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모세포종 수술 뒤 남은 암세포에 약물을 전달하도록 설계된 이식 장치가 개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자난 다그데비렌 교수 연구팀이 만든 ‘장기 초음파 강화 대류 주입 장치(LUCID)’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26일 국제학술지 ‘디바이스’에 발표됐다.
교모세포종은 뇌종양 가운데 공격성과 악성도가 높은 질환으로,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은 12~15개월이다. 표준 치료는 종양 제거 수술이지만 뇌 조직 사이로 파고든 미세 암세포까지 모두 없애기 어려워 재발 위험이 높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도 혈액-뇌 장벽(BBB) 때문에 약물이 종양 부위에 도달하기 어렵고, 전신 투여량을 늘리면 다른 장기에 독성이 생길 수 있다.
연구자들은 약물을 두개골 안에 국소적으로 전달하는 웨이퍼나 하이드로겔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런 방식은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지만, 약물이 뇌 조직 깊이 퍼지기 어렵고 방출 속도를 조절하기 힘들다. 명함처럼 얇고 유연한 LUCID는 약물 저장소와 초음파 모듈, 삼투 펌프로 구성된다.
저장소에는 약 100μL의 유체가 담기며, 체내 삼투압 차이에 따라 약물이 장기간에 걸쳐 방출된다.
초음파 모듈에는 진동 소자 24개가 배열돼 있다. 초음파가 만드는 대류 흐름은 약물 분자를 조직 안에서 더 멀리 이동시키며, 미세 진동은 BBB의 투과성을 일시적으로 높인다. 작동 주기와 강도는 블루투스로 무선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조직을 모사한 젤에서 초음파를 썼을 때 약물이 더 넓게 퍼지는 것을 확인했다.
생쥐에게 MRI 조영제를 전달한 실험에서도 초음파를 사용했을 때 조영제가 뇌 전체로 확산됐다.
이 실험에서 확인한 것은 조직을 모사한 젤과 생쥐에서의 약물·조영제 확산이다. 교모세포종 치료 효과나 재발률을 측정한 것은 아니므로, 재발 방지 효과가 입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팀은 저분자 항암제 외에 분자가 더 큰 면역치료제나 유전자 치료제, 뇌 이외의 장기에도 적용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