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에페(에페글레나타이드)가 2026년 10월 29일부터 일부 의료기관에 공급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첫 GLP-1 계열 비만치료제로, 이달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은 국내 개발 45호 신약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권리를 돌려준 후보물질이 어떻게 출시 단계까지 왔는지가 에페의 이력에서 눈에 띈다.
핵심 기반은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다. 약효 단백질·펩타이드에 항체의 Fc 단편을 결합해 체내에 오래 머물도록 하고, 약효를 내는 부위가 기능을 유지하도록 연결체도 적용한다. 2020년 발표된 제2형 당뇨병 환자 임상 연구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반감기는 135~180시간으로 나타났다.
약물 농도가 절반으로 줄기까지 최대 일주일 이상 걸려 주 1회 투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개발은 처음부터 비만을 겨냥하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2015년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사노피에 기술수출했지만, 사노피는 사업 전략을 조정하며 2020년 권리를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물질 자체의 가능성보다 사업 우선순위 변화가 반환 배경이라고 보고 비만 치료제로 방향을 바꿨다.
사노피가 축적한 약 6000명 규모의 글로벌 임상 데이터에 한국인 448명이 참여한 비만 임상 결과를 더해 허가를 받았다.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한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허가·생산까지 자체 체계로 이어간 사례지만, 시장 안착은 별도의 시험대다. 비알피인사이트에 따르면 2026년 5월 국내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합산 점유율은 93%였다.
에페는 효과와 안전성,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처방 현장에서 선택받아야 한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은 점은 랩스커버리가 한 제품에 그치지 않는 기술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