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1만보는 건강을 위한 과학적 기준으로 정해진 숫자일까? 그보다 적게 걸으면 효과가 없을 것 같지만, 1만보 열풍은 연구 결과보다 먼저 시작됐다. 1960년대 일본에서 걷기 운동과 함께 대중화됐고, 야마사가 1965년 ‘만보미터’를 출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2025년 7월 국제학술지 《랜싯 공중보건》에 실린 시드니대 연구팀의 메타분석은 57개 연구를 종합했다. 하루 7000보를 걷는 사람은 2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47%, 치매 위험이 38%,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5%, 제2형 당뇨병 위험이 14% 낮았다.
전체 사망·심혈관질환·치매 위험 감소 폭은 대체로 5000~7000보 이후 완만해졌다. 이는 그 이상 걸어도 소용없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은 7000보를 현실적인 목표로 제시했고, 이미 많이 걷는 사람에게는 1만보도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 걸음 수는 나이와 몸 상태에 따라 다르다. 2022년 15개 연구, 4만7471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망 위험은 60세 이상에서 하루 6000~8000보, 60세 미만에서 8000~1만보까지 걸음 수가 늘수록 뚜렷하게 낮아졌다.
오산대 김상훈 교수는 1만보를 넘긴 뒤의 추가 이점은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일률적으로 목표를 정하기보다 현재 걸음 수와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늘리는 편이 현실적이다.
걷는 속도와 시간대도 살펴볼 만하다. 빠르게 걷는 사람에게서 위험이 낮게 나타난 연구가 있지만, 걸음 수와 별개로 속도 자체가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결과가 엇갈렸다. 혈당 관리가 목적이라면 식후 걷기가 유리할 수 있다.
2023년 메타분석에서는 식사 전보다 식사 뒤 운동이 식후 혈당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었고, 식후 일찍 움직일수록 효과가 컸다. 적게 걷는 사람은 우선 걸음 수를 늘리고, 몸이 허락하면 속도를 높이거나 식후 가볍게 움직이는 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