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13일째] 월하의 공동묘지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22)>


- 월하의 공동묘지(?) -


2010. 4. 6. 화요일 / 맑음 (13일째)

4시 30분에 일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기상 시간이 이쯤으로 바뀌어 버렸다.

저녁에는 체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수가 있기때문에 스도마리로 묵을 때는
오전엔 되도록이면 일찍 스타트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5시 30분 하마요시야 민슈쿠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다른 오헨로상들은 아직 인기척이 없어서 도둑처럼 조심 조심 소리도
못내고 문을 닫고 나왔다. ^^a

하마요시야 민슈쿠는 안채와 뒤채가 있었는데 간판은 앞쪽에 있었지만
묵은 곳은 뒤쪽이다.



누구의 묘지일까????
보통 사람의 묘지같지는 않다. ^^



이른 시간부터 씩씩하게 해변길을 걷다 발견한 휴게소에는 나 만큼이나
부지런한 어르신들이 나와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



길거리에서 발견한 오헨로 휴게소 표지판. ^^
완전 정겹다.



열대 식물을 보니 왠지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a



10시에 도착한 아카노역 앞에 있는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오늘은 어찌나 더운지 밥생각도 없고 오직 음료수 생각 뿐이다.

그래도 체력 보강을 위해 쥬스를 한잔 마시며 목을 축인다.



오헨로 길을 걸으면서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는 어떻하면 좋을까?

그때는 길거리에 있는 공중 화장실... 그리고 주유소 화장실...
마지막으로는 편의점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 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편의점마다 손님들을 위한 화장실이
준비 되어 있다. ^^



주유소 앞에 오헨로상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 표지판이
놓아져 있었다.

완전 센스쟁이 사장님이 경영하는 곳인가 보다. ^^b



야시 파크로 들어서기전 데이야마 터널을 뚫고 나오니 휴게소가 보인다.

헥헥 거리며 휴게소 의자에 앉아 있는데 왠 젊은 여성이 털털하게 지나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인상적여 뒷모습을 찍었는데 몇일 뒤 그녀와의 인연도 이어진다. ^^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살면서도 이렇게 무심코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사람과
그 후 인연이 어어지는 과정이 많지 않을까?

어쩜 나의 반쪽을 알아보기 전 그와의 수많은 스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연이란 어디서 와서 어디로 끝나는지 알수 없는 것이니깐... ^^a

휴게소 앞에 자판기가 있어서 여러가지 차가 섞여 있는 (우리 나라로 치면
17차 정도?)차 음료를 뽑아 마셨는데 완전 맛있다.

시코쿠에서 반해 버린 차 음료이다. ^^b



야시 파크에서 55번 도로로 쭉 가는 길이 아닌 마을로 들어서는 헨로 길을
선택해서 걸어가게 되었다.



동네 어귀에서 발견한 헨로 휴게소인데 노숙도 가능한 휴게소 인것 같았다.

이불도 있고 나름 아늑한 것이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싶은 유혹이 들었지만
시계를 보니 1시 30분... 벌써부터 잠자리를 정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아쉽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듯... ^^

그런데 오헨로상들이 적어 놓은 노트를 보다가 왠지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민선이라.... 혹시 김민선???님이 아닐까??

시코쿠에 관한 첫번째 여행 책자...

<일생에 한번은 순례 여행을 떠나라>를 쓴 저자가 남긴 글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휴게소의 모습도 낯익다.



휴게소 뒤편에는 세탁기와 욕실도 있었다.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널려 있어서 사용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사용이
가능하다면 멋진 노숙이 가능할 듯.. ^^

잘 쉬고 일어나 걷는데... 갑자기 길을 잃었다. --;;

55번 도로쪽으로 나가야할텐데... 나가는 길을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다.

왔던 길을 몇번을 팽팽 돌았는지... --;;
지나가는 사람도 많지 않고 점점 발걸음도 무거워진다.

그렇게 한시간 반동안을 헤메고 다시 헨로 길을 발견한 나.. --;;
완전 지쳐서 걷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어라... 이타미상이 아닌가. ^^

"희상 일찍 출발했나봐요?"

"응.. ^^"

"다카하시상은 잘 가셨어요?"

"어제 잘 갔어요.
오전에 화장실때문에 고생 좀 했지만.. ^^;;"

"그나저나 어제 27번 절에는 잘 도착한 거예요???
희상이랑 헤어지고 시계를 보니 넘 촉박한 시간이던데... "

"완전 세이브 였어요.ㅎㅎㅎ"



"이타미상은 오늘 어디서 숙박해요?"

"전 바로 요 앞에 있는 가토리 민슈쿠에서 묵어요."

"와.. 좋겠다."

"희상은 오늘 어디서 묵을 예정인데요?"

"난 28번 절을 지나서 니시야마 젠콘야도라는 곳에서 묵으려고..."

"오~ 오늘 꽤 많이 걷네요. ^^;;
저보다 8km는 족히 더 걸어야 할텐데... 힘내요. ^^;"

"응. ^^"



3시... 이타미상이 오늘 묵을 카토리 민슈쿠가 보인다.

맘 같아서는 저기에서 나도 묵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보다 더 씩씩하게 잘 걷던 이타미상과의 시코쿠에서의 만남은 이날이
마지막이 되었다.

이날 이후로 내가 그녀보다 앞서 걷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그녀는 38번 절에서 다리의 부상으로 스톱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타미상과 헤어지고 나는 28번절 다이니치지로 향해 열심히 걸었다.

노이치 동물공원 근처 길에는 예쁜 동물들의 모습이 수 놓아져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

오늘은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귀까지 타서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



돌담 사이로 꽃내음을 맡으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씩씩히
걷고 있는 희야.. ^^

28번 절은 깊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주변의 민가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오후 4시 28번 절 다이니치지[大日寺]에 도착했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빠르게 도착한 편이다. ^^v

옛날 이 절에 머물며 수행한 코보대사는 대일여래를 깨닫고 한 치 8푼(약 5.5cm)
크기의 대일여래상을 조각하여 본존으로 받들고 절 이름을 다이니치지[大日寺]라 하였다.

그런데 본존의 대일여래는 서민에게 친숙함이 적었기 때문에 코보대사가
서민이 부담없이 참배 할 수 있게 녹나무에 손톱으로 약사 여래를 새겨
안쪽의 원에 안치했다고 한다.

이 여래를 <츠메호리야쿠시>라고 부르며 목으로부터 위 병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져 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



납경소에서 묵서와 도장을 받고 니시야마 젠콘야도에서 묵을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저기 니시야마 젠콘야도에서 묵을 수 있을까요???"

"묵을 수는 있는데 여기서 부터 5km는 더 가야하는데 괜찮겠어요???
우리 절에 츠야도(절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숙박형태)가 있기는 한데...
침낭은 있나요???"

"아니요. 침낭은 없는데..."

"그럼 아무래도 밤에 추울텐데...."

"저 초반에 침낭 없이 잔 적이 있어요.
지금은 많이 따뜻해졌으니 괜찮을 거예요. ^^;;"

"아니예요. 낮에는 많이 따뜻해졌지만 저녁은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추울거예요.
이불 없이는 무리인데..."

두명의 여성 스님께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나의 거취때문에 고민을 하셨다.

"니시야마 젠콘야도는 이불이 있나요?"

"네. 거긴 이불이 있어요."

"그럼 그쪽에서 잘께요.
그런데 그곳 젠콘야도는 남녀가 구분 되어 있나요?
아니면 함께 자야하나요??"

"구분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작거든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하더니 어딘가에 전화를 해서 통화를 하신다.

그리고 나서...
"니시야마 사장님과 통화를 했어요.
한국인 여자 오헨로상이 그곳에서 오늘 묵고 싶어 한다고 하시니..
오늘은 그럼 희상의 안전을 위해 남자 오헨로상은 받지 않겠다고 하네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이렇게 배려해주시니 뭐라고 감사함을 표현해야 할지... ㅠㅠ"

"지금부터 부지런히 가야할거예요.
금방 해가 떨어질테니깐.. ^^
아무쪼록 조심히 잘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



절에서 나와 자판기 앞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고 가려고 하는데...
어떤 여성분이 나를 보더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신다.

그러더니 가게로 들어가 동전을 갖고 와서는 음료수를 뽑아주신다.

어쩜 저렇게 뭔가가 필요할 때면 요술방망이를 휘두른 것처럼 인연이
나타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b



그녀가 뽑아준 음료수를 마시고 자꾸만 쳐저가는 다리에 힘을 주며
열심히 걷는다.

가난한 여행자이니 헝그리 정신으로 더 걸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인들의 힘의 원천... 헝그리 정신.. 아자~! ^^;;



다이시도 앞에 휴게소를 보니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앞으로 십여분만 더 가면 오늘의 숙박지이니 꾹 참고 그냥 더 걷는다.

그래도 절에서 준 지도를 보며 잘 찾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기특하다. ^^*



드디어 신호등 건너편으로 니시야마 젠콘야도가 눈에 보인다. ^^

시간을 보니 6시 정각이다.

오늘 12시간 30분을 오롯히 걸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이곳에서 해내다니..
감동의 눈물 좔좔... ㅠㅠ

주변을 보니 땅거미가 벌써 지고 있다.

더 컴컴해지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다.



주인 아저씨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기 위해 주변에 있던 아저씨에게
주인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니 저 앞에 꼬치집을 가르켜 주셨다.

일단 젠콘야도 안에 가방을 놓고 꼬치집으로 향했다.



꼬치집에는 남자 손님 한분과 주인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젠콘야도 아저씨는
이곳에 없다고 한다.

아저씨의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해 보았지만 통화도 되지 않았다.

아주머니께서는 저녁은 먹었냐고 물어보며 고구마 튀김과 사탕을 하나
가득 오셋다이로 주시며 힘내라고 응원을 해 주셨다.



다시 니시야마 젠콘야도로 돌아왔다.

니시야마 젠콘야도를 이용할 사람은 미리 주인에게 연락을 해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접수 시간은 오전 8시 ~ 오후 8시

연락이 없었던 사람은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절에서 문의 하던지
아니면 직접 전화를 해서 허락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제단 앞 네모통 안에 300엔을 이용료로 넣어 두면 된다.

아까 다녀온 코치집인 히노 야키토리야 이모텐야에서 가벼운 식사를
할수 있다는 안내 문구도 보였다.

영업시간은 11시부터 19시까지고 정기휴일은 매주 수요일

저녁 식사를 미쳐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저곳에서 밥을 사먹으면
될듯 싶다.



저녁으로 삼각김밥과 다카하시상이 주고 간 김치를 먹었다.
생각해보니 오늘 밥이 좀 부실했다. ^^;;

그나저나 씻는 곳도 없고 화장실도 물을 내릴때 앞에 고여있는 물을
바가지로 퍼서 부어야하고... 전에 갔던 젠콘야도보다는 조금 열악하기는 하다.

뒤편은 커텐으로 가릴 수 있게 해 놓았고 앞쪽은 그냥 논이 보이는
상태로 자야한다.

혹시 밤에 지나가는 사람이 여자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겠지??? --;;

안에서 문을 단단히 잠그고 뒤쪽은 커텐을 치고 자리에 누웠다.



잠시 잠이 안와 책상 위에 있는 공책에 오늘의 감사함을 적고...
통에 300엔과 한국에서 갖고 온 기념품을 함께 그곳에 넣어 두었다.

아저씨와 직접 통화를 못해서 아쉽지만 너무나 감사하게 느끼고
간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오늘 땀을 어찌나 많이 흘렸던지... 몸에서 땀내가 쪄는 듯 싶다.

거기다 씻을 곳이 없어 그대로 자야하니 땀 냄새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논에서는 개구리 합창 소리가 밤새도록 구슬프게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린다. ㅠㅠ

'괜찮아 괜찮아... 잘해 낼수 있을거야.'

그렇게 나를 위로하며... 스르륵 잠이 든다.

내가 잠든 사이 낯선 이들이 몰려와 나를 바라보며 나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도록 하는 줄도 모르는체 말이다!!!

"저 아이봐.. 한국에서 왔다고 하네."

"음... 그래도 꽤 용감한 걸."

"울다 잠이 들었나봐."

"응... 씩씩한 척해도 여자긴 여자인가 보네. ^^"

"자자... 조용 조용...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지켜 보기만 하자고."

"그래 그래.."

소근 소근... 밤새도록... 그들은 나에 대한 이야기로 분주했을 것이다.
물론 자고 있던 당시에 나는 몰랐지만.... --;;;

기절할 것 처럼 놀랜 그들의 정체는 다음 편으로... ^^a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납경료 300엔 / 삼각김밥 2개 250엔 / 쥬스 110엔 / 우유 70엔
차음료 150엔 / 콜라 120엔
니시오카 젠콘야도 숙박비 300엔

당일총액 : 1,300엔


일일 도보거리 : 38.5km
하마요시야 민슈쿠 ~ 28번 절 다이니치지 ~ 니시야마 젠콘야도


무단 도용 및 링크, 리터칭을 통한 재배포 등은 절대 금합니다.
(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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