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고용률과 실업률 등 양적 지표는 개선됐지만, 한국은행이 지수화한 고용의 질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악화됐다.
산업구조 변화와 인공지능 확산, 노동시장 경직성이 겹치면서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과 이동이 어려워진 모습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27살 박씨는 금융 정보기술(IT) 기업에서 1년간 일한 뒤 공기업 자회사에서 6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IT 기업 취업을 희망했지만 채용이 줄었다고 느껴 다른 일자리도 찾고 있다.
2024년 대학을 졸업한 29살 이씨는 취업 준비가 길어져 생활비와 시험 응시료 부담이 커지자 커피 프랜차이즈 계약직 일을 다시 하기로 했다.
박씨는 구직 공백을 피하려고, 이씨는 생활비 부담 속에 계약직을 선택했다.
상용직 진입 흐름은 100명당 상용직 입직자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2026년 상반기 청년층(15~29살)의 100명당 상용직 입직자(현 직장 근속기간 0~11개월)는 2023년보다 1.8명 줄었다.
핵심 연령층(30~59살)은 같은 기간 0.8명 감소했다.
반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2014년보다 청년층 입직자가 1.1명, 핵심 연령층은 1.0명 늘었다.
한국은행 분석에서 노동 수요 정체의 영향은 전 연령층에 고르게 나타나기보다 노동시장 진입 단계의 청년층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산업구조 변화와 인공지능 확산도 원인으로 들었다.
반도체 중심의 IT 부문은 생산성이 높지만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는 않는다.
IT 제조업 생산이 크게 늘어도 상용직 신규 채용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고,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는 생산 부진으로 상용직 채용이 줄었다.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직무에서는 경력직 선호가 강해져 청년층이 주로 맡던 초급·기초 업무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비정규직 등 2차 시장에서 1차 시장으로 옮기는 길도 좁아졌다.
한국은행이 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2차 시장 노동자가 1차 시장으로 이동할 확률은 2014~2019년 3.5%에서 2023~2024년 1.6%로 하락했다.
반대로 1차 시장 노동자가 같은 일자리를 유지할 확률은 81.8%에서 86.9%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교육과 산업의 연계, IT 제조업 성장의 연관 산업·내수 부문 파급을 제안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과 하도급 업체의 청년 채용이나 임금·근로 조건 개선 비용 일부를 원청 대기업이 부담하거나 초과세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