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는 10월 28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이 2029년까지 향후 3년간 사실상 모두 팔린 상태라고 밝혔다. 이미 맺은 장기공급계약뿐 아니라 고객사와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구매 계획까지 반영한 설명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판매처를 미리 확보해 호황기의 생산 결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회사는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를 포함한 14개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물량은 2027년과 2028년 각각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에 해당하며, 일부 고객사와는 통상 5년인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장기계약 가격을 고정하는 대신, 사전에 합의한 범위 안에서 메모리 시황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장기 물량을 확보하면서 시장 가격 변화에 따른 수익 기회도 남겨두려는 구조다.
실적은 이런 수요 배경을 보여준다. 3분기 연결 매출은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은 83조33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27.9%, 632.1% 증가해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서버용 D램과 HBM 판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낸드에서는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 판매가 늘었다.
증설은 공장 건설과 장비 투입을 나눠 진행한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북 청주 M17의 건물 골조인 셸은 앞당겨 짓되, 클린룸 개방과 장비 반입, 양산 확대는 고객 수요에 맞춰 조절할 계획이다.
공장 준비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기반은 먼저 마련하고, 실제 생산능력은 수요가 둔화할 때 공급과잉이 생기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뜻이다. 투자 판단에는 고객사의 설비투자 계획뿐 아니라 재무 건전성, 자금조달 여력과 공급망 준비 상황도 반영한다.
당시 회사는 고객이 요청한 HBM 물량이 공급 가능한 양의 두 배를 넘는다고 밝혔다. 4분기에는 HBM4 출하량과 매출 비중이 HBM3E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계약으로 판매 전망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장비 투입은 수요와 수익성에 맞추는 것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