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한 허정 감독의 스릴러 《숨바꼭질》은 낡은 아파트와 고급 아파트를 오가며 집의 의미를 뒤집는다. 성공한 사업가 성수(손현주)는 아내와 아이들과 고급 아파트에 살지만,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찾아간 곳은 철거를 앞둔 항구 도시 변두리의 낡은 아파트다. 서로 다른 주거 환경은 처음부터 안정된 삶과 불안한 삶의 경계처럼 보인다.

연합뉴스는 집이 경제 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 비슷한 집들이 모인 동네가 계급을 가르는 구획이 된다고 짚었다. 영화 속 성수의 집은 그런 욕망이 향하는 안락한 공간이다. 그러나 성수는 작은 얼룩과 냉장고 속 음료수병의 흐트러짐도 참지 못할 만큼 결벽증이 심하다. 정돈된 집은 그의 불안을 없애기보다, 완벽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을 드러낸다.
반면 낡은 아파트에는 집집마다 초인종 옆에 수상한 표식이 있고, 성수는 그 기호가 거주자의 성별과 인원수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주민 주희(문정희)는 어린 딸을 누군가 훔쳐보는 것 같아 두려워한다. 낯선 이웃을 잘 알지 못하는 도시의 생활과 집 안까지 침입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이 공간에 겹친다. 성수가 자기 집 초인종 옆에서도 같은 표식을 발견하면서, 안전해 보이던 고급 아파트 역시 위협에서 벗어난 곳이 아님이 드러난다.
두 공간의 차이는 화면에서도 강조된다. 연합뉴스는 낡은 아파트의 깊은 어둠과 고급 아파트의 화려하지만 공허한 밝음이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낡은 곳은 가난해서 위험하고 고급 공간은 부유해서 안전하다는 식으로 나뉘지 않는다. 영화는 서로 다른 집에 사는 인물들이 모두 불안을 겪게 하며, 집의 가격과 외관만으로는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는 질문을 스릴러의 긴장으로 끌고 간다. 상영시간은 107분이며, 15세 이상 관람가로 안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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