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40일째] 자연과 동화되다.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72)>


- 자연과 동화되다. -


2010. 5. 3. 월요일 / 맑음 (40일째)

4시에 일어나 가방을 정리하고 한쪽에 놓아 둔 뒤 납경장과 꼭 필요한
물품만 간단히 들고 5시에 15분 숙소에서 나왔다.



시코쿠에서나 볼수 있는 일출이다. ^^;;
한국에서는 늘 늦잠자기 일쑤라.. --a

그래서 시코쿠가 주는 아침은 늘 설레인다.

그나저나 숙소를 나와서 조금 걷다보니 갑자기 화장실이... --;;;

다시 숙소로 가기에는 애매한 거리라 80번 절로 향했는데 이런 산문이 닫혀있다. --;;

절은 24시간 개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닫아 놓는 절도 있었구나!!!

이 급한 상황을 어찌 해결 해야할지!!!!!!!!!!

할수 없이 80번절 근처에 있는 에비스야 여관에 들어가 주인 아주머니께
화장실이 넘 급해서 그런데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시니 그러라고 하신다.

암튼 산행전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다행이지...
중간에서 급하게 가고 싶었더라면 큰일 날뻔했다. 휴~!!!

여관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말을 전하고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1시간 넘게 걷다보니 배가 고프다.

역시 산행은 빈속으로는 힘든 법~

잠시 쉬면서 삼각김밥과 삶은계란으로 아침을 먹는다.



오랜만에 커다란 배낭이 없는 관계로 삿갓을 쓰고 왔다. ^^

맨날 가방에 걸고 다녀서 삿갓의 안쪽이 거의 으그러진 상태이다. --;;



산길을 걷고 있는데 저편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점점 다가가니 왠 아저씨가 휘파람을 불며 새를 불렀고 어느새인가
새가 날라와 아저씨 손에 있는 먹이를 자연스럽게 먹고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경이롭게 보이던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아저씨께서 나도 한번 해 보라고 한다.

"에..? 제가요??? 과연 가능할까요???"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자연스럽게 손을 펼쳐 보여주세요."

긴장된 상태로 먹이를 든 손을 펼쳐보이고 있자 몇분 뒤 신기하게도
새가 날아와 내 손에 앉으려고 했지만 내가 너무 깜짝 놀라자 이내 먹이도
먹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괜찮으니깐 긴장을 풀어요.
절대 물지 않으니깐!!!!"

다시 한번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했더니 처음에는 주변을 돌기만 하던 새가
드디어 나의 손에 앉아 먹이를 먹었다.

아~ 이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왠지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나의 성공에 아저씨께서도 웃으며 축하해 주셨다. ^^v



7시 산중에 있는 휴게소가 보인다.

어제 츄상이 말한 곳이다.

아마도 츄상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냈을 것이다.



남자라 가능하겠지만 나라면 이런 산중에 하룻밤이 정말 가능할지...?



좀 무섭기는 해도 경치만은 최고인 자리였다.



7시 40분 드디어 81번 절 시로미네지에 도착하였다.

큰 배낭이 없는 관계로 예상보다는 힘들지 않게 올라 온 느낌이다.





경내를 둘러보았지만 츄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산길을 따라 82번절로 향했다.



산길에서 만난 새 안내 표지판이 아까의 인연으로 인해 더욱 관심이
가서 한참을 살펴 보았다.



81번절에서 82번절로 향하는 산길은 완만한 산길이라 걷기에 편한 길이었다.



아시오다이묘진~

그리고 근처에 화장실도 있다.



9시 30분 82번절 네고로지에 도착하였다.

산문 왼쪽에 누군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다.



츄상이었다.

"아침은 먹었어?"

"응!!"

"82번절 들어 갈거지?"

"벌써 갔다왔어."

"그럼 나 혼자 갔다 올께."

"응~!"



들어가기 전 산문 근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경내로 들어섰다.





본당 안에는 봄인데도 붉게 물든 단풍 나무가 있었다.

봄인데 어떻게 저렇게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일까???

봄에 가을 분위기를 잠시 나마 느낄수 있어서 얼마나 좋던지...!

분명 시코쿠의 가을은 봄 못지 않게 아름다우리라!!!



옛날 아오미네산에 우시오니라고 하는 괴물이 마을 사람을 곤란하게 했다고 한다.
그 우시오니가 산문 앞에 아직도 있다. ^^a

다시 산문으로 돌아와 츄상과 인사를 나누고 83번절에서 만나자고
하고 다시 헤어져야 했다.

나는 숙소로 다시 돌아가 가방을 들고 12번 도로로 걷는 코스를 걸어야
하고 츄상은 이곳에서 바로 83번절로 향하는 길로 가기 때문이다.

헤어지기 전 츄상에게 만엔을 건내 주었다.

"츄상 만엔 빌려줄께.
나중에 은행 문 열면 돌려줘."

"알았어. 고마워."

사실 돈거래를 한다는 것이 썩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계속 츄상의 필요한 돈들을 내가 책임진다는 것도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충분히 높은 환율로 힘겹게 쓰고 있는 돈이기에...!

혹시라도 돈이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다라는 생각으로 빌려주었다.

그래야 혹시나 안 좋은 상황에서도 상처 받지 않을 수 있기에...!

물론 그런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저녁에 하는 산행보다는 역시 오전 산행이 좀더 에너지가 있어서 그런지
수월한 편이다.



산행 중 다정히 쉬고 있는 부부 순례자~



숙소 근처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어 간다.

점심을 먹고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마침 눈에 보이는 우동집을 들어갔다.

드디어 사누키 우동 맛을 보는 건가!!! ^^

어떤 것이 맛있을지 몰라서 주인 아주머니께 추천해 달라고 하니 가마게우동이라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예전에 하루키의 우동여행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시코쿠의 우동가게는
가게마다 독특하게 먹는 곳이 많다고 한다.

이곳은 신기하게도 생강을 본인이 직접 갈아서 넣어 먹었다. ^^b



우동을 먹고 세토고쿠민 여관에 돌아가 주인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말을
전한 뒤 가방을 메고 83번절로 향했다.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되었다.

얼마전만 해도 그렇게나 춥더니 완연한 봄인가 보다.

날씨가 더워지니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는 느낌이다.



역시 우동의 고장답게 걷는 내내 우동집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더운 날씨에 지쳐서 헥헥 거리며 걷고 있는데 자전거를 탄 아주머니가
휙 지나가더니 다시 나를 보고 돌아 오신다.

그러더니 150엔을 주면서 더운데 고생이 많다고 이 돈으로 음료수를
사 먹으라고 한다.

아~!!! 얼마나 감사하던지...!!!

더울때 시원한 음료수 만큼 고마운 오셋다이도 없을 것이다.



아주머니께서 주신 돈으로 음료수를 사 먹어야지... 하고 자판기를
찾으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다른 아주머니께서
내 옆에 멈춰서더니 시원한 녹차 음료를 오셋다이로 주신다.

시코쿠는 이렇듯... 어떤 면에 곤란하거나 필요할 때면...
마치 코보대사가 보내 준 듯한 분들이 이렇듯 나타난다.

"대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
아주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



2시 50분 83번절 이치노미야지에 도착하였다.



경내를 둘러보니 츄상이 그늘 아래 의자에서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도착했어?"

"2시간 전에?"

"에? 그렇게 빨리 도착했어?"

역시나 빠른 츄상...!



이곳 절에 츠야도가 있다고 적혀 있는 책을 보았기때문에 츠야도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츠야도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오늘은 츄상과 함께 노숙하기로 결정했다.

날씨도 이제 따뜻해졌으니 예전보다 좀 나으리라.



키라라 온센이다.
숙박도 가능하지만 무척 비싸다.

츄상은 목욕을 안한다고 해서 나만 목욕을 했다.
남자는 모르지만... 역시 여자는... 긴 머리카락 때문이라도 목욕을
안하면 넘 힘들다. ㅠㅠ

목욕을 하고 나와서 내가 좋아하는 병 우유를 사서 츄상과 함께 마셨다.

아~ 얼마나 개운한지!!!!!!!!!!! ^^b



노숙장소로 가기 전 근처 편의점에서 오늘 먹을 저녁을 구입했다.



오늘 우리가 숙박하는 장소는 이치노미야 중학교 근처에 있는 정자이다.

화장실도 있고 넓은 운동장도 보이고 식수도 있다.



이곳에 관리하시는 분이 오셔서 인사말을 건내셨는데 우리가 노숙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 말씀 없으셨다.



벌써 시코쿠 여행을 한 것이 40일째라니...!!!
놀랍기만 하다.

거기다 몸무게도 12kg이 감량된 상태였다. v^^v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점심 가마게우동 300엔 / 우동차 150엔 / 기라라 온센 600엔 / 우유 120엔
저녁 맥주 500ml 284엔 / 맥주 350ml 217엔 / 햄 298엔
납경료 300 x 3 = 900엔
당일총액 : 2,869엔


일일 도보거리 : 26km
세토고쿠민 료칸 ~ 81번 시로미네지 ~ 82번 네고로지 ~ 83번 이치노미야



무단 도용 및 스크랩, 리터칭을 통한 재배포 등은 절대 금합니다.
(http://heeyasis.com 희야의 비밀의 화원)




풀빵웹툰

시코쿠 도보순례

74화-[40일째] 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