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반도체 경기 호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배당이 늘면서 2027년 민간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소득 증가의 수혜가 일부 기업 종사자와 주식 보유자에게 집중될 수 있어, 소비가 가계 전반으로 얼마나 퍼질지가 관건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경기동향팀의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보다 2.6% 늘었다. 지난 2년 평균 증가율 1.4%보다는 높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8%에는 못 미쳤다. 반도체 호황에도 소비 회복이 경제 전체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한은은 반도체·자동차·조선업 등 주요 업종의 2027년 성과급이 60조~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10조9000억원의 약 6배 규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7년 1분기 성과급만 60조원으로 예상되며, 한은은 성과급 확대가 민간소비 증가율을 0.10~0.15%포인트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배당도 소비를 보탤 요인이다. 2027년 삼성전자 배당은 40조~60조원, SK하이닉스는 10조~30조원으로 추정됐고, 소비 증가율 제고 효과는 0.05%포인트 정도로 제시됐다.
기업 소득 외에도 내년 가계에 직접 돌아가는 정부 이전지출이 약 20조원 늘어 소비 증가율을 0.20~0.25%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환율 하락도 수입물가를 낮춰 구매력을 높인다. 상반기 148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7월 이후 낮아져 10월 26일 1320원대를 기록했다.
환율이 10% 하락할 때 가계 실질구매력은 0.35%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회복의 발목을 잡을 요인도 있다. 2025년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전체 가계 기준 112.6%였지만, 부채가 있는 가구만 보면 196.1%로 전년 189.0%보다 높았다.
주택건설 부진은 가구·가전 수요와 관련 산업의 고용·소득을 약화시킬 수 있고, 증시가 조정되면 백화점 소비와 여가서비스처럼 주가에 민감한 지출도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성과급과 배당이 늘더라도 부채 부담과 자산시장 변동이 소비 확산의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