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브루에는 열일곱 살이던 1947년 크리스챤 디올의 첫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직접 봤다.
패션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디자이너의 등장과 옷차림의 변화를 지켜본 그의 회고를 담은 책 《클로드 브루에, 파리 패션 50년》이 한국에서 출간됐다.
브루에는 1950년 패션 잡지에서 기자 일을 시작했고, 1970~1980년대 마리끌레르 프랑스판 편집장을 지냈다.
당시 패션 저널리즘의 자유와 일하는 방식을 전하고 싶어 책을 남겼다고 했다.
잡지마다 뚜렷한 관점이 있었고, 새로운 인물을 발견하면 마음껏 소개할 수 있었다는 회고다.
그가 기억하는 패션의 변화에는 시대의 생활상도 담겼다.
전쟁과 그에 따른 물자 부족의 시대가 끝나갈 무렵 디올의 뉴룩은 풍성한 치마로 등장했다.
여성들이 가진 치마에 천을 덧대 길이를 늘이던 모습과 대비됐다.
소니아 리키엘의 니트와 저지는 몸에 편안하게 밀착되고 여행 가방에 접어 넣기 쉬운 옷이었다.
브루에는 오트 쿠튀르보다 레디투웨어에서 더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한 변화도 언급했다.
앙드레 꾸레쥬는 프릴과 장식을 덜어내 옷을 짧고 간결하며 경쾌하게 만들었다.
다만 꾸레쥬 드레스에 샤넬 샌들이나 방돔 광장에서 산 브로치를 더하는 식의 차림은 디자이너가 보여주려던 방향과 어긋날 수 있었다고 브루에는 회고했다.
당시 패션 잡지는 여성들에게 옷을 어떻게 입을지 조언하는 역할도 했다.
장 폴 고티에는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고전적이고 정교한 옷 만들기 기술을 함께 갖춘 디자이너로 꼽았다.
브루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과 실루엣을 아는 것이 취향의 바탕이라고 말한다.
옷을 쉽게 사고 버리기보다 오래 입는 가치도 강조했다.
에르메스에서 맞춘 옷을 지금도 입으며, 남편이 골동품 가게에서 찾아 선물한 폴 푸아레의 이브닝 코트는 얼마 전 파리의 팔레 갈리에라 박물관에 기증했다.
아흔일곱 살인 브루에는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7천~8천 보를 걷고, 책을 읽거나 영화관과 전시를 찾는다.
패션쇼에서 메모하던 시절과 휴대전화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오늘을 비교하면서도, 훌륭한 저널리스트에게는 자신만의 관점을 표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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