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각) 한국의 도스토옙스키 전문 번역가 김정아 씨(57)에게 푸시킨 메달을 수여했다.
‘국민 통합의 날’을 맞아 크렘린궁 예카테리나홀에서 열린 국가 포상식에서 김 씨는 독일 초대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후손 알렉산더 폰 비스마르크 등 외국인 수훈자들과 함께 메달을 받았다.
푸시킨 메달은 러시아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국가 포상이다.
수훈 결정은 지난 8월 이뤄졌다.
당시 푸틴 대통령령은 김 씨가 “해외에서 러시아 문화와 예술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한국인으로는 처음 단독 완역했다.
작업에는 10여 년이 걸렸고, 번역 분량은 6700여 쪽에 이른다.
김 씨는 고교 3학년 때 ‘죄와 벌’을 읽고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 빠졌다.
서울대 인문대 노어노문학과와 대학원을 거쳐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슬라브어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패션 기업 스페이스눌 대표를 맡으면서도 매일 새벽 1시에 일어나 번역을 이어갔다.
전공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작품을 한국어로 옮긴 일이 러시아 문학을 해외에 알린 공로로 평가됐다.
김 씨는 수상 소감에서 “번역은 가장 평화로운 외교라고 확신한다”며 이번 상을 “도스토옙스키가 직접 준 선물”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도스토옙스키를 세상에 선물한 러시아 문학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공개된 행사 영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김 씨의 연설을 선 채로 듣는 모습이 확인됐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성명에서 김 씨의 전문성과 러시아 문학에 대한 헌신, 오랜 활동이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적 유대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수훈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