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간만에 교보 문고엘 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림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나는 이런 조금은 한산한 분위기가 여유가 있어서 좋다.)
항상 느끼는 것처럼 이곳 공간은 책의 갖가지 향기로 가득했고
각각의 책들이 자신을 좀 봐달라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했다.
차분하게 이책 저책을 둘러보며 책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매번 깨닫게 되는건 읽을만한 좋은 책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부족한건 늘 돈과 마음의 여유였다. ㅡㅡ;;
채 읽지 못한 책들도 여러권 소장하고 있지만, 당장의 필요에 의해서나
마음이 내키는 책을 우선적으로 보게 되는건 어쩔수가 없나보다.
한권 정도를 살 여유밖에 없어서 신중하게 이책 저책을 고르다가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마음속 책장에 꽂아두었던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살인자의 건강법'을 선택했다.
우선 이 작가의 성장과정과 작업 스타일이 나의 관심을 끈다.
올해로 서른 여덟살이 되는 이 여성작가의 집필실 서랍에는
약 50여 권의 비발표 소설이 비장되어 있다고 한다.
1992년 처녀작 '살인자의 건강법'을 출간한 이래
1년에 한 권씩 매년 가을마다 펴낸 책이 지금까지 도합13권 이라니
정말 대단한 창작욕구이자 문학적 저력이 아닐수 없다.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나라를 다니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고, 그곳에서 체험한
다양한 문화와 전통은 그의 방대한 독서경험과 더불어
그녀의 독특한 문학적 토양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17세 때 오랜 외국생활 끝에 본국에 돌아온 그녀는
극심한 사회적,문화적 충격을 겪었으며
서양식 사고방식과 생활태도에 젖은 또래의 젊은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수년동안 고독속에서 오직 글쓰기에만 매달려 소외와 고통을 견뎌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25세 때 첫 작품인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을 발표했는데
'재능과 박학과 풍자'를 겸비한 그녀의 무한한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며 '천재 탄생'이라는 찬사를 한몸에 받음과 동시에
대중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대 성공을 겨두며 단숨에 프랑스 문단의 중심에
진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장 나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스스로를 '글쓰기광' 이라고 밝히며
하루하루 자살대신 문학을 선택한다는 얘기와
새벽 4시에 일어나 네 시간 동안 '일정량의 마약을 복용하듯'
하루도 쉬지않고 글을 쓴다는 그녀의 독특한 작업 스타일이었다.
당분간 나에게 주어질 즐거운 시간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행복한 기대감이 서서히 가슴속에서 차오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