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35일째] 시코쿠에서 가장 불쾌했던 날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67)>


- 시코쿠에서 가장 불쾌했던 날 -


2010. 4. 28. 수요일 / 맑음 (35일째)

오늘도 5시 10분에 일어 났다.



밤새 머리속이 복잡해서 잠을 잔둥 만둥~

오늘 가야할 길들을 확인하며 어머님이 깨실 때까지 기달렸다.

6시 30분쯤 어머님이 깨어나셔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님께서 혹시라도 아픈 곳이 있으면 붙이라며 처방전으로 받은
파스를 선물로 주셨다.



고양이녀석 젤 상석이 앉아 느긋하게 쉬고 있다.



고양이는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기념 촬영을~



어제 만든 카레를 아침에도 똑같이 줘서 미안하다며 아침을 챙겨주셨다.

나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아침일 뿐인데... 챙겨주는 분의 마음은
그래도 미안한가 보다.



운펜지 아래에 오헨로상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묵게 해주는 다비비토
민슈쿠의 전단지~

이곳에서 전단지를 보고 3년간 매번 이곳에서 묵는 인연을 갖었다.



하기우안의 젠콘야도의 전면~

나는 집안에서 잤지만 원래는 주차장을 개조한 곳에서 잔다.



오헨로상들이 원래 묵는 곳~

잘때는 주차장의 셧터는 내리고 잔다.



절에서 본당과 대사당을 알려주는 캐릭터가 이곳에도 있었다. ^^



7시쯤 출발 하려고 하는데 다카시상이 내가 메고 있는 가방을 보더니
몇킬로 정도 되냐며 좀 들어 봐도 되냐고 한다.

그러라고 했더니 뒤에서 살짝 가방 밑부분을 받이고 들어보는 척 하는데
어라... 이놈의 손이 왜 엉덩이를 살짝 스친 것 같은 느낌이???? --;;

설마... 아니겠지....?
그냥 잘못 스친건가??? 머리속이 복잡해 질 무렵....
다카시상이 다시 가방을 들어보는 척 하며 엉덩이에 또 손이 스친다.

이놈의 자식!!!!!!!!!!!!!!!!!!!
어제 밤 가슴 부분에 스친 손도 일부러 그런거 아냐!!!!!!!!!!!! --^

머리속이 멍한 상태에서 일단 츄상과 출발을 했다.

츄상과 걸으면서 나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츄상!!! 저놈 진짜 이상한 놈인가봐!!!
어제는 츄상에 대해 안 좋은 말들을 하지 않나....
좀전에 가방 들어 본다면서 저놈의 손이 엉덩이를 스친것 있지.
아윽!!!!!!!!!!!!!!!!! 짜증나!!!!!!"



분이 안 가라 앉아서 짜증내고 있는 날 보고 츄상이 찻집에서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자고 한다.



속을 식히기 위해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일들과 오늘 아침의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츄상은 자신을 더 믿어주는 내가 고마운 모양이다.

"아...!!! 어쩌지? 저놈이랑 또 만나면... ㅠㅠ"

"어째든 그들은 내일 출발한다고 하니깐 안 만나는 방향으로 해야지..!!"



나는 오늘은 일단 65번절 산카쿠지에 가기전 바로 아래에 있는 민슈쿠에서
자기로 했다.

츄상은 근방에서 노숙을 한다고 한다.



걷는 내내 분이 안풀리는 것은 아마도 그놈의 손목아지를 분질러 놓지
않고 온 탓인지도... --;;

뭔가 그냥 당하고만 왔다는 생각에... 쉽사리 분이 녹아 내리지 않았다. ㅠㅠ




오늘도 역시나 빠른 페이스로 내 앞을 걷고 있는 츄상~



11시 30분 번외사찰 13번인 엔메이지에 도착했다.







첫순례 때는 번외사찰은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는
보지 않고 밖의 외관만 보았다.




절 앞에 정자와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데...
노숙하기에 괜찮은 장소로 보인다.



엔메이지 근처에서 탁발하고 있는 오헨로상...!

무릎을 굽히고 탁발하다가 사람들이 너무 안 지나가니깐 양반다리로
앉아서 쉬고 계신다. ^^a



3시 45분에 오늘 묵을 다이세이소 민슈쿠에 도착하였다.

츄상은 밖에서 자는데... 혼자만 민슈쿠에서 자려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ㅠㅠ

내일 근처 편의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츄상은 그렇게 사라졌다.



무척이나 친절했던 다이세이소 오카미상~

내부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도 되냐고 하니 그러라고 하신다.



오헨로상들의 신발 밑창을 꺼내서 환기를 시켜주는 센스까지~ ^^b



여지껏 묵은 민슈쿠중에 가장 예쁜 유가타가 이곳이 아닐까 싶다!!!

기념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었으나... 오카미상께서 감당하기에는
내 카메라가 너무 컸나보다. ^^;;



그래도 간신히 건진 사진~ ^^



짐을 풀고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저녁으로는 간단하게 치킨사라다와 아사이 맥주~ ^^



TV를 켜 보니 내가 넘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프라이드가 한다.

일본 드라마중에서 내가 제일 처음 본 드라마라서 그런지 일본 배우중에
유코상과 기무라상을 젤 좋아한다는.. *^^*

TV를 보고 있는데 오카미상이 와서는 저녁 식사 사진을 찍고 싶으면
찍어도 좋다고 한다. ^^a



얼떨결에 먹지도 않은 음식 사진까지 찍으러 식당에 갔다. ^^a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오헨로상들~

거참.... 거시기 하다. ^^;;;

사진만 후닥 찍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a



오늘 츄상이 핸드폰 악세사리를 선물로 주었다.

마츠야마에서 날 위해 만든 선물이라고 한다.

나무에는 내 이름과 시코쿠제패가 써 있다.

언제 이렇게 나를 위해 이런 것을 다 만든건지....ㅠㅠ

오늘 바람도 많이 부는데... 츄상은 어디서 자고 있는 걸까???

걱정과 미안함으로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희야가~

휘리릭~~~~



<지출 내역>

핫도그 2개 300엔 / 초코렛 105엔 / 치킨샐러드 298엔
맥주 500ml 284엔 / 다이세이소 민슈쿠 (스도마리) 3,000엔

당일총액 : 3,987엔


일일 도보거리 : 28km
다카하시 젠콘야도 하규우안 ~ 번외사찰 13번 엔메이지 ~ 다이세이소 민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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