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뒤 암 발생률이 뚜렷하게 달라졌다는 신호는 관찰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의대 정재훈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자료와 접종 기록을 연결해 3,602만 4,394명의 암 발생 추세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학술지 《Biomarker Research》에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1955~2004년 출생자이며, 관찰 기간은 2011년 2월부터 2025년 9월까지다. 이 가운데 89.3%가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았다. 연구팀은 국내 1차 접종률이 50%를 넘어선 2021년 8월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그보다 앞선 약 10년간의 암 발생 추세로 이후 수치를 예상한 다음 실제 발생률과 비교해, 대규모 접종 뒤 암 발생이 갑자기 늘거나 증가 속도가 빨라졌는지 살폈다. 2021년 8월부터 2025년 9월까지 50개월 동안 13개 암 분류에서 발생 수준이나 추세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바뀐 경우는 없었다.
위암·대장암·폐암·전립선암을 따로 분석해도 같은 결과였다. 이는 분석에서 접종 이후 암 발생 추세의 뚜렷한 변화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지, 모든 개인에게 백신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증명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9월 발표된 한국의 다른 분석과 결론이 달랐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천은미 교수 등이 서울 거주자 약 840만 명을 분석한 연구는 접종 뒤 1년 안에 위암·대장암·폐암·유방암·갑상선암·전립선암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접종자에게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정 교수팀은 두 집단을 비교할 때 접종 여부 외의 차이가 결과에 섞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전 연구의 보충자료에는 관찰 시작 전 1년간 암 병력이 있는 49만 9,572명을 접종자 집단에서 제외했다고 적혔지만, 미접종자 집단에는 같은 제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건강검진이나 병원 방문 빈도도 진단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직접 맞대기보다 전체 인구의 암 발생 추세가 접종 확대 시점을 전후해 달라졌는지를 확인했다. 두 연구의 차이는 백신 접종 뒤 암 진단이 늘어 보였다는 관찰만으로 백신이 암을 유발했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고, 비교 집단의 선정과 건강관리 행동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