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산불에서 발생한 연무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으로 퍼지면서 동남아 관광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대기질 악화로 야외 관광을 피하는 여행객이 늘어 예약이 줄고, 관광 일정과 항공편 운항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10월 5일부터 23일까지 19일 연속 대기질이 건강에 해로운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현지 여행사의 여행상품 예약은 평소보다 30~80% 감소했고, 취소율은 30~50%에 달했다. 도보·자전거 투어를 실내 프로그램으로 바꾸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도 늘었다.
인도네시아 교통부 집계로는 10월 19일까지 산불과 연무로 국내선 2604편이 운항에 영향을 받았다. 이 가운데 1420편은 결항 또는 운항 연기됐고, 1129편은 지연됐다. 싱가포르와 폰티아낙·팔렘방을 잇는 노선 등을 포함해 국제선 14편도 영향을 받았다.
오랑우탄 관찰로 유명한 칼리만탄의 탄중푸팅 국립공원에서는 예약 취소가 이어졌으며, 일부 여행사는 수마트라·칼리만탄 방문 일정을 플로레스·술라웨시로 바꿨다. 현지 여행사 트랜스 보르네오 어드벤처는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최근 일주일간 예정된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여행사들은 야외 관광을 쇼핑몰과 박물관 방문으로 대체하고 있다. 현지에서 추산한 연무 피해는 하루 2000만~5000만 링깃(약 70억~175억원)이며, 선웨이대 예아 킴 렝 교수는 연무가 한 달간 이어지면 손실이 최대 15억 링깃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무의 주요 원인으로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칼리만탄의 산림·이탄지 화재가 꼽힌다. 농경지와 팜유 농장을 조성하거나 정비하는 과정의 소각에 엘니뇨로 인한 고온·건조한 날씨가 겹쳐 불길이 번졌다는 분석이다. 이탄지는 땅속에서도 불이 지속돼 진화가 어렵고 연기를 많이 배출한다.
연무는 계절풍을 타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까지 확산했다. 아세안 기상전문센터는 10월 말 계절풍 전환기에 강수량이 늘면 산불과 연무가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엘니뇨 영향으로 10~12월 동남아 일부 지역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돼, 산불과 국경을 넘는 연무의 위험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