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뱅 뒤 약 20억 년 동안 은하와 별이 생기고 우주 공간의 수소와 헬륨이 이온화되는 과정을 재현한 대규모 시뮬레이션 ‘루미나(Lumina)’가 공개됐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와 텍사스대 댈러스 공동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26일 국제학술지 《영국왕립천문학회 월간보고》에 발표했다.
초기 우주에서는 첫 별과 은하가 내뿜은 빛이 중성 수소와 헬륨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재이온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방대한 공간에서 물질과 복사에너지의 상호작용을 함께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루미나는 암흑물질·일반 물질·복사에너지의 상호작용을 동시에 다루며, 한 변이 약 15억 광년인 정육면체 공간을 모사했다.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계산 공간의 부피가 100배 이상 크다.
연구팀은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슈퍼컴퓨터 ‘프런티어’의 GPU 1만5000개 이상을 활용했다. 수소뿐 아니라 헬륨의 재이온화도 계산하고, 그 영향이 주변 물질의 온도와 밀도, 은하의 진화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실시간으로 모사하도록 설계했다.
결과는 두 원소의 재이온화에 서로 다른 주역이 있었음을 보여줬다. 수소의 재이온화는 주로 별빛으로 진행됐지만, 헬륨의 재이온화는 초대질량블랙홀이 물질을 흡수하며 강한 복사에너지를 내는 활동은하핵(AGN)이 주도했다. 초기 우주의 변화가 하나의 광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시뮬레이션이 예측한 우주배경복사의 산란 정도는 유럽우주국 플랑크 우주망원경의 관측과 잘 맞았고, 은하 사이 가스의 온도와 이온화 정도도 기존 관측 결과와 대체로 일치했다.
연구팀은 루미나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지난달 본격 관측을 시작한 낸시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의 자료와 비교해 우주 진화 이론을 검증하고, 초기 은하·블랙홀의 형성과 은하 사이 가스의 흐름을 분석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