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 은행 정기예금에 약 5조원을 예치했다. 대부분 만기 1년 미만이며 금리는 연 4% 안팎이다. 현금성 자산이 6월 말 기준 92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는 증시 조정과 금리 상승이 이어지자 은행과의 접촉을 늘렸다. 기업들이 여윳돈을 어디에, 어떤 조건으로 맡기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10월 22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 정기예금 잔액은 576조2367억원으로, 올해 들어 약 76조원 증가했다. 하반기에만 52조원 넘게 늘었다. 반면 기업 요구불예금은 3조3000억원 감소해 기업 전체 예금은 831조3087억원으로 불어났다.
기업 예금 잔액이 8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금리 변화가 유인으로 작용했다. 기업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1분기 연 2%대에 머물렀다가 10월 들어 연 4% 수준으로 올랐다. 금리 산정의 주요 지표인 1년 만기 AAA 은행채 금리도 10월 23일 연 4.02%로, 지난해 말 연 2.82%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예금 금리는 예치액과 만기 등을 놓고 기업과 은행이 협상해 정한다.
기업의 여윳돈 자체도 커졌다. 한국은행 집계에서 2분기 국내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67조100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대였다. 예금 등으로 운용한 돈에서 외부 조달액을 뺀 값인 만큼, 기업이 은행에 맡길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커진 배경을 짚어준다.
개인 예금은 같은 기간 반대 흐름을 보였다. 5대 은행의 개인 예금 잔액은 10월 22일 848조2233억원으로, 올해 들어 약 6조2000억원 줄었다. 개인 정기예금은 2조2000억원가량 늘었지만 요구불예금은 8조5000억원 감소했다.
과거에는 개인 예금이 기업 예금보다 많았으나, 반도체 호황 이후 기업 자금이 늘면서 격차가 좁혀졌다. 현재 기업 예금은 개인 예금에 가까워졌지만 아직 앞서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