 주소...!!"

그렇게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고 헤어졌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오오하시상과 이렇게 깊은 인연을 맺을 줄은 몰랐다.

여행이 끝나고 오오하시상에게 메일이 오고.... 그렇게 오늘 날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다시 순례를 떠나기 전 오사카에서 아가타상과 셋이 만나 술도
마시고... 오오하시상도 나처럼 올해 다시 순례길을 떠났다.

나와는 좀 다른 날짜에 순례를 시작했지만 역시나 역방향으로 순례를
하셨기 때문에 중간에 또 만날 수 있었다.

마침 예비신랑이었던 지금의 남편이 응원차 잠시 왔을 무렵이라 셋이서
함께 같은 숙소에서 하루 묵으며 진하게 한잔 하기도 했다. ^^

올해 순례 길에서는 무엇 보다도 이날 찍은 나의 사진을 올해 봄 시코쿠에서
열린 오헨로에 관한 사진전에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__________^

그나저나 작년부터.... 오늘의 여행기를 가장 기다린 사람은 오오하시상이
아닌가 싶다. ^^ (나의 게으른 성격 때문에 오늘에서야 올리다니... ^^a)

일본에서도 나의 여행기를 열심히 읽고 계시는 오오하시상... ^_______^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게 해 주셔서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힘든 길을 내가 버텨 낼수 있었던 것도 다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었다.

시코쿠 순례길에서 가장 큰 복은 이런 인연복이 아닌가 싶다.

작년 여행을 끝내고 나에게 처음 보낸 오오하시상의 메일에는 이런 말이 있다.

"힘들고 괴로운 여행에도 불구하고, 밝게 웃는 얼굴이 멋집니다."

나뿐만 아니라 그의 얼굴 역시...
힘들고 괴로운 여행속에서도 나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었다는 것을
오오하시상은 알까? (역방향 순례는 정방향 순례보다 3배정도 더 힘들다.)

오오하시상이야 말로 최고로 멋진 순례자가 아닌가 싶다. ^^b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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