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이나 육아를 이유로 한 해고는 불법이지만, 직원 5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해고를 당한 노동자가 원래 일터로 돌아갈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월 26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에서 피해 사례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6년 넘게 디자이너로 일한 A씨는 둘째 임신을 알린 날 대표에게 “애 둘 낳고는 회사 못 다녀”라는 말을 들었다.
첫째 때는 눈치가 보여 휴직을 일찍 끝냈고, 둘째 임신은 6개월까지 숨겼지만 결국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간담회에서 그는 아이와 사회적 위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과 경력 단절의 아픔을 전했다.
문제는 금지 규정과 구제 절차가 따로 적용된다는 데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출산휴가와 휴가 기간 및 이후 30일간의 해고 금지, 육아휴직 규정은 적용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조항은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김서룡 공인노무사가 제도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든 예로, 원장 외 직원이 4명인 치과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려던 치위생사가 해고되면 노동위원회는 구제 신청을 각하한다.
직원이 5명이라면 해고의 정당성을 따져 복직과 밀린 임금 지급을 명령할 수 있다.
다른 절차도 한계가 있다.
노동청 신고는 사업주 처벌이 목적이라 복직으로 이어지지 않고, 최근 5년간 모·부성보호 위반 신고 1857건 가운데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건 168건, 약 9%였다.
민사소송은 1심에 1년 안팎이 걸리고 비용 부담도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은 권고에 그쳐 강제력이 없다.
직장갑질119가 9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은 공공기관 77.6%, 5인 미만 사업장 33.5%였다.
간담회 참석 전문가들은 남녀고용평등법에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한 해고와 불리한 처우의 시정신청 절차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근로기준법에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구제신청권을 명시하는 방안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은 두 방안 가운데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우선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