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봉구 도봉동의 도원초 예정지는 학교 설립이 무산된 뒤 공영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인근 5756㎡ 부지에는 10월 19일 정오 차량 50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06년 143억9300만 원을 들여 이 땅을 매입했지만, 인근 재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학교를 짓지 못했다.
주민들은 주택가 가까이에 편의시설이 들어서기를 기대했다. 한 주민은 주차빌딩을 세우고 남는 부지에 다른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구 씨는 새 시설이 들어선다는 말이 없는 데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 GTX 환풍구가 들어선다는 소문까지 돌아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부지 활용이 늦어지는 배경을 두고 서울시와 교육청은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놨다. 서울시는 토지 소유자인 교육청이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자치구가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제안해야 하지만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학교 설립이 사실상 무산돼 2011년부터 서울시에 용지 해제를 요청했으나 진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도원초 부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경기·인천의 장기 미이용 학교용지는 최소 5만6103㎡이고 취득 비용은 400억 원이 넘는다. 경기 동두천에서는 교육청이 2004년 52억1257만 원을 들여 확보한 1만3064㎡ 부지가 약 20년간 쓰이지 않다가 최근 파크골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용지를 매입하지 않아 팔리지 않은 땅도 있다. 8월 기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미매각 학교용지는 전국 73필지, 96만5973㎡로 추정 가격은 543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 물량은 33필지, 약 13만3000평으로 필지 수 기준 전체의 45.2%다.
5년 넘게 팔리지 않은 부지는 37필지, 약 14만5000평이다. 2006년 학교용지로 지정된 경기 수원시 ‘수오고’ 부지는 학교 대신 LH 모델하우스로 쓰였다.
9월 제정된 ‘학교용지 복합개발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미사용 학교용지와 폐교 부지를 주택·공공시설 등으로 복합 개발할 추진 체계를 마련하고,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취지를 담았다. 미사용 학교용지 현황 등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절차도 포함됐다.
법 시행은 2027년 3월로 예정돼 실제 사업 추진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임주호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처럼 학교 공간에 생활체육·문화·돌봄·고령자 복지시설을 결합하고, 국내에서도 지역에 필요한 생활SOC를 민관 협력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