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용에서 AI를 다룰 줄 아는 능력만큼 결과를 검토하고 판단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직무를 미리 정하지 않고 신입사원을 뽑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넥슨은 코딩 테스트 대신 AI 활용과 기본기를 나눠 평가했다.
AI가 만든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능력을 기업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 살펴볼 만하다.
마이리얼트립은 10월 1일 채용 설명회에서 창사 14년 만에 처음으로 신입 공개채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원은 10월 11일까지 받았으며, 지원자의 전공이나 입사 후 직무를 미리 제한하지 않았다.
자기소개서는 형식을 자유롭게 정하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담도록 했고, 심층면접 두 차례에서 논리와 의사결정, 아이디어 실행력, AI 도구 활용 능력을 평가했다.
회사 측은 인문계 출신이 AI로 앱을 만들거나 이공계 출신이 마케팅·영업을 맡는 식으로 강점에 따라 역할을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마다 평가 방식은 다르다.
크래프톤은 AI 연구와 게임 개발, 사업 운영 등 6개 분야에서 100명 넘는 채용연계형 인턴을 모집하며 전공·성적 대신 AI 활용 능력과 추론 능력을 평가했다.
넥슨은 8~9월 지원을 받은 채용연계형 인턴 게임 프로그래머 선발에서 코딩 테스트를 없앴다.
AI 면접으로 기초 프로그래밍 지식을 확인한 뒤, 별도 과제에서 AI를 활용해 실무 문제를 푸는 방식을 살폈다.
생성 코드가 지원자의 실력인지 가려내기 어렵지만, 후속 질문을 하면 기본 지식의 빈틈이 드러난다는 게 넥슨 측 설명이다.
기존 절차에 AI 과제를 더한 곳도 있다.
두산은 30분 안에 AI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프롬프트 구성부터 결과 검토·개선까지 평가한다.
기아는 AI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본다. 이런 변화는 채용 공고에도 나타났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상세 직무기술서 분량은 2021년보다 약 82% 늘었고, 1~9월 AI 도구를 명시한 공고 비중은 2024년의 약 4배였다.
미국 기업 임원·인사담당자 약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42%가 AI 도입 뒤 신입 직원의 분석·판단 업무가 늘었다고 답했다.
다만 구직자들은 실무 경험이 없는 지원자에게 AI 활용뿐 아니라 결과를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능력까지 요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서강대 최성욱 취업지원팀장은 AI를 제대로 쓰려면 해당 산업과 직무를 아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채용의 초점은 도구를 써봤는지에 그치지 않고, 업무 맥락을 이해한 뒤 AI의 결과를 판단하고 실제 문제 해결에 연결할 수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